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51 | 52 | 53 | 54 | 5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미달이와 의찬이와 정배가 병아리 한 마리를 학교 앞에서 데리고 와서 키운다. 그러다가 정배가 병아리가 몸을 떠는데 감기가 걸렸다며, 어떻게 하냐고 대장인 미달이에게 묻는다. 병아리의 말을 알아듣는 유일한 미달이가 병아리에게 귀를 댄 후 병아리가 감기가 걸렸다며 할아버지 오지명의 방 따뜻한 이불에 놓는다. 오직 병아리의 말을 알아듣는 미달이는 이제 병아리가 따뜻해서 감기가 걸리지 않는다고 의찬이에게 말한다


그때 방 밖에서 할머니 선우용녀가 호빵을 먹으라고 부른다. 병아리를 놔두고 아이들은 방 밖으로 나간다. 의찬이는 자신은 왜 미달이처럼 병아리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일까 하며 짜증 난다. 아마도 병아리는 미달이에게만 말을 하는 모양이다. 흥

선우용녀와 박미선과 아이들이 호빵을 먹는 사이 할아버지 오지명이 들어와 감기 기운 때문에 좀 쉬어야겠다며 방으로 들어가 이불에 눕는 순간 병아리는 오지명의 엉덩이에 깔려 사망하고 만다. 그 장면을 본 정배는 방바닥에 알아서 기절을 하고 미달이는 울고 불고 난리 난다. 미달이는 할아버지 오지명에게 병아리를 살려내 달라고 한다


오지명은 할아버지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니까, 잘못했으니까 다른 더 예쁜 병아리를 사주겠다고 한다. 용서해달라고 말하지만 미달이는 다른 병아리는 필요 없다고 한다. 죽은 내 병아리를 살라달라고 한다. 기절했던 의찬이가 박미선의 무릎에서 일어나 미달이에게 병아리는 어떻게 됐냐고 묻는다. 죽었다는 미달이의 말에 정배는 다시 편안하게 기절을 한다


놀이터에서 심란한 미달이 옆으로 아이들이 와서 정배에게 들었다며 할아버지가 정말 병아리를 죽였냐고 묻는다. 할아버지가 병아리를 죽였다고? 그 쪼그만 병아리를 왜 죽였데? 우리 그 할아버지 얼굴이나 보러 가자. 그래서 미달이는 아이들을 끌고 우르르 오지명이 누워 있는 방으로 온다. 오자마자 아이들은 오지명에게 대들고 따진다


병아리를 왜 죽였냐? 살려내라! 힘없는 병아린데, 등등 아이들은 오지명을 쪼아댄다. 오지명은 일어나서 너희들에게 내가 잘못했다. 미안하다고 하는데 정배가 빨리 죽은 병아리를 살려내라고 밀사의 눈초리로 말한다. 오지명은 정배에게 입 다물라고 하면서 야! 정배! 특히 너! 입 다물어!라고 말한다


집으로 온 아이들을 위해 치킨을 시킨 박영규. 미달이 방에서 치킨을 맛있게 뜯는 아이들. 오지명은 애들이 미달이 방에서 치킨을 먹고 있다는 말에, 이것들이 병아리 살려 달라고 하더니 닭을 먹어? 괘씸한 마음에 미달이 방에 들어가서 아이들과 현피 뜬다


하지만 아이들은 오지명의 말을 듣지도 않는다. 아이들은 병아리는 병아리고 이건 닭이니까 다르다. 오지명의 발화는 안중에 없는 아이들은 냠냠 맛있게 치킨을 먹을 뿐이다. 더욱 화가 난 오지명은 아이들에게 덤비라고 하지만 박영규가 끌고 나간다. 끌려 나가면서도 아이들에게 욕을 하는 오지명과 듣지도 않는 아이들의 순풍산부인과


야! 영규! 안 놔? 이거 안 놔?

아이 왜 이르세요 장인어런 애들한테

너 이 자식 이거 안 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해수의 아이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마치 마가렛 킨의 그림 속 주인공들이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며 칼 세이건과 리처드 도킨스의 우주와 지구의 생명의 이치를 담은 철학책을 읽은 듯한 느낌이다


해수의 아이에서 바다는 우주로 표현되고 있다. 우주 속을 유영하고픈 건 인간의 숙명적인 원초적 갈망이다. 전 우주의 고독 속 유영은 외롭지만 멋진 일이다. 짧은 인생을 살다 갈지라도 우주 속에서 소통하고 내면을 뿜어 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탄생제라는 엄청 큰 축제가 바다 어딘가에서 곧 열린다는 거지. 고래의 노래는 그 예고이면서 축제의 ‘게스트’를 찾는 것이라고도 해


이 두줄이 이 영화의 긴 이야기를 함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구에서 가장 신비한 동물 고래의 노래를 통해 소년과 소녀는 교감하고 바다는 축제를 연다


