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새바람이 불어와 노란 꽃들을 겨울에도 피웠다

마법 같았던 15년 전 봄처럼 따뜻한 높새바람은

초초히 밤의 그늘을 지나 몸의 중심부에서

마른 뼈 위를 굴러다니다가 몸의 외부로 불어와

혼신에 生涯(생애)를 불어 넣었다

고행자였던 높새바람은 탐욕에 물들어가던

사막의 확장을 막았고 오후의 검은 가고일을 춤추게 만들었고

내장을 착하게 만들었고 壽(수)액을 위에서 발끝으로 원활하게 해 주었다

높새바람이 아니었다면 생에서는 만나지 못할 폐와

말피기소체 높새바람이 捧下(봉하)에서 소멸하고

세상의 노란 꽃들은 血淚(혈루)를 흘렸고 시간을 들여 시들어갔다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

높새바람은 사그라들었지만 여진을 남겨두었어

그 여진은 수십 수백의 노란 갈래로 뻗어져

한바탕 큰 바람이 필요할 때 수축했던 노란 꽃들이

한 송이의 큰 꽃으로 뭉쳐진다

노란 꽃들은 겨울에도 피기 위해 높새바람이

남긴 여진을 타고 지금도 몸의 외부로 흐른다 - 노무현을 생각하며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다 내 책임인 것 같았다


아홉시 뉴스를

보고 있으면

어느 것 하나

대통령 책임

아닌 것이 없었다


대통령은 그런 자리였다

노통은 참 많은 공격을 받았고, 퇴임 후 노통이 자주 다니던 식당까지 탈탈 털렸지만 노통과 민주시민들은 괜찮았다. 그 예전에는 민주주의가 착하게 살면 그냥 이루어지는 줄 알았는데 살아보니 죽을 힘을 다해 싸우고 투쟁해야 민주주의가 이루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10주기 때 그려본 노무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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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시인이 고통으로 시를 빚어냈는데,

그 시가 너무너무 좋은 거야,

시를 안고 잠이 들다 시가 내 안으로 들어왔어,

나는 그토록 원하던 시가 된 거야.

시가 된다면 너에게 날아갈 수 있거든.

시가 되어서 그 아픈 기억을 모두

예쁜 추억으로 바꾸어 놓고

물 밑에서 보글보글 춤을 추는

너의 손을 잡고 싶어.

너는 나를 천천히 떼서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나는 너의 시니까.

통증을 느낄 수 있게

매일 조금씩 나를 떼먹어줘.

그럴 때마다 시는 노래를 부를 수 있어,

너를 위한 노래를.

나를 다 떼먹는 날 노래는 끝이 나고

나는 진정 아름다운 시가 되어

너의 속으로 들어갈게.

거기서 함께 아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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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뭐야. 우주선이 추락하고 외계인이 거기서 나와, 어느 한 집에 들어오고. 그럼 이야기가 대충 그려지는데 이 영화는 전혀 그런 공상판타지가 아니었다.

이 각박한 세상에서 내 편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이 전부 떠나고, 가족은 나를 짐짝처럼 생각하고. 그저 가만히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와 함께 티브이를 가만히 봐준다면 이 삭막하고 인정이 없는 세상이라고 잠시 떠날 수 있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쓸데없고 쓸모없는 기억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분명해지고, 스쳐갔던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들, 지나간 것을 기억하고 추억한다는 건 그 순간이 최애였다는 것에 자꾸 나이 듦에 자존감은 바닥을 찍고 쓸쓸하기만 하다.

추억 속에서 맞이했던 포근한 온도와 나른한 햇살, 아카시아 꽃과 같은 향을 앞으로 만나지 못할지라도, 추억 속의 그 장소, 그 공간은 그대로인데 시간은 자꾸만 나를 타이른다. 이제 그만하라고.

추억 속 그 사람은 최애를 부르고 있었지. 넌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면서, 너 자체가 바로 사랑이라면서. 이걸 그 존재감 없던 외계인 줄스가 해낸다.

후반부에 줄스가 우주선 안으로 들어오라는 포즈를 취할 때 뭐지? 하면서 가슴에 쿵 내려앉았다. 감동적이고 따뜻한 그런 영화는 잘 안 보는데 ㅋㅋ 이 영화는 정보 없이 보다 보니 어? 하게 된 영화였다.

조건 없이 나의 이야기를 마냥 들어주는 사람이 내 옆에 있을까 하고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줄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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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 때문에 미치겠다 정말,

유시민 작가도 말했지만,

세상은 이처럼 고통으로 가득한데 왜 이토록 아름다울까.

삶은 너무나 고통이다.

고통의 연속이며 작은 고통을 넘기면 큰 고통이 다가온다.

그 모습이 눈에 보여서 모든 걸 던져버리고 싶다.

매일이 고통의 연속이고 하루 24시간 중에

잠자는 시간을 빼면 고통과 마주해야만 한다.

그러다가 도파민이 터질 때가 있다.

내 사랑을 확인받을 때,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때,

내가 소중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 잠깐의 행복으로 세상은 아름답게 보인다.

“스스로 설계한 삶은 그 자체로 가장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 자신의 방식이기 때문에 그에게 가장 적합하다. 자유는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최고의 가치이기도 하다. 나는 이 견해를 전적으로 받아들인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저마다 원하는 삶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사는 것이 최선이다. 원하는 삶을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만이 인생의 의미를 부여하는 유일한 길이다. 남의 눈치를 살피면서 남의 방식을 따라 살 필요는 없다.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라고 유시민 작가가 ‘별이 빛나는 밤에’에 나와서 ‘청춘의 독서‘의 한 부분을 낭독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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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을 때

그 사람은 달팽이로 변했을 때

그대가 지나가면 건조했던

마음의 길이 촉촉한 추억이

된다는 걸 알았을 때

그때 달팽이의 등을 보았는데

무거운 집을 지고 있어서 인지

그렇게도 느리게 간다는 걸 알았을 때

달팽이는 자신의 생을 조금씩 떼서

건조한 길을 촉촉하게 했을 때

힘들어서 콱 죽고 싶다는 말은

이렇게 살기 싫다는

말이라는 걸 알았을 때

달팽이는 느리고 느리지만

바다로 갈 거라는 삶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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