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여운을 뒤로하고 밤에 에드워드와 단둘이 체스를 했다. 사실 우리 둘 다 체스에는 관심이 없었다. 에드워드는 내일 다시 하자고 했다. 그는 피곤했다. 내일은 일하지 말고 하루 쉬어요. 에드워드는 내가 한 말에 정말 그렇게 했다. 그렇게 우리는 내가 즐기는 방식으로 에드워드와 휴일을 보냈다.


 잔디밭에서 맨발로 누워 셰익스피어를 읽고 내가 다니는 작은 퍼브에서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쓸데없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쓸모없지는 않았다.


 당신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르나요?

 내가 거짓말을 했으면 좋겠어?

 당신은 만약 음 내가 못생겨지면 비비안 오늘은 못생겼어,라고 할 사람이에요.

 설마, 그럴 리가.


 에드워드가 해주는 어떤 말에 나도 모르게 '빌어먹을'라고 해버렸다.

 비비안, 방금 그거 욕 한 거라 생각하는데.

 아니에요 에드워드, 욕하지 않았어요. '빌려먹을'라고 했어요.

 그가 웃었고 나도 웃었다.


 에드워드를 고객이라 부르기 싫었다. 그 사람과 나누는 일상적인 평범한 대화를 그가 가지 않을 것 같은 곳에서 할 수 있다니 나는 정말 그를 사랑해버릴 것 같았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그게 무섭고 겁이 났다.


 호텔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에드워드의 향기에 취했다. 그의 팔짱을 끼고 그의 어깨에 기댔을 때 에드워드의 얼굴이 살짝 다가왔다. 운명이 어느 날 나에게 온 것처럼, 나에게 와서 이제 나는 네 것이야,라고 말한 것처럼 그 찰나의 순간 나는 행복에 젖어들었다. 에드워드는 전혀 피곤해하지 않았다. 아니 피곤하겠지만 그런 얼굴을 보이기 싫어했다. 늘 나보다 일찍 일어났고 늦게 잠들었다. 사람들 앞에서도 에드워드는 늘 비슷한 모습으로 비쳤다. 아마 그래야만 했을 것이다.


 호텔로 들어와서 씻고 나오니 에드워드가 잠들어 있었다. 그가 잠들어 있는 모습을 처음 봤다. 이 사람의 자는 모습은 웃기다. 흐트러짐도 없이 그저 눈만 감은 것 같다. 웃기면서 슬펐다. 그리고 불쌍했다. 딱딱한 자세로 잠이 들어 있는 그의 잠자는 모습은 완벽했다. 그 완벽함이 에드워드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마음의 습득보다 지식의 채집이 생활화된 남자.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신들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 같았다. 신과 신 사이에서 끝없는 반복의 인간적 굴욕과 그걸 숨기기 위한 끝없는 자기 계발이 불편하리라는 것을 알지만 견뎌가는 에드워드가 딱하고 불쌍했다. 안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살짝 건드렸는데 예민한 에드워드는 눈을 떴다. 입술을 벌렸고 그의 혀가 나의 입으로 들어왔다. 키스를 했다. 그와 내내 키스를 하고 싶었는데 하고 말았다. 에드워드는 마치 몇 년 동안 못한 키스를 하는 것 같았다. 키스는 깊고 깊었고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에드워드의 팔에 안겨 그의 손등을 쓰다듬었다. 이 남자의 손등을 쓰다듬는 일은 무엇보다 황홀하다. 그의 손등을 쓰다듬을수록 에드워드의 몸에서 알 수 없는 그리움의 냄새가 난다. 그의 품에서 나는 이렇게 세상모르고 포근함을 느낀다. 그 작은 포근함에서 나의 마음속 생각이 들렸다. 에드워드의 미미하게 뛰는 심장의 소리가 꼭 나의 심장소리 같았다. 그게 너무 좋아서, 그게 정말 좋아서 그에 품에 파고들었다. 그의 맨살에서 안온감을 느낄수록 나의 목을 죄여 오는 불안함에 나는 그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뱉어버리고 말았다.



“사랑해요”



[계속]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