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서정시로 새기다 K-포엣 시리즈
맹사성 외 지음, 고정희 외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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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글을 외국어로 번역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옮기고자 할 때 그 언어가 가지고 있는 역사성, 관습성 그리고 그 언어를 구사하는 나라의 문화까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좋은 번역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문학적 기교는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터이다. 

이책, 시조를 영어로 편역한 책이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시가 아니라 시조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다.  



시집에 실린 중세와 근대에 쓰여진 시조들은 당연히 우리글도 중세국어와 근대국어로 쓰여진 시조다. 앞서 번역의 어려움을 짧막하게 얘기했는데, 번역할 때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번역했는지 서문에 자세히 적고 있어서 좋았다. 고정희님은 되도록 번역하려는 시조가 원문의 의미를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했다한다. 그럼에도 두 언어의 문화적 특수성으로 인해 어떤 부분들은 직접 번역이 불가능하기도 했다고 적고 있다. 아마도 이런 경우에 두 사람의 의사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힘들었으리라. 

서문엔 '대안적 번역'이라는 말이 나온다. 특히 중세와 근대에 쓰여진 우리의 시조를 일대일로 엄격하게 영어로 대응시켜 번역하는 일에서 쉽지 않아서 이룬 타협일텐데 우리의 시조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번역으로 택한 방법이라 한다. 이 번역을 '원문의 의미와 뉘앙스를 전달하는 번역'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우선, 시조를 전공한 고정희님과 공동으로 작업한 영국학자(저스틴 M. 바이런-데이비스)가 영국 중세 문학을 전공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시조를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고정희는 가능한 한 원문의 의미를 그대로 옮기고자 한 반면 저스틴 M. 바이런-데이비스는 시의 운율과 영문의 미묘한 차이에 대한 민감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원문의 뉘앙스를 영문에서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 <서문> 10쪽

시조는 한 음보의 글자수가 서 너개이며, 4음보의 율격을 가진다. 조선시대 시조창으로 불렀으니 시조에서 율격은 중요하다 하겠다. 그렇지만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는 이 율격을 지켜서 번역할 수는 없었으리라. 서문에서도 그 부분을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시조 번역의 중심을 서정성에 두었다고 한다. 제목이 <시조, 서정시로 새기다>인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겠다.



본문 사진은 윤선도의 <어부사시사>의 '춘사' 1수와 2수 일부분이다. 편역된 시를 보면 시조의 한 행의 가운데를 이분하여 번역해서, 두 행으로 나눠 번역된 것을 볼 수 있다. 번역된 시조를 서정시로써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총 4부로 나눠 펴낸 이 시집에서 제2부는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전편으로 이루어져있다. 조선시대 최고의 시인으로 불리우는 윤선도의 작품이 '시조 장르의 정점'이라는 제목을 달고 2부에 오롯이 <어부사시사> 전체가 번역되어 실렸다. 

<어부사시사>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머리에 순간 떠오르는 구절로, 후렴구로 쓰인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가 있다. '찌그덩'이라는 노 젓는 소리와 '어영차'라는 어부 목소리를 한자어 소리음으로 나타낸 것인데, 번역된 부분을 보니 "Ji-go-dok, ji-go-dok, oh-sa-wa"로 되어 있다. 노 젓는 소리는 '찌그덕'으로 표현해 놓았다.

이렇듯 시조 한 편 읽으면서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해 놓았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꽤 있다.

실려 있는 시조들 또한 대표할 만한 시조들이다. 그런 점에서도 충분히 소장할 만한 시조집이라 하겠다.

영어권 나라의 독자들이 우리의 시조를 어렵지 않게 읽고, 아름다운 우리의 시조를 감상할 수 있으리라 기대도 되고, 우리 또한 시조를 서정시처럼 읽어보는 시간이 될듯하다.





* 리뷰어스클럽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시집#시조서정시로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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