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이른 오전에는 바닷가에서 홀라당 벗고 책을 읽고 있는데 저기 어부 부부가 배를 뒤집는데 도와달라고 해서 호기롭게 가서 저따위 통통배 하며 배를 뒤집으려고 하는데 꿈쩍도 안 하는 것이다. 내 생각에 나만 악을 쓰고 힘을 주는 것 같았다. 하나 둘 셋에 맞춰서 배를 힘껏 들어 올리는데 별이 반짝하며 보였다


우이씨, 어부 부부는 나이가 많이 든 분들이라 힘을 주지 않는 것일까. 할 수 없이 어깨로 밀어 올리느라 어깨에 벌겋게 티가 났다. 물론 어부 부부도 힘을 다하셨다. 세 명 얼굴이 전부 찌그렸으니. 그때 마을의 청년이 지나가다 와서 도와줘서 배를 뒤집었다


배는 가끔 뭍에 올려 뒤집어서 배 밑바닥을 청소해야 한다. 배 밑바닥에는 이끼를 비롯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갯것이나 바다 것들이 붙어서 통통배의 생명을 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다에 있으면 발바닥에 닿는 모래의 촉감, 바다 주위에서 들리는 파도소리와 갈매기 소리, 배의 밑바닥과 해안에서 풍기는 짭조름한 냄새가 감각을 일깨운다. 무엇보다 배가 뒤집어질 때 어부 부부가 넘어간데이 넘어간데이 하는 그 짜릿한 소리가 별거 아님에도 기억에 오래 남을 정도로 신기하게 다가온다. 아주 당연한 것들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정말 신기한 것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같은 기분이지만 늘 그 자리에서 당연한 것에는 또 몹시 신기하다


한 시간 정도 책을 읽으며 몸을 태운 다음 평소와 다르게 등대 주위를 한 시간 정도 조깅을 한다. 등대로 올라가면 야외에 운동을 하는 곳이 있는데 몸을 풀고 있었다


내 앞으로 초등 고학년 누나와 초등 저학년인 남동생이 와서 윗몸일으키기를 하려고 했다. 남동생이 누나는 이거 못하지 못하지?라며 시동을 걸었다. 누나는 왜 내가 이거 못해! 잘 해! 하더니 윗몸일으키기를 두 개 했다. 남동생이 와와 하는데 누나가 브라끈을 다시 올렸다


그때 남동생이 니넌 가슴도 없으면서 큰누나 브라자는 왜 차고 나와서.라고 하니 누나가 큰 소리로 야! 나 가슴 있거든! 라고 했고 남동생이 멀어지면서 누나에게 니 그게 가슴이냐,라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렸다


나의 코앞에서 벌어진 일이라 웃음이 나오는데 웃을 수는 없었다. 밖에서는 별로 신기하지 않은데 신기하고 신기한 일들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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