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해를 받으며 책을 읽고 있었다. 해가 아주 뜨겁게 하늘에 떠 있었는데 흐려지고 바람이 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구름이 가득하고 몸도 뜨거워져 일어나려는데 비둘기 한 마리가 내 쪽으로 머리를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왔다. 그리고 뭔가를 쪼아서 먹더니 다시 뱉어냈다. 먹지 못하는 나무 조각 같았다.

비둘기 새끼, 분명 못 먹는 건데 여러 번 입으로 넣어서 다시 뱉어냈다. 바닷가에서 어느 순간부터 갈매기보다 비둘기를 더 많이 본다. 비둘기가 날아다니는 모습보다 머리를 앞뒤로 까닥까닥하면서 걷는 모습을 많이 본다.

비둘기는 먹는 게 아닌 걸 알고는 저 먼 곳으로 걸어서 가버렸다. 비둘기의 삶을 생각하면 단순하다. 하루 종일 먹을 걸 찾아다닌다. 천적도 없고, 가끔 사람들이 먹을 걸 던져 주니까 유유자적, 바닷가에서 먹이를 찾아서 하루 종일 다닌다. 진짜 평화로워 보인다. 그래서 평화의 상징인가? 그러다가 아까 갔던 비둘기가 다시 왔다. 절대 날아다니지 않는다. 먼 거리지만 걸어 다닌다. 까닥까닥 거리며 오더니 아까 집었던 그 나무 조각을 또 집어서 입에 넣었다. 저 머저리 새끼.

그리고 다시 뱉어내고, 다시 입에 넣었다가 뱉었다가. 그제야 아, 이건 먹을 게 아니구나.라고 받아들였는지 다시 걸어서 갔다.

그런데 비둘기가 친구를 데리고 오더니 나무 조각 있는 곳으로 갔다. 저 끈질긴 새끼, 왜 나무조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지.

비둘기 두 마리는 연인인지, 가족인지 뭔 관계인지, 두 마리가 까닥까닥 거리며 와서 나무 조각을 입에 넣었다가 뱉어내고, 다시 입에 넣었다가 뱉어냈다.

그 꼴이 보기 싫었던지 내 뒤의 가로등에 내 팔뚝만 한 까마귀가 앉아서 깍 깍 거렸다. 그 소리를 듣고 비둘기 두 마리는 그 자리를 떠났다. 날아가지 않았다. 까닥까닥 거리며 그 애처로워 보이는 두 발로 걸어서 멀리 가버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