이 생명의 신비로운 축제의 실체를 파헤치려는 과학자들과 별들처럼 반짝이는 고래를 어린 시절 수족관에서 본 주인공 루카는 인간과 바다의 중간적인 존재인 소라와 우미 형제를 끌어안으며 축제의 게스트가 된다


시공을 초월하고 바다와 우주가 인간과 겹치며 모두가 하나의 생명체이며 자궁과 정자와 난자를 철학적인 화면으로 풀어낸 해수의 아이


난해하고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지만 받아들이는 게 된다면, 환상적인 영상과 컬러풀한 판타지를 좋아한다면, 주체와 주체아에 대한 고찰이 괜찮다면 정말 좋을 영화 해수의 아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초록 물고기에서의 막동이 한석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초기처럼 갓 나온 새싹이라 질기고 엉킨 뿌리를 가지고 있지만 잘 익은 배추 같은 깊이의 맛을 낸다. 다시 본 초록 물고기에서의 한석규는 정말 새롭고 연기가 아닌 것처럼 연기를 한다


초록 물고기에서의 심혜진은 너무나 예쁘다. 냄새나고 황폐하고 더러운 기름 웅덩이에서 핀 아름다운 한 송이의 장미 같다. 배태근과 막동이가 나이트에서 같이 있는 장면에서 심혜진, 미애는 술에 취해 일어나서 미친년처럼 흐느적 춤을 춘다. 그 춤은 후에 나온 봉준호 감독의 마더에서 김혜자의 춤을 떠올리게 한다. 필시 봉준호는 이창동의 초록물고기의 미애의 영혼이 빠져나가 버린 이 춤을 본 것이 틀림없지 않을까


배태곤 역의 문성근은 비열함으로 그 자리까지 올라갔지만 자신의 아픈 과거를 막동이에게만 이야기를 해주고 막동이의 꿈이 뭔지 물어보는 유일한 사람이다. 억약부강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온 가족이 식당을 하고팠던 소박한 꿈을 지닌 막동이는 꿈에 다가갈수록 꿈에서 점점 멀어지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든다. 나이트에서 취객들에게 욕을 듣고 던지는 물건을 맞는 무대 위의 미애를 위해 막동이는 물불 가리지 않는다. 맥주병을 머리로 깨고 흐르는 피를 보이며 ㅅㅂ 누구든지 미애를 건드리거나 욕보이면 다 죽는다고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무대 위의 미애에게 손을 건넨다. 손을 잡고 내려오는 미애를 안아주는 막동이와 막동이의 품에 안긴 채 나이트를 나가는 미애


가진 건 깡과 악 밖에 없는 막동이는 배태곤의 마음에 들며 결국 인간이 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만다. 형 기억나? 이 장면을 다시 보면 얼마나 명장면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죽이고 난 후 밀려오는 그간 가질 수 없었던 감정과 자신을 지키고 있던 마음속 그 무엇이 결락함으로 공포에 휩싸인다


초록 물고기가 되고팠던 막동이는 결국 가족보다 자신을 가장 잘 알아주고 꿈을 물어봐준 배태곤에게 죽음을 당하고 만다. 막동이의 죽음을 표현하면 허무다. 그저 허무하게 막동이는 죽고 만다. 막동이를 잃은 엉망진창의 가족은 삶을 잃은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상으로 돌아온다


몇 년 후 배태곤과 임신을 한 미애는 큰나무집이라는 한 식당을 찾게 되고 식사를 맛있게 먹는다. 하지만 미애는 마당의 큰 버드나무를 보고 내내 미묘한 감정에 휩싸이고 자동차 안에서 막동이에게 받은 사진을 보고서는 이 식당이 막동이의 집이었음을 알고 오열을 한다


이창동 감독은 얄밉다. 조폭의 누아르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밑바닥의 삶을 개구리 배를 해부하듯 보여준다. 나는 너를 사랑하는데 사랑한다고 제대로 말할 수 없는 관계와 구조를 잔뜩 가진 사람들이 사랑과는 멀어지면서 엄청난 공포, 자기 내부에 대한 혐오와 미래의 닥칠 두려움, 그리움, 순수성의 상실에서 오는 비애를 화면으로 보여준다


큰 성, 전화 끊지 마, 전화 끊지 마, 전화 끊지 마. 큰 성 생각나? 빨간 다리? 빨간색 철교. 우리 어렸을 때 빨간 다리 밑으로 물고기 잡으로 많이 다녔었잖아. 내가 저 언젠가 초록색 나는 물고기 잡는다고 그러다가 스렙빠 잃어버려가지구 큰 성이랑 형들이랑은 내가 하루 종일 놀지도 못하고 쓰렙빠 찾으러 다니고 그랬잖아


