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볼 때는 몰랐는데 다시 보니 저메키스는 정말 천재잖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만화와 실사가 어긋나지 않고 이렇게나 조화롭게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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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와 만화가 동시에 등장하기 때문에 이질감이 많이 들 수 있는데, 그 생각을 말살시키는 게 그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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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져 래빗의 촐싹거리고 한 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움직임을 그림자가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등장하는 모든 만화 캐릭터의 그림자가 실사와 한데 어우러지지만 이질감이 들지 않게 만들었다. 무려 1990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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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세상은 1940년대로 만화의 저작권 같은 것들이 없어져서 실사와 만화가 함께 톤 타운에서 생활을 한다. 인간과 만화 캐릭터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지내고 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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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만화동산을 만든 에크미가 죽으면서 범인이 로저 래빗이라는 판사의 말에 탐정인 에디가 진짜 범인을 만화동산에서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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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는 탐정이지만 알코올 중독자로 나온다. 오래전에 형과 함께 만화동산에서 만화를 위해 일하다가 알 수 없는 존재에게 형이 죽임을 당한 이후 술을 마시게 되었다. 알 수 없는 존재는 빨간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웃었다는 것 밖에 기억을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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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동산을 만든 에크미는 로저 래빗의 섹시한 아내 제시카를 만나는 사진을 에다가 담는데, 그 사진을 남편인 로져 래빗이 보고 울고 불고 난동을 피우다가 방에 있던 보드카 한 잔을 마시고 취기가 폭발하면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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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에크미가 죽었기에 판사는 로저 래빗이 범인이라 잡아서 녹이려 든다. 판사는 합성화학물로 만든 용액으로 만화 캐릭터를 녹여서 없애고 싶어 한다. 만화동산을 먹으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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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져 래빗은 자신이 살인자가 아니라며 탐정 에디, 그리고 돌로레스와 함께 진짜 범인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만화 캐릭터를 용액에 넣어서 녹여서 죽일 때는 정말 그렇게 보여서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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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에디 역의 밥 호킨스는 2014년에 고인이 되었다. 멋진 돌로레스로 나온 조안나 캐시디는 45년 생으로 21년까지 영화와 방송에서 주조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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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터치스폰 픽쳐스와 스필버그가 제작에 참여했고 저매키스가 감독했다. 희대의 악당 둠 판사로 나온 크리스토퍼 로이드는 [빽 투 더 퓨처]의 박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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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모든 캐릭터가 짧게 길게 다 나온다. 40년대의 미국 일상도 볼 수 있다.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는 등. 그리고 흑백에서 컬러로 넘어오는 경계에 놓인 캐릭터들의 한탄 같은 것들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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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트나 캐릭터 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재미있다. 또, 어릴 적 디즈니 만화동산에서 듣고 보던 노래들도 잔뜩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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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야기 역시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 곳곳에 있어서 보는 재미가 두 배는 된다. 이토록 멋진 영화라면 죽기 전에 봐야 할 영화에 넣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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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파멜라와 리암의 사랑이 할리우드를 녹이고 있다. 나이 들어도 꽁냥꽁냥 하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파멜라 앤더슨과 머틀리 크루의 드러머 토미와 육체박치기 비디오 누출 사건을 다룬 미드 시리즈 ‘팸 앤 토미’를 보면 19금도 이런 19금.


초 섹시 파멜라 역을 릴리 제임스가 끝내주게 했다. 엄청난 수위의 이야기가 꿈과 희망의 디즈니 플러스에서 서비스가 되었다.


토미가 헤더와 헤어지고 파멜라를 만난 지 100시간 만에 반해서 결혼을 하고 요트 위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면서 두 사람만의 엄청난 섹스 비디오를 찍어서 금고에 넣어두는데 그게 도둑을 맞는데 온라인으로 배급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난리가 난다.


릴리 제임스와 세바스탄 스탠이 파멜라와 토미를 연기하는데 처음에 릴리 제임스? 파멜라 같은 독보적인 섹시스타를 어떻게?라고 생각했는데 와아 릴리 제임스의 얼굴이 전혀 없다.

손짓, 말투, 몸짓, 몸매, 가슴 모든 게 그냥 파멜라 앤더슨이다. 릴리 제임스가 홀딱 벗고 나오는 장면이 많지만 그 굉장한 신체는 그래픽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실제 파멜라는 그 당시 그런 몸이어야만 했다.


섹스 영상이 온라인으로 배급된 것 때문에 법정에서 당시 파멜라의 몸은 노출된 채로 수많은 잡지와 영상에 공개했다는 이유로 공공의 재산이라는 어이없는 판결을 받는다.


법의 나라 미국이라지만 90년대 미국 법정도 엉망진창이었다.


