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새바람이 불어와 노란 꽃들을 겨울에도 피웠다
마법 같았던 15년 전 봄처럼 따뜻한 높새바람은
초초히 밤의 그늘을 지나 몸의 중심부에서
마른 뼈 위를 굴러다니다가 몸의 외부로 불어와
혼신에 生涯(생애)를 불어 넣었다
고행자였던 높새바람은 탐욕에 물들어가던
사막의 확장을 막았고 오후의 검은 가고일을 춤추게 만들었고
내장을 착하게 만들었고 壽(수)액을 위에서 발끝으로 원활하게 해 주었다
높새바람이 아니었다면 생에서는 만나지 못할 폐와
말피기소체 높새바람이 捧下(봉하)에서 소멸하고
세상의 노란 꽃들은 血淚(혈루)를 흘렸고 시간을 들여 시들어갔다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
높새바람은 사그라들었지만 여진을 남겨두었어
그 여진은 수십 수백의 노란 갈래로 뻗어져
한바탕 큰 바람이 필요할 때 수축했던 노란 꽃들이
한 송이의 큰 꽃으로 뭉쳐진다
노란 꽃들은 겨울에도 피기 위해 높새바람이
남긴 여진을 타고 지금도 몸의 외부로 흐른다 - 노무현을 생각하며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다 내 책임인 것 같았다
아홉시 뉴스를
보고 있으면
어느 것 하나
대통령 책임
아닌 것이 없었다
대통령은 그런 자리였다


노통은 참 많은 공격을 받았고, 퇴임 후 노통이 자주 다니던 식당까지 탈탈 털렸지만 노통과 민주시민들은 괜찮았다. 그 예전에는 민주주의가 착하게 살면 그냥 이루어지는 줄 알았는데 살아보니 죽을 힘을 다해 싸우고 투쟁해야 민주주의가 이루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10주기 때 그려본 노무현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