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연탄이 아닌가 할 정도다. 밤에 다니면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씨유 편의점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바닷가의 씨유 편의점에는 네 캔에 만 원 하는 맥주가 없어서 와인을 한 병 마시면서 책을 좀 읽고 있었다.

그런데 뒤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던 아저씨들이 헤이 헤이하더니 책 제목을 알고 싶다고 했다. 나는 책을 들어서 보여주었다. 노래하는 고래, 밑에 아주 작은 글씨로 일본어가 쓰여 있는데 같은 제목의 일본 글씨다.

그때 그들 중 한 명이 큰 글씨의 한글로 된 제목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일본어만 보더니 나에게 일본 사람이냐고 물었다.

그들은 뭐랄까 선량하게 보이는데 어딘가 괴로움을 참지 못해 뭔가 우당탕탕 사고를 늘 쳐서 회사나 그런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오후인데도 이미 모두 술이 어느 정도 되어서 혀가 살짝 구부러지기 일보 직전인데 나에게 일본 사람이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한국말로 대답했는데 그때부터 그들은 그들끼리 마시던 관심을 전부 나에게 쏟았다. 와인을 병나발 부는 모습이 생소했는지 오우 와인, 와인 하면서 나에게 읽고 있는 책 내용을 물었다. 질문을 한 남자는 제일 술이 많이 되었는데 자기도 책을 좋아한다고 했다.

책은 일본의 먼 미래의 내용이다. 일본에는 거대한 카타스트로프가 도래하고 돌연변이 인간이 탄생을 하며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에게는 하루에 10년씩 늙어가는 주사를 맞게 하며 언어, 높임말이 사라진 시대에 높임말을 쓰는 주인공이 무언가를 찾아가는 내용이라고 한국말로 또박또박 말해 주었다.

줄거리가 재미있는지 모두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일본 말과 영어와 한국말을 막 섞어가며 그래서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나도 아직 다 읽지 못해서 여기까지만 안다고 했더니 모두가 스고이 스고이 했다.

이렇게까지 한국말로 했음에도 악착같이 나를 일본 사람으로 알고 친해지려고 애를 쓰는 그들이 뭔가 안쓰럽고 귀엽게(얼굴은 전혀)까지 보였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더니 식사를 제공하고 싶다며 근처에 짜장면 잘 하는 곳이 있다, 한국 짜장면 최고 최고하며 같이 먹고 오자고 했다.

그때부터 나는 장난기가 슬슬 발동하며 남자끼리 사귀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들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아니 아니 그런 말이 아니야, 라며 우리는 사귀자는 게 아니라 식사를 하면서 친하게 지내자는 것이다,라는 말을 역시 엉망인 한국 말, 이상한 일본 말, 기묘한 영어를 섞어 나에게 말했다. 한 시간 가량 암튼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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