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계약 마지막 날이다. 에드워드가 출근을 하고 나면 나는 집으로 가면 된다. 루카가 있는 초라하고 보잘것없고 누추하고 청소가 전혀 안된 집으로 간다. 에드워드는 먼저 식탁에 있었다. 에드워드는 모스의 기업을 인수하고 나면 뉴욕으로 간다.


 또 만나고 싶어. 에드워드는 설레는 말을 했다.


 그는 뉴욕에 아파트도 하나 장만했고 차도 준비했고 쇼핑도 마음껏, 게다가 쇼핑을 할 때 친절하게 모실 수 있도록 다 준비해뒀다고 했다. 에드워드는 여전히 나를 장난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건 슬픈 일이다. 무엇보다 슬프고 마음이 아픈 일이다. 에드워드는 나에게 이젠 길거리의 여자가 아니라고 했지만 여기에서 뉴욕으로 장소만 바뀌지 달라지는 건 없다. 에드워드는 그걸 모르고 있었다.


 에드워드는 나에게 자꾸 원하는 게 뭐냐고 물었다.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게 딱히 있는 것이 아니다. 정말 원하는 거라면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고 싶은 것뿐이다. 하지만 이 남자는 그걸 모른다. 무엇을 바라는지만 말하라고 했다. 나는 어릴 때 다락방에 갇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에드워드는 에드워드만의 표정으로 내가 하는 말을 들었다.


 다락이 꼭 성에 있는 감옥이었고 나는 그 속에 갇힌 공주라고 생각이 들었다. 백마를 탄 기사가 칼을 뽑았고 탑으로 와서 나를 구했다. 그 뒤로 나와 기사는 늘 함께 있게 되었다. 그때 꿈속의 기사가 나에게 멋진 아파트를 사준다는 말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다 듣던 에드워드가 무엇인가 말을 하려는데 전화를 받고 나갈 준비를 했다. 아마 스타키 그 변호사와 통화를 하는 모양이었다.


 에드워드는 나에게 자신이 한 말을 잘 생각해보라고 했다. 나가봐야 한다고 했다. 나는 한 반도 널 창녀 취급 한 적 없어.라는 말을 연기처럼 남기고 에드워드는 나갔다.


 '당신은 방금 나를 창녀 취급했어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슬픔에 젖어들었다.



 루카가 로비에 있다고 연락이 왔다. 아마 나를 기다리는 동안 남자만 보면 가격 흥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부인이 옆에 있든 없든. 그녀는 이 바닥의 멋진 여자니까.


 루카와 함께 호텔 수영장이 있는 야외로 나갔다. 그리고 나는 루카에게 마음을 털어놓았다.

 뭐? 키스를 했단 말이야? 입술에다가?

 루카는 손님을 사랑해서는 삶을 망친다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나를 꾸짖었다.

 큰일 났군, 큰일이야.

 루카는 계속 큰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루카는 같이 살게 될지도 모르고 보석도 마음껏 살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잘 될 가능성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도대체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해? 누가 그렇게 되었지? 루카 그 이름을 한 번 말해봐!


 루카는 관자에 손가락을 대고 생각을 쥐어짜더니,

 그런 년의 이름이? 이름이? 신데시발렐라! 루카의 말에 우리는 웃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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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의 여운을 뒤로하고 밤에 에드워드와 단둘이 체스를 했다. 사실 우리 둘 다 체스에는 관심이 없었다. 에드워드는 내일 다시 하자고 했다. 그는 피곤했다. 내일은 일하지 말고 하루 쉬어요. 에드워드는 내가 한 말에 정말 그렇게 했다. 그렇게 우리는 내가 즐기는 방식으로 에드워드와 휴일을 보냈다.


 잔디밭에서 맨발로 누워 셰익스피어를 읽고 내가 다니는 작은 퍼브에서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쓸데없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쓸모없지는 않았다.


 당신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르나요?

 내가 거짓말을 했으면 좋겠어?

 당신은 만약 음 내가 못생겨지면 비비안 오늘은 못생겼어,라고 할 사람이에요.

 설마, 그럴 리가.


 에드워드가 해주는 어떤 말에 나도 모르게 '빌어먹을'라고 해버렸다.

 비비안, 방금 그거 욕 한 거라 생각하는데.

 아니에요 에드워드, 욕하지 않았어요. '빌려먹을'라고 했어요.

 그가 웃었고 나도 웃었다.


 에드워드를 고객이라 부르기 싫었다. 그 사람과 나누는 일상적인 평범한 대화를 그가 가지 않을 것 같은 곳에서 할 수 있다니 나는 정말 그를 사랑해버릴 것 같았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그게 무섭고 겁이 났다.


