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의 인문학 - 미셸 파스투로가 들려주는 색의 비하인드 스토리
미셸 파스투로 지음, 고봉만 옮김, 도미니크 시모네 대담 / 미술문화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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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참신한 책이다. 색과 관련된 책이 이제껏 출간된 적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나 또한 색과 관련된 책을 처음 읽는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매우 참신하게 느껴진(물론, 색과 관련된 독서가 그리 많지 않았으므로 매우 주관적인 평이라는 것을 밝힌다) 이유는,

첫째, 설명을 위해 선택되어 제시된 책 속 자료(그림, 사진 등)라 하겠다. 참신하다고 느낀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은 그렇다하더라도 이 책 속에서 만나는 그림들은 익숙히 알던 그림이 아니다. 예를 들면 화이트하면 떠올리는 제임스 휘슬러의 그림 대신에 19세기 중·후반 비슷한 시대에 작품 활동을 했던 호아킨 소로야<엄마>, ‘가브리엘 막스<해부학자>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두 그림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그림이다. 드가와 마티스, 재스퍼 존스의 그림도 익숙한 그림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림을 소개하고 있어서 신선했다. 고흐의 <추수하는 사람>은 숨은그림찾기처럼 추수하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 그림이다. 그림 외에도 매우 다양한 자료가 삽입되어 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야기하는 그 관련 색에 대하여 저자에 의해 선택된 자료들이 풍부한 시각적 이미지를 잘 살려주는 자료들이었다. 책의 판형이 이런 구성에 어울리게 넓은 형태라는 점도 좋았다.

둘째, 프랑스인이며 중세 문장학의 대가인 저자이다. 중세 문장학의 대가답게 글 속에서 색의 어원들에 대한 설명이 폭넓고 깊이가 있다. 또한 영어권에 익숙했던터라 프랑스와 관련하여 서술하고 있는 색깔 표현은 나름 참신함으로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대화체 구성이다. 특히 질문에 대한 답변이 그랬는데, 그 질문 또한 답변에서 좀 더 심화되거나 확장되거나 새로운 시각적 접근으로 인해 추가되는 질문 형태가 매우 좋았다. 텍스트를 따라 읽어가는 중에 그 질문을 통해 사고가 좀 더 치밀해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섯 가지 색, 파랑, 빨강, 하양, 초록, 노랑, 검정 그리고 중간색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흥미진진했다.

바다가 파랑색으로 표현된 것은 15-17세기 항해용 지도 덕분이라거나, 청색의 유행은 유럽의 낭만주의가 그 경향을 촉진했다는 점, 중세시대에 빨강은 남성적 이미지, 파랑은 여성적 이미지였다는 것과 인간이 만들어내는 흰색은 완벽한 단색인 경우보다 디테일의 변화를 주거나 얼룩 등을 남겨 표현한다는 점, 약국의 녹십자는 식물성 약초를 주로 사용하는 약제사들이 초록을 약국 상징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것 등등 여기에 다 적을 수 없을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본문 중에서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을 옮겨보면,

우리들 각자의 시선은 각자의 문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의 사회적 편견도 결국 우리 스스로의 색깔이라고 여기는 것 안에서 작동합니다.’(본문 73)

색은 상징과 사회 규범의 총합이다. (중략) 우리가 바라볼 때만 색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색은 순전히 인간이 만들어 낸 창작품이다.’(본문 147)

저자의 말마따나 의미를 곱씹게 만드는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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