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을 찾아서 - 다음 생에 다시 만나고 싶은 이상 백석 윤동주에서 김기림 김수영 기형도까지
민윤기 지음 / 스타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여섯 해 동안을 이 책에 실린 시인들의 생애 흔적을 찾아다니며 취재했다고 한다. 그 취재 결과물 중 일부가 정리되어 나온 책이 이 책이다. 생애 흔적을 찾아다녔기 때문에 기행수필 느낌도 물씬 느껴지는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시인의 생애 흔적을 찾아가며 취재한 글이라 그럴까? 그 시인의 생의 마감을 이야기 할 때는 그 시인에 대해서 동료 시인이 쓴 추모시가 눈길을 끌었다.

시인 관련한 사진도 꽤 많이 실려 있는데, 그래서 더욱 그 시인들이, 그 시인들의 행적이, 그 시인이 쓴 시들이 또 다른 감상으로 다가왔다.

 

백석 시 중에서 <개구리네 한솥밥>을 우리아이와 함께 참 많이 좋아했다. 입에 척척 붙는 운율감이 좋은 시다. 이 동시는 북한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을 보니, 당시 북한 아동문학 논쟁에서 계급적인 요소를 강조하기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게 옳다는 주장(본문 44)’을 했다 한다. 그로인해 백석은 당의 비판을 받고 국영협동조합으로 이주하게 되었다고 하니 이후에 쓰인 그의 시는 더 이상 백석을 느끼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을 듯.

이 책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명인 윤동주 이야기는 다른 시인보다 지면 할애가 많다. 윤동주 편에서는 윤일주, 윤광주 두 동생 이야기도 실려 있는데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본문에 실린 윤일주의 시 <언덕길>은 몇 달 전 어디 선가 읽었던 시인데 그 시를 쓴 시인이 윤동주의 동생일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의 탄생 일화에 관해서는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술자리에서 즉석으로 써내려갔다는 <세월이 가면>, 읽을 때마다 참 많이 감탄했더랬다. 지나친 감상적 느낌도 있지만 그 쓸쓸한 우수가 무척 애틋한 시다. 저자에 의하면 이 시는 즉석에서 쓰이진 않았다한다. 시인이 의도했던 시였고 하루 지난 다음 날 그 시를 작곡하던 친구 이진섭씨에게 주었으며, 이진섭씨가 곡을 완성해서 부르게 된 시라고 한다.

 

시를 읽을 때 어느 맥락에서 접근하여 읽어내느냐에 따라 감상의 폭과 깊이가 달라지기도 한다. 작품 내용적 측면에서 표현되고 있는 다양한 요소를 섬세하게 읽어내는 것은 어쩌면 시 읽기에 기본일 게다. 하지만 그 작품이 창작되기까지의 과정을 안다면, 혹은 그 시를 지은 작가의 작품경향을 안다면, 혹은 그 시가 창작되었을 당시 사회, 문화적 배경을 안다면, 한 편의 시를 읽더라도 그 감상은 매우 깊고 넓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일찍이 알고 있던 작품들도 또 그 시대적 상황과 시인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시 마저도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저자의 글을 읽다가 턱하니 실려 나오는 시를 읽는 순간,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까지 이입 되어 그 시가 주는 느낌이 더욱 촘촘하게 얽혀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