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지방자치를 비추다
정영오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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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문화재이다. 윤두서의 자화상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도 특별한데 수염 한 올 한 올 정밀한 묘사와 함께 그 그림을 마주보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듯한 강렬한 눈빛은 이 자화상을 볼 때마다 참으로 감탄하게 만든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이야기 하기 전에 윤두서의 자화상 이야기를 먼저 끄집어 낸 것은 다름아닌 정약용의 외증조부가 윤두서이다 보니 그 후손으로서 다산이 가지고 있는 남다른 관찰력이 아마도 외가로 인해 면면히 흐른 까닭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조선의 최고 문장가로 꼽는 윤선도는 윤두서의 증조부가 된다. 

하지만, 윤선도와 윤두서를 굳이 내밀지 않더라도 다산 정약용은 그 자신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 인물이라 하겠다. 평생 500여권의 책을 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랍고 그의 사상이 한 분야에서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그 깊이를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서양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있다면 우리에겐 다산 정약용이 있다고 할만하다.


그 수많은 다산의 저서 중에 <목민심서>는 이상적인 수령(지방관)상에 대한 행정 지침서라 하겠다. <목민심서>는 12편 72조로 구성되어 있고, 각 12편이 <부임>, <율기>, <봉공>, <애민>, <이전>, <호전>, <예전>, <병전>, <형전>, <공전>, <진황>, <해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은 공무원으로서 정년퇴임한 저자가 다산의 <목민심서>의 구성에 맞춰 자신이 몸담고 일했던 지방자치 공무원으로서의 경험을 정리하여 펴낸 책이다. 


저자는 <목민심서>의 각 구성마다 다산이 그 편에서 서술하고 있는 내용을 이야기한 후에 현재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장과 비교하여 비슷한 점과 다른 점, 다르게 적용해야 하는 것과 아직도 해결되지 못해 문제가 되고 있는 점 등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쓰고 있다. 다산이 <목민심서>에 잘못된 조선 사회상과 그로인한 백성의  실상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해법을 제안하고 있듯이 저자도 현재 지방자치 체제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들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이것이 매우 상세하다. <목민심서>에서 정약용이 매우 날카롭게 비판하고 상황에 대해서도 자세히 서술하고 있듯이 저자 또한 그러하다. 그러다보니 현 지방자치 규약이나 법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된 계기가 되었고, 단순히 아는 것에서 벗어나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 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법규에 관련한 내용을 꽤 자세히 다루고 있어 조금은 딱딱한 감도 없지는 않는데, 그럼에도 책은 흥미진진 재미있다. <목민심서>에서 다루는 내용들과 엮어져서 현재 우리 정치의 모습이 더 잘 비교되었는데, 흥미로운 부분을 옮겨 적자보면 아주 긴 글이 될만큼 재미있는 내용이 꽤 많았다.

다산 정약용의 '갑질'에 대한 지침과 현재 우리나라의 문제가 되고 있는 '갑질'을 뿌리 뽑기 위한 '공무원 행동강령' 개정에 대한 글도 그렇고 조선시대 관아 문졸의 권력과 A정부 시절 문고리 삼인방의 이야기, 과거시험에 급제했지만 실무에는 어두웠던 수령들의 무능함과 실제 행정의 중요성, 과거시험에만 몰두 했던 조선후기와 공무원 시험 준비에 몰두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의 비교 등 그 외에도 매 편마다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는 <목민심서>를 통해 본 다산의 사상은 봉건적 이념을 벗어나 근대 개념을 주장하고 있다고 느꼈다 한다. 애민정신과 위민정신으로 무장한 다산의 사상 때문일것이다. 당시 비참한 백성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에 대한 사랑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회를 꿈꾸었던 다산은 늘 민(民)을 우선시 했다하는데, 그런 다산의 모습을 이책을 통해 엿볼 수 있어 좋았다.  

다산의 시(詩)도 만날 수 있다. 역사, 문학, 천문, 의학, 농학, 법과 지리학 등등 다양한 다산의 지식과 함께 지방공무원이였던 저자의 생각을 담아 놓아, <목민심서>를 통해 지방자치의 실상을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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