그리운 추억을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막동이의 모습이 내내 생각나는 초록 물고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무드 인디고를 좋아할 만한 사람은, 화가로 치면 달리의 그림이 좋아서 미치고, 마그리트의 그림을 하루 종일 들여다보는 사람, 사진가로 친다면 데이비드 라샤펠의 환상적인 사진에 빠져 있는 사람, 소설로는 무라카미 류의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나 ‘타나토스’에 빠져있는 사람은 이 영화 ‘무드 인디고’를 좋아할 것이다

무드 인디고는 보리스 비앙의 프랑스 원작의 #$%%^&^## 이런 제목을 제대로 풀어내기가 어려운데 영어로 해석을 하니 ‘무드 인디고’가 됐다고 한다. 한국어로는 ‘세월의 거품’라고 한다. 기가 막힌 쥐와 살고 있는 발명가 콜랭는 당시 최고의 철학가인 장 솔 파르트르에 빠져 있다. 영화 속 장 솔 파르트르는 ‘구토’의 쟝 폴 샤르트르다

사르트르는 많은 철학가 중에 애무를 철학적으로 풀어냈다. 스킨십이 없는 사람에게는 사랑이 없다고 말한다. 아기가 엄마젖을 빨다가 이후 엄마와의 스킨십에서 벗어나 연인, 부부로 넘어가는데 손과 손이 닿았을 때 비로소 상대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요컨대 뭐랄까, 남녀가 같이 키스를 하는데 남자가 딴생각을 하고 있으면 여자는 너 나랑 키스하면서 지금 딴생각하지?라고 대번에 알아차린다는 거다. 스킨십은 그래서 중요하고 뭐 그런 이야기를 철학적으로 풀어냈다

주인공 콜랭은 친구인 시크와 함께 파티장에서 클로에와 알리즈를 만나게 되고 우연처럼 만나 운명 같은 사랑을 한다. 이 네 사람의 구도는 꼭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네 사람을 보는 것 같다. 그 속에도 무거운 삶을 가볍게 살아가려고 하는 두 명의 주인공과 그 역설적 삶을 추구하는, 즉 인생은 우연이 아니라 운명이라 여기는 두 명의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

토마시, 프란츠, 테레자, 사비나의 모습을 좋아한 사람이 알랭드 보통이고 ‘왜 나를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어보면 은밀하게 밀란 쿤데라의 글이 떠오른다. 그리고 알랭드 보통을 너무나 좋아한 감독이 마크 웹이다. 바로 ‘500일의 썸머’를 만든 감독이다. 이상주의자 톰 녀석의 손에는 알랭드 보통의 책이 늘 들려있다. 그림이 쓱 그려진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왜 나를 너를 사랑하는가 => 500일의 썸머. 마크 웹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 2도 만들었다는 것

무드 인디고는 사랑에 관한 고찰의 이야기다. 사랑을 시작하게 되면서 싹트는 로맨스와 사랑이 여러 방향으로 나뉘면서 퇴색하고 시들어가는 모습을 미셸 공드리는 전부 화면의 색채와 초현실로 표현을 했다. 화려하고 아프고 잔인하고 아름다움을 영상으로 표현한 미셸 공드리의 무드 인디고는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좋아해서 폴짝 뛰면서 몇 번이고 볼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흥, 할 수 있는 영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장강 7호는 주성치가 기존의 작법에서 벗어나서 디즈니 테이스트에 가까운 작품을 만들었다. 그리하여 장강 7호는 앞서 말한 것처럼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이전의 가학적인 자학개그코드는 없다. 주성치는 이때부터 자신의 영화에 과감하게 신인을 기용하기로 했나 보다


장강 7호는 까 보면 정말 놀랄만한 캐스팅 비화가 있다. 모두가 잘 알듯이 주인공 디키는 만 명을 제치고 발탁되었다. 무엇보다 이 밝고 명랑한 까불이가 여자였다는 것. 서교는 현재 20대로 영화배우로도 활동하지만 코스튬 플레이어로 더 유명하다


장강 7호가 역시 첫 작품인 장우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예쁜 외모가 비슷한데 결혼도 하고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 놀라운 건 장강 7호에서 디키를 괴롭히고 가장 싸가지에 가장 연기를 잘해서 가장 눈길이 갔던 싸가지도 여자였다는 것이다


디키를 짝사랑하던 뚱보 여자애는 근육질로 변해있었다. 싸가지보다 더 놀라운 건 디키를 날려 버리고 뚱보와의 대결에서 패배를 한 유도부 녀석도 여자였다니


이 모든 아이들이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발탁되었다. 주성치는 이래저래 생각해서 이 모든 걸 꾸몄다는 거 아냐. 먼 훗날 사람들이 뭐야? 서교만 여자인 줄 알았는데 그 싸가지도 여자였어? 맙소사. 하면서 한 번 더 보게 하려는 그런 계획이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51 | 52 | 53 | 54 | 5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