 호텔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에드워드의 향기에 취했다. 그의 팔짱을 끼고 그의 어깨에 기댔을 때 에드워드의 얼굴이 살짝 다가왔다. 운명이 어느 날 나에게 온 것처럼, 나에게 와서 이제 나는 네 것이야,라고 말한 것처럼 그 찰나의 순간 나는 행복에 젖어들었다. 에드워드는 전혀 피곤해하지 않았다. 아니 피곤하겠지만 그런 얼굴을 보이기 싫어했다. 늘 나보다 일찍 일어났고 늦게 잠들었다. 사람들 앞에서도 에드워드는 늘 비슷한 모습으로 비쳤다. 아마 그래야만 했을 것이다.


 호텔로 들어와서 씻고 나오니 에드워드가 잠들어 있었다. 그가 잠들어 있는 모습을 처음 봤다. 이 사람의 자는 모습은 웃기다. 흐트러짐도 없이 그저 눈만 감은 것 같다. 웃기면서 슬펐다. 그리고 불쌍했다. 딱딱한 자세로 잠이 들어 있는 그의 잠자는 모습은 완벽했다. 그 완벽함이 에드워드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마음의 습득보다 지식의 채집이 생활화된 남자.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신들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 같았다. 신과 신 사이에서 끝없는 반복의 인간적 굴욕과 그걸 숨기기 위한 끝없는 자기 계발이 불편하리라는 것을 알지만 견뎌가는 에드워드가 딱하고 불쌍했다. 안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살짝 건드렸는데 예민한 에드워드는 눈을 떴다. 입술을 벌렸고 그의 혀가 나의 입으로 들어왔다. 키스를 했다. 그와 내내 키스를 하고 싶었는데 하고 말았다. 에드워드는 마치 몇 년 동안 못한 키스를 하는 것 같았다. 키스는 깊고 깊었고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에드워드의 팔에 안겨 그의 손등을 쓰다듬었다. 이 남자의 손등을 쓰다듬는 일은 무엇보다 황홀하다. 그의 손등을 쓰다듬을수록 에드워드의 몸에서 알 수 없는 그리움의 냄새가 난다. 그의 품에서 나는 이렇게 세상모르고 포근함을 느낀다. 그 작은 포근함에서 나의 마음속 생각이 들렸다. 에드워드의 미미하게 뛰는 심장의 소리가 꼭 나의 심장소리 같았다. 그게 너무 좋아서, 그게 정말 좋아서 그에 품에 파고들었다. 그의 맨살에서 안온감을 느낄수록 나의 목을 죄여 오는 불안함에 나는 그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뱉어버리고 말았다.



“사랑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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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에드워드는 일을 하루 쉬고 나에게 붉은 드레스를 입혔다. 거울을 보는 순간 내가 아닌 내가 서 있었다. 그건 동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여주인공이 거울 속에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나에게 어디를 가는지 말하지 않았다. 비밀이라고 했다. 비밀이란 알고 있는 사람이 적기에 비밀인 것이다.


 호텔을 나서는데 고리 터분한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시선을 던졌다. 초조해하지 않으면 늘씬하고 멋지게 보인다고 에드워드가 살짝 귀띔했다. 바니의 미소가 내 등 뒤로 흘렀다.


 우리는 리무진에 실려 비행장으로 가서 에드워드의 개인 비행기를 타고 50분 떨어진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오페라가 도대체 뭐라고 에드워드는 나를 인형처럼 차려 입히고 전용 비행기에 나를 태우고 할리우드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온 것이다. 오페라 극장에는 고리 터분을 몸에 장착시킨 사람들이 가득했다.


 에드워드는 나를 높은 층으로 안내했다. 그는 고소공포증이 있음에도 높은 곳을 가야 하는 운명을 지닌 사람처럼 보였다. 이 자리가 가장 비싼 특실이거든,라고 에드워드는 늘 그렇듯 무심한 듯 말했다. 프린스 공연이나 데려가 주지 이런 고리 터분한 음악이 뭐가 좋을까. 게다가 이탈리아어로 부른다니. 젠장. 내가 무슨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까.


그때 에드워드는 나에게 말했다. 오페라는 처음이 몹시 드라마틱 해, 처음이 좋으면 끝도 좋으니 한 번 보라고 했다. 처음이 싫으면 영혼으로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속으로 흥! 했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나는 그만 설명할 수 없는 전율에 휩싸였다.


 오페라는 시작부터 나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그 흥분과 함께 벅차오름에 나의 몸은 뜨거워졌고 오페라가 끝났을 때 나는 눈을 깜빡이면 금방이라도 눈물을 왈칵 쏟아낼 것처럼 환희에 몸을 떨었다. 오페라는 마치, 마치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았다. 내가 살아온 힘들고 지친 모든 것들을 안아 주었다.


