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면 인심이니 정이니 하는 인간의 최고 보류의 인간적인 감정이 삭막해진 것 같지만 그건 뉴스라서 그런 것 같다. 뉴스에서는 한 살 때 버린 딸이 서른 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어버리니 나타나서 보험금을 타내려 하는 엄마의 파렴치한 기사가 있고, 같은 반 친구를 하루에 400대씩 때려서 항문이 파괴되어 죽어버린 학생의 기사도 있고, 남편을 죽여 동가리 동가리 낸 기사와 자신의 아이를 죽인 기사 그리고 끊어지지 않는 유치원생을 때리는 선생의 분노를 들끓게 하는 기사도 많다. 그런 일련의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인간의 정이란 메마른 것인가 하게 된다. 하지만 뉴스라서 그럴 것이다

내가 있는 여기 바닷가에서 조깅을 하거나 어슬렁거리며 다니거나 책을 읽거나 하면 마시라고 맥주를 사주는 분들도 계시고 샌드위치도 사주는 분도 계신다. 모든 사람들이 대체로 정이 넘치는 것 같다

편의점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다 보면 동네 어르신들이 집에 키우는 강아지를 데리고 바닷가를 산책하다가 편의점에 앉아서 맥주를 한 잔씩 마신다. 그때 강아지를 풀어 놓는다

강아지는 야호 하며 편의점 곳곳을 솔솔이처럼 돌아다니며 킁킁 거린다. 먹던 샌드위치를 좀 뜯어서 줬더니 냠냠 잘도 먹는다. 강아지를 풀어놓고 테이블에 올라가도 누구 하나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 뭐 그런가? 그런 거지, 같은 분위기다

저 앞 테이블에서 이미 술병을 많이 비운 동네 어르신도 강아지를 보더니 이름을 부르며 강아지를 친절히 대한다. 강아지도 자주 보던 삼촌들인 걸 알고 주위를 알짱알짱 거리며 자유롭게 다닌다. 편의점 야외에 딸린 수돗가에서 슬쩍 소변을 봐도 주인아주머니가 나와서 시원하냐라며 그 자리를 청소해준다

정말 기분 좋은 풍경이다. 누구 하나 짜증 내는 사람이 없고 강아지도 꼬리를 말아서 겁을 집어먹고 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친밀함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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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벽면 위에 튄 핏자국이 벽에 걸려 있는 미술품보다 더 예술적으로 보이는 존윅의 총사위


존윅은 2편에서 이렇게 끝나지만 끝난 게 아니다. 존윅의 팬들은 곧 3편에서 존윅의 총사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근거리에서 결투하듯 총질을 해대는 영화는 이퀼리브리엄이후 잠잠했는데 존윅이 해내고 있다. 존윅의 키아누 리브스는 존윅 이후 나오는 다른 영화도 모두 존윅처럼 보인다


갈등 없이 시원시원하고 잔인하고 고어적인 총질을 해서 적들을 무찌르는데 존윅은 다른 영화의 주인공에 비해 엄청 얻어터진다. 총도 많이 맞는다. 하지만 영화적 허용을 넘어서 버린 것 같은 초인적인 힘으로 쓰러지지 않고 총질을 한다


갈등 없이 시원시원한 총질로 영화를 끌어가는 히트맨이 있었는데 후속편 실패


히트맨보다 더 갈등 없이 시원시원하고 더 좋은 영화였던 덴젤 워싱턴의 이퀄라이저도 2편에서 실패했다. 이퀄라이저의 맥콜은 21세기 영화적으로 완벽한 히어로였다. 절제된 액션이라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라고 여실히 보여주었다.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액션 영화였다


존윅 또한 갈등이 없다. 데리고 있는 개가 죽음을 당했다. 총을 든다. 찾아가서 총질을 한다. 살고 있는 집이 불태워진다. 총을 든다. 찾아가서 총질을 한다


