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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만나는 한국신화
이경덕 지음 / 원더박스 / 2020년 10월
평점 :
신화(神話)란 무엇인가? 문학적 개념으로 정의된 표준국어대사전의 사전적 풀이를 살펴보면 ‘고대인의 사유나 표상이 반영된 신성한 이야기, 우주의 기원, 신이나 영웅의 이야기, 민족의 태고 때의 역사나 설화 따위가 주된 내용인 이야기’를 말한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허무맹랑하고 황당무계하지만, 신 혹은 신과 같은 영웅적 인물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라는 것만으로는, 그 이야기를 신화로 정의하기 어렵다. 넓은 의미로 풀이된 사전적 개념 중에서 ‘고대인의 사유나 표상이 반영된 신성한 이야기’가 좀 더 타당하고 보편적인 규정이라 할 수 있다. 그 신화를 만들어 낸 집단의 사유방식과 상징적 형상이 신성시되어 만들어진 이야기에서 ‘신성성’이라는 신화의 본질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신화의 힘』의 저자, 조셉 캠벨(Joseph Campbell)은 미국의 수많은 범죄 발생에 대한 이유를 미국 신화의 부재(不在)로 보았다. 그가 그 책에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과거에 인류가 지나온 흔적, 바로 신화의 중요성’이라는 쓴 글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 책은 한국 신화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소소한 조각들을 하나로 엮어주었다. 한국 신화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상징으로서 ‘꽃’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인 생명과 행복’이라는 것과 그 상징이 우리 신화 속에 어떤 모습과 어떤 상황 속에 등장하는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전승되어 왔는지를 알게 해주었다. 또한 대부분의 신화에 등장하는 전쟁과 다툼이 한국 신화에는 ‘내기’로 나타난다는 것과 ‘인류가 노래에서 태어난 사례’를 가진 신화는 한국 신화밖에 없다고 해서 그 또한 흥미로웠다. 『후한서』「동이열전」중에서 삼한(三韓)에 관하여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민족으로 기술하고 있는 것도 한민족의 이러한 특질과 맞닿아 있구나 싶었다.저자는 창세 신화부터 시작하여 시간과 운명과 탄생과 죽음을 관장하는 신들과 집을 지키는 여러 신과 처용, 저승 차사 등과 관련된 신화를 엮으면서 켜켜이 현재 우리 삶과의 접점을 찾아 풀어 쓰고 있다. 현시대에 맞춰 우리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끌어주는 책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민족의 근간을 알고자 한다면 아마도 그들 민족이 가지고 있는 민족 신화를 우선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한다. 그 민족이 집단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는 인간 본연의 삶에 대한 사유와 자연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신화’라는 틀 속에 고스란히 담아 놓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