 몸이 이상해지는 이 기분을 설명을 할 수 없다. 오페라는 나를 따라다니며 잔향을 남겼다. 내가 내쉬는 숨마저 오페라 덕분에 깊은 상을 새겼다. 눈물은 슬플 때만 흘리는 건 줄 알았는데, 그랬는데 공연으로 벅차올라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감동으로 눈물이 곧 터질 것 같아서 나는, 나는 헤로인을 한 기분이었다.


 오페라가 끝났을 때 나는 박수를 있는 힘껏 쳤다. 아아 에드워드가 아니었다면 이런 공연은 평생 보지 못하고 관으로 직행할뻔했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 나를 건드리면 “왜!”라며 바보처럼 눈물을 쏟을 것 같았다. 엉엉.


 옆에서 고혹미가 흐르는 노부인이 어땠냐고 물었다. 나는 흥분에 차서 “오줌 쌀 뻔했어요”라고 해버렸다. 정말 그랬다. 진심으로 그러했다. 나는 미쳤었다. 행복했다. 정말 행복했다. 이 짧은 순간의 행복이 앞으로 긴 힘든 시간이 오더라도 버텨낼 수 있는 힘이 될 것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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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키가 다가온다.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다. 스타키는 안부를 물었고 길거리 창녀 생활보다 낫지 않느냐고 했다. 에드워드와 헤어지면 한 번 만나자고 했다. 개자식이 한 번 즐겨 보자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살롱의 여자들에게서 받은 모욕의 몇 배는 더 느꼈다. 배 속에서 뜨거운 이상한 돌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래, 좋아요, 한 번 만나요. 빌어먹을! 마음속에 있는 말은 뱉어내지도 못했다. 옷 때문이다. 이 옷이 나를 묶어 둔다. 이 인형처럼 입혀 놓은 옷 때문에 스타키 같은 인간에게 제대로 먹이지도 못했다. 비싼 거리에 있는 비싼 옷 가게에서 산 비싼 이 옷이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화가 난 것 같은데 서러웠다. 울고 싶은데 눈물을 흘릴 수 없었다.


 매일 모욕을 씹어 먹으며 길거리 생활을 견뎠지만 심장을 찢어버리는 모욕은 처음이다.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느라 호텔로 오는 내내 이를 꽉 깨물어서 턱이 아팠다. 에드워드가 스타키에게 내가 창녀라고 말한 것이다. 나는 장난감이 아닌데 에드워드가 나를 장난감 취급한 것 같아서 속이 너무 상했다. 병이 걸린 것도 아닌데 속이 이렇게 아플 수 있다니. 나는 에드워드에게 스타키 같은 작자에게 그런 소릴 들어서 몹시 상처 받았다고 말했다.




 당신이 내 포주예요? 나를 스타키에게 넘길 건가요! 난 장난감이 아니라구요!

 그랬더니 에드워드는 나에게 큰 소리로, 사실 당신은 창녀고 나랑 계약했잖아!라고 말해버렸다.


 '에드워드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지금 내가 얼마나 상처 받았는지 누구보다 당신은 알아줘야 해요'


 에드워드! 누구도 날 소유할 순 없어요! 내가 결정한다구요! 사람과 시간은 말이에요! 나도 내 속과 다르게 소리를 질렀다. 당신을 만난 게 후회돼요. 에드워드에게 이런 모욕은 생전 처음이라고 했다.


 설마 처음은 아니겠지. 에드워드는 깔때기 없이 말을 했다.


 ‘제발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나를 잡아줘요’ 나는 속으로 울 뿐이었다. 에드워드가 미웠다. 사랑하지 않으면 미워하지도 않는데 나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나 보다. 욕이 나오는데 이젠 예전처럼 마구 욕을 할 수 없는 내가 더 미웠다. 마지막 남아 있는 내 작은 마음이 유리처럼 와장창 깨졌다.



 가방을 들고 옷가지를 챙겼다. 나가게 돈을 달라고 했다. 에드워드는 망설임 없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서 침대 위에 던졌다.


  ‘제발 잡아 달라구요, 나를 이대로 그냥 가게 내버려 두지 말아요’

 하지만 내 속마음을 에드워드는 모르는 것 같았다. 돈을 달라고 했지만 저 돈을 가져가기 싫었다. 돈을 들고 나온다면 나는 정말 비참할 것 같았다. 방을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눈물이 곧 터질 것 같았다. 엉엉 울고 싶었다. 이놈의 엘리베이터는 왜 빨리 올라오지 않는 것일까. 호텔을 빠져나가면 욕을 실컷 하면서 울어버릴 테야. 이 옷 먼저 벗어 버릴 테야. 울고 싶고 또 울고 싶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에드워드가 나왔다. 그는 나에게 사과를 했다. 갑자기 내가 물어서 자신도 왜 그런지 ,,,. 인수 합병하는 데이빗과 같이 있어서 스타키가 비비안을 산업스파이인 줄 알아서 그렇게 말을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 말에도 나는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가지 마, 같이 지내.


