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대 소설 수호전·금병매·홍루몽 편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이나미 리쓰코 지음, 장원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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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4대 기서奇書를 얘기할 때 <삼국지연의>, <수호전>, <서유기>, <금병매>를 말한다. 여기에 5대 고전소설로 한 권을 더하면 <홍루몽>을 포함하여 말하는데, 책 제목만으로는 많은 이들이 들어 알고 있는 책들이다. 이중에서 <수호전>은 정말이지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이라 세밀한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읽을 당시 술술 재미있게 읽었던 느낌은 지금도 남아있다. <삼국지연의>도 읽은 지 10년이 넘은 듯하다. <서유기>는 책 보다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접한 내용이 많고 <금병매>는 제목만 알고 있을 뿐 내용은 전혀 몰랐던 책이다. <홍루몽>은 중국인들이 쏟아내는 찬사 때문에 중국 5대 소설 중 가장 호기심이 컸던 책이었다. <홍루몽>을 읽어보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가 방대한 분량 때문에 쉽게 손이 가지 못했는데, 이 책의 저자 또한 다음과 같이 <홍루몽>을 평하고 있어 눈길을 잡았다.

중국 백화소설의 금자탑이라고 마땅히 불러야 하는 동시에 이를 능가하는 장편소설은 중국에서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아직 쓰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본문 387).”

조금 과장을 섞어 말하자면 이 작품을 읽지 않고는 중국 소설을 논하지 말아야 하며, 더 나아가 중국 문화를 이야기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작품(본문 400).”

이처럼 <홍루몽>은 아주 뛰어나서 다른 무엇과도 견줄 데가 없을 정도로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적고 있다.

 

이 책은 중국 5대 소설을 각 인물과 시대와 주제와 형식 등으로 비교, 분석해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 <삼국지연의><서유기>는 상권으로 묶여 있지만 이 책에서도 중간 중간에 다른 책들과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어 그 두 권에 대한 이해의 폭까지 넓힐 수 있어 좋았다. 물론 <수호전>을 소개할 때는 <수호전>을 중심으로 하여 다른 책들과 비교하고, <금병매><홍루몽>도 마찬가지로 주요 내용을 각 책을 중심으로 다루면서 다른 책들과의 차이점이나 공통점을 짚어 주고 있다.

삼국지연의의 매력의 근원이 수많은 명장면에 있다면 수호전의 그것은 인물에게 있다(분문 14).”

수호전은 기본적으로 싸우는 집단의 이야기이므로 병참은 역시 중요한 문제인데 이러한 점에 대한 언급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중략) 참고로 삼국지연의의 경우에는 전쟁에 대해 언급할 때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병참에 관한 기술이 보인다(본문 118,119).”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수호전><금병매><홍루몽> 또한 개별적으로만 소개되지 않고 세 권의 책이 엮어져 비교하는 내용이 매우 흥미롭다.

<수호전>을 강조하는 남성 세계를 다루며 여성에 대해서는 혐오 양상을 드러낼 정도로 결벽을 강조하는 책인 반면 <금병매>에서는 <수호전>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했던 여성이 대거 등장하여 욕망에 따른 파멸 과정을 주요 인물(여성)의 관계성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음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해준다. 거기다가 <수호전>23회본에서 등장하는 무송무대의 이야기의 한 축을 가져와서 만들어진 이야기가 <금병매>인데 이 책의 제목은 소설 속 세 명의 여성 이름에서 한 글자씩 가져온 거라고 한다.

<수호전> 관련 글은 읽다보니 예전 읽었던 내용들이 조금씩 기억나곤 했다. 양산박에 집결한 부분까지만 기억나는 걸 보면, 내가 읽었던 책은 70회본까지만 쓰인 책이었던 모양이다. 70회본 이후의 내용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어 좋았다.

조설근 작가에 의해 완결되지 못해 아쉬운 <홍루몽>은 속된 욕망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끊임없이 꿈틀되는 <금병매>와는 달리 정화된 소년, 소년의 세계와 속된 바깥의 세계를 교착하여 승화의 장치를 설정해서 만든 성숙도가 높은 소설이라고 쓰고 있다. 본 책의 내용이 조금씩 삽입되어 있어서 맛보기처럼 읽어볼 수 있었는데, 워낙 짧은 분량이다 보니 제대로 된 감상을 하기는 어려웠지만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비교될 정도로 걸작으로 칭하는 저자의 글과 더불어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이조차도 플로베르의 <감정교육>과도 아울러지는 작품이 <홍루몽>이라고 하니, 꼭 읽어봐야 할 책 목록에 포함했다.

중국 5대 소설은 모두 그 분량이 방대하다. 읽고자 해도 엄두가 나지 않던 차에 이 책을 통해 시대에 따른 중국 백화소설의 변화 양상도 파악할 수 있었으며, 각 책마다 그 내용의 중심축을 이해하고 흐름을 파악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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