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 - 세계 사랑으로 어둠을 밝힌 정치철학자의 삶,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누구나 인간 시리즈 1
알로이스 프린츠 지음, 김경연 옮김 / 이화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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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냉혹'하고 '감정이 없으며' '차갑고' '참을 수 없이 건방'지고 '독창적'이 되려는 '뒤틀린 욕구'에 사로잡혀 있다......"(본문 231쪽)

여기서 '그녀'는 한나 아렌트를 지칭한다. 독일 나치스 친위대 장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보고 난 후 아렌트가 쓴 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대한 비평가들의 비난은 독설로 이어졌다. 특히 유대인 단체들은 그녀에게 선전포고식 '투쟁'을 하게 되는데, 유대인들의 '심기'를 건드렸던 내용은 '악의 평범성'의 개념과 '유대인 평의회'에 대한 비판적 글 때문이었다 한다. '악의 평범성'에 대한 글을 통해 처음 아렌트를 알게 된 나로서는 이 보고서가 유대인들과의 문제를 일으켰을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좀 의아했더랬다. 이책을 통해 아렌트의 '아이히만' 보고서 내용의 중심 축을 알게 되었다. 이 글이 문제를 일으킨 점은 전체주의에 대한 속성에 대해 그녀가 일관되게 주장하면서 전체주의 속성을 나치즘은 물론이고 나치가 유대인 집단 말살을 할 수 있도록 도운 유대인들에게서도 문제가 있음을 말했기 때문이다. 어느 민족에게나 불편한 사실이 있는 법인데 그것을 건드렸던 것이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못지 않게 내게 흥미를 안겨 준 이야기는, 미국 사회의 모순을 바라본 아렌트의 경험이었다. 아렌트는 미국으로 망명하고 얼마되지 않아서 이미 미국 사회의 모순을 파악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사회적 노예 상태에서 정치적 자유'(본문 187쪽)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모습이었다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 고등학교에서 글짓기 대회를 열었는데, 한 흑인 여학생이 쓴 글이 1등으로 당첨되어 장학금을 받았다는 내용의 글이 실려있다. 문제는 그 흑인 여학생이 쓴 글의 내용이 '히틀러에게 검은 피부를 입혀서 강제로 미국에서 살게 해봐야 한다'(본문 187쪽)고 썼다는 사실이다. 흑인 여학생이 미국사회에서 겪었을 차별적 고통이 얼마나 끔찍했을까 싶어서 그 짧막한 문장에서도 경악스럽기 그지 없었는데, 그 글을 당당히 1등에 뽑은 미국사회의 모순도 참으로 놀라웠다. 그러한 모순을 아렌트도 경험했는데 인종소요가 일어난 '리틀록'사건에 대한 글 때문이었다. '사회적 차별을 받아들여야 한다(본문 191쪽)'는 아렌트 주장은 문제를 불러 일으켜서 그 글로 인해 미국사회에 아렌트를 비난하고 적대시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녀의 미국인 친구들조차도 그녀의 그 글에 대해 화를 낼 정도였다고하니 미국사회에서 그녀의 그 글이 대다수 미국인들에게 어떤 의미로 읽혔는지 짐작할 만하겠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렌트가 자신의 '리틀록' 글로 인해 상을 받고 상금 300달러도 받았다는데 있다. 정말이지 모순이지 않는가! 한편으로는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 '미국사회'가 '민주주의'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책을 통해 아렌트가 태어나기 전, 아렌트의 부모님 이야기부터 만날 수 있어 흥미로웠고, 부모님을 통해 본 아렌트의 어린시절 이야기도 무척 재미있었다. 조숙했고 감정적으로도 매우 이성적이었던 아렌트가 스승으로 만난 하이데거와의 관계를 어느 시점에서, 특히 나치즘 문제 이후 일단락 짓지 않는 점에서는 또다른 의아함을 주기도 했다. 아마도 사적영역에서의 아렌트가 하이데거를 향한 마음이 무척이나 남달랐단 생각이 들었다.

<한나 아렌트>의 일대기를 살펴 볼 수 있는 이책은 내게 아렌트에 관한 많은 것들을 알게 해주었다. 매우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아렌트를 깊숙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어 매우 즐겁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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