빌런들과 가까이 붙어 총질을 하는 존윅은 광고처럼 스타일리시하다. 존윅은 빌런의 얼굴에 대고 총알을 마구 쏘아댄다. 얼굴이 뻥뻥 뚫린다. 마블의 퍼니셔처럼 망설임도 없다. 팬들을 위해 그런 존윅이 3편으로 돌아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총질은 시카리오에서 이쪽 손으로 총을 들고 이쪽 검지로 방아쇠를 파바바바바바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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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는 재미2

아무래도 연탄처럼 시커멓게 태워서 바닷가를 조깅하고 있으면 외국인으로 오인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현상은 거의 십 년 전부터 일어나고 있는데 여름에 해운대를 가면 더 그렇다. 파스쿠찌에서 커피를 사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하필 내 차례에서 알바가 영어로 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 같은 말을 술술 하는 것이 아닌가. 원래 에스프레스를 마시려고 했는데 발음이 구릴까 봐 나도 모르게 입에서 아이스코히가 튀어나왔다. 분명 알바는 나를 홍콩인이나 대만 내지는 베트남 인으로 봤을 텐데 순간 일본어가 튀어나왔다. 젠장.

요즘 휴가라 거의 집 앞 바닷가에서 하루 종일 뒹굴뒹굴하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하다 보니 온몸이 새까맣게 되었다. 등대 근처를 한 바퀴 달려오다가 등대 주위의 식당가로 오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두 손으로 음료를 받아서 오다가 종이컵 하나를 떨어트렸다. 얼른 주워서 올려드렸는데 나를 슥 훑어보더니 땡큐, 이츠 베리 배리 땡큐 맨~~라고 하는 거였다.

내가 한국을 제외한 동북아시아 인으로 보일 수 있다. 왕왕 겪는 일이라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때 내 주머니 폰에서는 스피커로 뉴스공장이 나오고 있었다. 노래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온통 한국말로 나불나불 거리고 있었음에도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을 했다.

또 할 수 없이 유아 웰컴, 라고 했는데 할아버지 나를 이끌더니 파라솔에 앉히고는 음료를 사주시려고 했다. 뉴스에 나오는 한국인들은 전부 무서운 사람들뿐인데 모두가 왜 이렇게 친절이 흘러넘쳤다. 그러니까 어제의 그 사람들도 오늘의 이 할아버지도 어떤 누군가와 친밀하게 지내고 싶는 것뿐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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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이른 오전에는 바닷가에서 홀라당 벗고 책을 읽고 있는데 저기 어부 부부가 배를 뒤집는데 도와달라고 해서 호기롭게 가서 저따위 통통배 하며 배를 뒤집으려고 하는데 꿈쩍도 안 하는 것이다. 내 생각에 나만 악을 쓰고 힘을 주는 것 같았다. 하나 둘 셋에 맞춰서 배를 힘껏 들어 올리는데 별이 반짝하며 보였다


우이씨, 어부 부부는 나이가 많이 든 분들이라 힘을 주지 않는 것일까. 할 수 없이 어깨로 밀어 올리느라 어깨에 벌겋게 티가 났다. 물론 어부 부부도 힘을 다하셨다. 세 명 얼굴이 전부 찌그렸으니. 그때 마을의 청년이 지나가다 와서 도와줘서 배를 뒤집었다


배는 가끔 뭍에 올려 뒤집어서 배 밑바닥을 청소해야 한다. 배 밑바닥에는 이끼를 비롯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갯것이나 바다 것들이 붙어서 통통배의 생명을 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다에 있으면 발바닥에 닿는 모래의 촉감, 바다 주위에서 들리는 파도소리와 갈매기 소리, 배의 밑바닥과 해안에서 풍기는 짭조름한 냄새가 감각을 일깨운다. 무엇보다 배가 뒤집어질 때 어부 부부가 넘어간데이 넘어간데이 하는 그 짜릿한 소리가 별거 아님에도 기억에 오래 남을 정도로 신기하게 다가온다. 아주 당연한 것들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정말 신기한 것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같은 기분이지만 늘 그 자리에서 당연한 것에는 또 몹시 신기하다