 왜요?


 에드워드는 내가 데이빗과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싫었다고 했다. 그가 질투를 하고 있다. 질투는 미워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마음이다. 곧 사랑하지 않으면 미움도 없다. 질투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일그러트린다. 에드워드가 나를 질투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같이 있어야겠다는 마음이 내 깨진 마음에 풀칠을 했다.


 단지 이야기만 했을 뿐이에요.


 그래도 에드워드는 질투가 났다고 했다. 그는 자존심을 버리고 질투가 난다고 입으로 말했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아요, 저 정말 슬펐어요’ 나 정말 괴로웠어요. 에드워드는 안다며 나를 다시 방으로 인도했다.




 나는 그날 밤 에드워드에게 내 지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

 길거리 생활을 하기 전 이야기, 첫 남자의 이야기, 처음 길거리 손님을 받고 밤새도록 운 일.


  사람들이 자꾸 깎아내리면 그대로 믿게 된다. 나쁜 일을 하는 사람에게 욕을 하는 건 맞지만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고 사람들은 욕을 한다.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에드워드는 정말 자신이 잘못했다는 눈빛으로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진심으로.


 나 역시 나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는 나의 엉망진창인 이야기를 듣고 나를 특별한 여자라고 칭찬했다. 꿈같은 말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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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는 내가 잔뜩 구입한 쇼핑한 옷들 중에 하나를 입혀 폴로 경기가 하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폴로 경기라는 귀족들만이 즐기는 문화에 내가 끼는 것이 두려웠다. 이곳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고리 터분한 사람들 중에 가장 위에 있는 사람들이고 돈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다.


 누군가 나를 알아보는 것이 겁이 났다. 무엇보다 나를 알아보고 에드워드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더 들었다. 아마 그렇게 되면 10억 달러의 이번 사업이 날아가는 것이다. 이 알 수 없는 경계가 있는 폴로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것이 나에게는 무서운 일이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나를 이끌었다. 재미있을 거야, 초조해하지 말고 웃어. 라며 에드워드는 고리 터분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나를 사람들에게 소개했다. 귀족 여자들이 나에게 인사를 했다. 에드워드의 이달의 애인이신가요? 귀족들의 언어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만들어졌나 보다. 저 사람은 그저 섹스 파트너일 뿐이에요. 라며 나는 그 자리를 호기롭게 나왔다. 흥.


 에드워드는 그곳에 모인 사람들 중에 스타키라는 자신의 변호사를 소개해주었다. 머리통은 삐뚤빼뚤하고 눈은 음흉하며 마치 무엇을 하나 더 가지려는 욕심이 가득한 사람 같았다. 에드워드에게 하는 모든 말들이 그의 기분을 맞추려고 하는 말이었다. 포주 중에서도 그런 사람을 나는 안다. 아부가 몸에 잔뜩 껴 있는 사람.


 스타키라는 남자는 에드워드에게 충성을 다 했다. 보기에는 그래도 유능한 변호사라고 에드워드가 말했다. 나는 에드워드가 왜 나를 이런 곳에 데려온 줄 알게 되었다. 모두가 고리 터분한 옷에 고리 터분한 이야기에 고리 터분한 말을 하고 있는데 나에게 인형 같은 옷을 입혀서 고리 터분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사업상 만나는 사람들. 속내를 거의 알 수 있지만 전혀 속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


 폴로 경기에는 잔디를 밟는 행사가 있었다. 잔디를 밟는 건 재미있었다. 에드워드가 옆으로 와서 같이 했다. 그는 나를 끌어안았다.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았다. 나의 웃음소리가 폴로 경기장을 채웠다. 처음 해보는 모든 것이 즐거웠다. 시작하기 전에는 두렵고 무서웠는데 에드워드가 이끌어 막상 하고 나면 재미있는 일 투성이었다. 해가 떠 있을 때는 잠을 자고 해가 지면 부랴부랴 옷을 입고 길거리로 나가서 돈을 벌어들였던 나는 점점 이 생활을 즐겼다.


 잠시 쉬고 있을 때 데이빗이 아는 척을 했다. 그는 내가 불편할 법도 한데 말을 구경시켜주었다.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친절한 사람이다. 데이빗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는 나의 이야기가 천박해 보일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고리 터분의 바닷속에도 친절함과 재미와 좋은 사람들이 숨어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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