파멜라는 여자나 여배우가 아닌 한 인간으로 사람들에게 비치기를 바랐지만 모두가 그녀를 하나의 상품 내지는 포르노 배우 정도로 취급했다.


임신까지 하고 영화 배역은 엘리자베스 헐리, 킴 베이싱어에게 전부 내주고 3류 영화에나 나가야 했고 토미와 변호사는 자신의 마음과 다른 행보를 보인다.


파멜라와 토미의 섹스 영상이 남자들에게는 욕구를 푸는 비디오 정도였다.


그런데 성인배우들, 여자 성인배우들에게 그 영상은 정말 신혼 첫날의 사랑하는 신혼부부의 달콤하고 사랑하는 눈빛의 파멜라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흔한 섹스비디오와는 다르게 두 사람의 사랑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행복해하는 두 사람의 얼굴을 비디오가 비추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파멜라에 맞춰져 있다.


안타까운 모습의 파멜라, 행복해하는 파멜라, 아이 같은 파멜라, 잠 못 드는 밤의 시애틀에 빠져 있는 파멜라 등 파멜라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연기를 릴리 제임스가 기가 막히게 해내고 있다. 파멜라와 리암 니슨의 사랑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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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의 옥자를 보면 미국 슈퍼돼지 콘테스트를 할 때 창문 밖으로 거대 돼지 인형이 천천히 지나간다. 이 장면은 봉 감독이 이와이 슌지 감독의 하나와 엘리스의 한 장면을 오마주 했다.


이와이 슌지는 데츠카 오사무를 너무나 좋아했기에 철완아톰의 여러 부분을 영화 속에 오마주해서 넣었다. 기차역의 이름이라든가 등등.

예술가들은 나라를 막론하고 전부 끈끈한 끈으로 연결이 되어 있고 친하게 지낸다. 예술은 정치를 초월하고 [인류]라는 엄청난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게 만든다.


독일의 플럭서스 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백남준은 초년 시절 함께 열심히 예술 운동을 했던 예술가가 있었는데 오노 요코였다. 그 덕분인지 존 레넌, 팝 아트의 거장인 엔디 워홀과도 교류를 활발히 했다.


하루키는 윌리엄 포크너의 [헛간 타오르다]를 좋아해서 [헛간을 태우다]라는 단편 소설을 탄생시켰고, 그 덕에 이창동 감독의 [버닝]을 여러 번이나 보게 되었다. 이렇게 예술은 서로가 연결이 되어있다. 좀 비켜간 얘기로 코카콜라 한글체가 있다. 68년에 등록된 이후 지금까지 코카콜라는 이 글씨체를 유지하고 있다.

이 글씨체는 우리나라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로 2017년에 작고하신 봉상균 화가의 작품이다.


바로 봉준호 감독의 아버지다. 봉상균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검색해서 보면 감탄이 나온다. 아니, 감탄보다는 감동이 온다.


재미있는 건 봉 감독의 외할아버지도 시대의 이름을 남긴 소설가였다. 그는 김해경(이상), 이효석 등과 함께 구인회 활동을 했고, 가장 유명한 소설은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되었다.


봉 감독의 영화를 보면, 영화라는 예술은 영화 이전에 나온 예술(미술, 사진, 건축, 의상, 음악 등)에 신세를 지고 있어서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그래서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봉 감독의 영화는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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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해를 받으며 책을 읽고 있었다. 해가 아주 뜨겁게 하늘에 떠 있었는데 흐려지고 바람이 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구름이 가득하고 몸도 뜨거워져 일어나려는데 비둘기 한 마리가 내 쪽으로 머리를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왔다. 그리고 뭔가를 쪼아서 먹더니 다시 뱉어냈다. 먹지 못하는 나무 조각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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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새끼, 분명 못 먹는 건데 여러 번 입으로 넣어서 다시 뱉어냈다. 바닷가에서 어느 순간부터 갈매기보다 비둘기를 더 많이 본다. 비둘기가 날아다니는 모습보다 머리를 앞뒤로 까닥까닥하면서 걷는 모습을 많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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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는 먹는 게 아닌 걸 알고는 저 먼 곳으로 걸어서 가버렸다. 비둘기의 삶을 생각하면 단순하다. 하루 종일 먹을 걸 찾아다닌다. 천적도 없고, 가끔 사람들이 먹을 걸 던져 주니까 유유자적, 바닷가에서 먹이를 찾아서 하루 종일 다닌다. 진짜 평화로워 보인다. 그래서 평화의 상징인가? 그러다가 아까 갔던 비둘기가 다시 왔다. 절대 날아다니지 않는다. 먼 거리지만 걸어 다닌다. 까닥까닥 거리며 오더니 아까 집었던 그 나무 조각을 또 집어서 입에 넣었다. 저 머저리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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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뱉어내고, 다시 입에 넣었다가 뱉었다가. 그제야 아, 이건 먹을 게 아니구나.라고 받아들였는지 다시 걸어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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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비둘기가 친구를 데리고 오더니 나무 조각 있는 곳으로 갔다. 저 끈질긴 새끼, 왜 나무조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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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두 마리는 연인인지, 가족인지 뭔 관계인지, 두 마리가 까닥까닥 거리며 와서 나무 조각을 입에 넣었다가 뱉어내고, 다시 입에 넣었다가 뱉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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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꼴이 보기 싫었던지 내 뒤의 가로등에 내 팔뚝만 한 까마귀가 앉아서 깍 깍 거렸다. 그 소리를 듣고 비둘기 두 마리는 그 자리를 떠났다. 날아가지 않았다. 까닥까닥 거리며 그 애처로워 보이는 두 발로 걸어서 멀리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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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누구에게나 추억이 깃든 곳이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추억으로 덧 입혀져서 아름답게 채색된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꺼내듯 떠올리면 배시시 웃음이 난다. 나에게 추억이 깃든 어린 시절의 곳들은 전부 사라지고 없지만, 그곳을 요즘도 자주 지나쳐 온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때의 추억 속에 잠시 머물 수 있다.