한 시간 정도 책을 읽으며 몸을 태운 다음 평소와 다르게 등대 주위를 한 시간 정도 조깅을 한다. 등대로 올라가면 야외에 운동을 하는 곳이 있는데 몸을 풀고 있었다


내 앞으로 초등 고학년 누나와 초등 저학년인 남동생이 와서 윗몸일으키기를 하려고 했다. 남동생이 누나는 이거 못하지 못하지?라며 시동을 걸었다. 누나는 왜 내가 이거 못해! 잘 해! 하더니 윗몸일으키기를 두 개 했다. 남동생이 와와 하는데 누나가 브라끈을 다시 올렸다


그때 남동생이 니넌 가슴도 없으면서 큰누나 브라자는 왜 차고 나와서.라고 하니 누나가 큰 소리로 야! 나 가슴 있거든! 라고 했고 남동생이 멀어지면서 누나에게 니 그게 가슴이냐,라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렸다


나의 코앞에서 벌어진 일이라 웃음이 나오는데 웃을 수는 없었다. 밖에서는 별로 신기하지 않은데 신기하고 신기한 일들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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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연탄이 아닌가 할 정도다. 밤에 다니면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씨유 편의점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바닷가의 씨유 편의점에는 네 캔에 만 원 하는 맥주가 없어서 와인을 한 병 마시면서 책을 좀 읽고 있었다.

그런데 뒤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던 아저씨들이 헤이 헤이하더니 책 제목을 알고 싶다고 했다. 나는 책을 들어서 보여주었다. 노래하는 고래, 밑에 아주 작은 글씨로 일본어가 쓰여 있는데 같은 제목의 일본 글씨다.

그때 그들 중 한 명이 큰 글씨의 한글로 된 제목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일본어만 보더니 나에게 일본 사람이냐고 물었다.

그들은 뭐랄까 선량하게 보이는데 어딘가 괴로움을 참지 못해 뭔가 우당탕탕 사고를 늘 쳐서 회사나 그런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오후인데도 이미 모두 술이 어느 정도 되어서 혀가 살짝 구부러지기 일보 직전인데 나에게 일본 사람이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한국말로 대답했는데 그때부터 그들은 그들끼리 마시던 관심을 전부 나에게 쏟았다. 와인을 병나발 부는 모습이 생소했는지 오우 와인, 와인 하면서 나에게 읽고 있는 책 내용을 물었다. 질문을 한 남자는 제일 술이 많이 되었는데 자기도 책을 좋아한다고 했다.

책은 일본의 먼 미래의 내용이다. 일본에는 거대한 카타스트로프가 도래하고 돌연변이 인간이 탄생을 하며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에게는 하루에 10년씩 늙어가는 주사를 맞게 하며 언어, 높임말이 사라진 시대에 높임말을 쓰는 주인공이 무언가를 찾아가는 내용이라고 한국말로 또박또박 말해 주었다.

줄거리가 재미있는지 모두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일본 말과 영어와 한국말을 막 섞어가며 그래서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나도 아직 다 읽지 못해서 여기까지만 안다고 했더니 모두가 스고이 스고이 했다.

이렇게까지 한국말로 했음에도 악착같이 나를 일본 사람으로 알고 친해지려고 애를 쓰는 그들이 뭔가 안쓰럽고 귀엽게(얼굴은 전혀)까지 보였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더니 식사를 제공하고 싶다며 근처에 짜장면 잘 하는 곳이 있다, 한국 짜장면 최고 최고하며 같이 먹고 오자고 했다.

그때부터 나는 장난기가 슬슬 발동하며 남자끼리 사귀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들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아니 아니 그런 말이 아니야, 라며 우리는 사귀자는 게 아니라 식사를 하면서 친하게 지내자는 것이다,라는 말을 역시 엉망인 한국 말, 이상한 일본 말, 기묘한 영어를 섞어 나에게 말했다. 한 시간 가량 암튼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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