그중에 제1 순위는 문방구였다. 문방구는 나의 최애 놀이터였다. 문방구에서 프라모델을 구경하고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4학년인가, 3학년 때인가, 여름방학에 아침에 나가서 오후가 되어도 집에 들어오지 않았던 나를 찾으러 엄마가 문방구까지 와서 끌려갔던 적도 있었다. 어떤 날은 장 보는 데 따라갔다가 문방구 앞에서 프라모델을 진열해 놓은 문방구 앞에서 움직이지 않아서 엄마는 먼저 집으로 간 적도 있었다.


코난, 아톰, 마징가, 철인 28호 같은 장난감이 잔뜩 진열되어 있던 문방구. 학교 앞 문방구는 몇 군데 있었고, 학교에서 집 까지는 10분 정도 거리였다. 엄마는 나를 억지로 집으로 데리고 가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비교적 얌전했던 나는 문방구 속 프라모델을 구경하는 것으로 허기 같은 것을 달래고 있었고, 엄마는 그렇게 하게 내버려 두었다.


한참을 서서 가지런하고도 멋지게 진열된 프라모델을 구경하느라 행복함에 젖어들었다. 용돈을 받으면 그 돈을 모아서 프라모델을 샀다. 집으로 와서 그걸 뜯어서 조립하는 시간은 행복 그 자체였다. 추석이나 구정 같은 명절에 받은 돈으로 좀 더 레벨이 높은 프라모델을 구입하면 혼자 만들지 못해서 아버지와 함께 만들었다. 아버지와 함께 문방구에서 사 온 프라모델을 만드는 건 세상에서 제일 즐거운 일이었다.


문방구는 아이들의 백화점 같은 곳이었다. 내가 다닌 초등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초등학교 3군데가 거리를 두고 일렬로 죽 있다. 그래서 그 앞에는 문방구가 가득하다. 요즘도 가끔 꿈속에 그 문방구 거리가 나온다. 죽 붙어있는 문방구는 아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기술을 문방구 입구에 가득 채워 놨다. 문방구에서 사이다를 마시기도 하고, 뽑기도 하고, 병아리를 구경했다. 맵지 않은 닭발도 팔았고, 쥐포나 쫀드기 같은 맛있는 것들이 가득했다.


문방구마다 특색이 있어서 문방구를 찾는 학년도 달랐다. 나는 프라모델이 많은 문방구를 당연하지만 좋아했다. 입구 옆으로 된 유리 진열대 위에 가득한 만화 주인공들은 마치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요즘은 문방구가 거의 사라졌다. 적어도 내가 다니는 문화권 내에서는 볼 수 없다. 프라모델은 전문점이 있고, 인터넷으로 구경과 동시에 구입이 가능해졌다. 너무 손쉽게 구 할 수 있어서 그런지 언젠가부터는 프라모델의 흥미가 좀 떨어졌다.


내가 나온 초등학교는 그대로 있지만 운동장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학교 건물이 늘어났다. 문방구가 있긴 하지만 문방구라는 간판만 문방구고 문방구의 모습은 아니었다. 기억은 퇴색됐지만, 행복하고 즐겁게 문방구를 추억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내가 다니던 학교 근처 문방구가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꽤나 오래 버텼지만 사라지고 말았다. 100년이 넘은 초등학교도 사라지더니 그 자리에 주차장이 생겼다. 뭔가 참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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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8-12 2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도 초등학교 정문옆 문방구가 사라지고 카페가 생기더니 결국은 선술집으로 바뀌더군요.

교관 2025-08-13 12:05   좋아요 0 | URL
문방구는 이제 대부분 사라지는가 봐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