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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에서 크리드 2가 하기에 봤다. 실시간으로 보지 않은 이유는 당연하지만 재미가 없을 거니까, 아니 록키 시리즈가 재미있기는 하나 록키 1을 조금씩 갉아먹으니까, 였다
록키하면 떠오르는 음악과 양 손을 하늘로 뻗은 록키의 뒷모습
이 장면은 미국인들에게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고 진짜 복서들 사이에 록키 발보아가 껴 있어도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유튜버 라이너의 컬처쇼크를 보면 록키에 대해서 잘 말해주고 있다. 70년대 초, 무하마드 알리의 경기를 보고 감동을 받은 한 청년은 그 자리에서 3일 동안 꼬박 시나리오를 썼다. 그 시나리오를 소중하게 간직하게 된다. 이 이야기의 감독은 자신이 맡고 주연 역시 자기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탄탄하고 열정에 불타고 씩씩하고 건장한 청년의 이름은 실베스타 스텔론. 무명의 배우가 쓴 소중한 이 시나리오는 록키의 시나리오였다
록키의 시나리오를 본 거대 제작사는 주연으로 대배우를 기용하겠다고 하자 실베스타 스텔론은 거절을 했다. 할 수 없이 제작비를 줄이고 주연배우는 스텔론이 하되 감독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것으로 해서 백만 달러의 저렴한 제작비로 영화는 드라마틱하게 돌입한다. 마치 록키의 내용처럼
필라델피아의 삼류복서. 기술보다는 깡으로 라운드를 버티는 복서. 4라운드를 버티면 꽤 잘 한 복서. 두 마리 거북이 커프와 링크, 금붕어 모비딕이 전부였던 삼류복서
운명처럼 자신 앞에 다가온 행운을 손에 쥔 록키는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쓰러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한다. 자신의 모든 것과 부딪혔던 삼류복서 록키는 아폴로와 경기를 위해 지금 이전의 자신을 잊고 지금 이후의 자신에 대해서 훈련을 한다
록키는 반려동물 용품점의 아르바이트였던 에이드리언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하얀 입김을 내뱉으며 헉헉 달리는 건강한 록키 발보아. 한없이 힘겨운 인생을 온 몸으로 견디며 하루를 버텨내는 록키의 씩씩함은 바로 70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현재를 버텨가는 청년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에이드리언을 향한 록키의 사랑은 가난하지만 구질구질하지 않다. 비록 형편없는 생활을 하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 소심한 에이드리언과 순수한 복서 록키의 사랑은 그렇게 조금씩 탑을 쌓아간다. 두 사람에게는 다른 것보다 함께 한다는 것이 중요했다
록키는 슈퍼스타 아폴로와 경기를 하게 되고 4라운드 만에 다운 당할 것이라는 모두의 생각을 무너트리고 얼굴이 떡이 되어도 일어나고 일어나서 15라운드를 버틴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지, 버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버티는 것이 왜 소중한지 록키는 보여준다
록키가 계단을 뛰어 오르며 양 손을 높이 드는 장면과 음악은 삶에 강타당해 쓰러지고 쓰러진 사람들이 주저앉으려 할 때 록키같은 희망을 안겨 주었다. 삶을 포기하려던 세계의 청년들이 록키가 되어 필라델피아의 그 계단을 뛰어 올라 양 손을 높이 들고 얼마나 희망을 노래했던가. 주저앉아서 울고 싶을 때 록키를 보라, 버티는 것에 대해서 보여준 록키 1편은 명작이었다
이후 록키 시리즈는 다 재미는 있었지만 록키 1편 같지는 않았다. 2편에서 다시 한 번 아폴로 크리드와 싸워 챔피언이 되고, 3편에서는 클러버 랭을 만나서 타이틀을 빼앗기고 코치였던 미키의 심정지사로 괴로워하지만 아폴로 크리드의 도움으로 이겨낸다. 4에서는 소련의 복서 드라고와 싸운 아폴로가 사망하고 록키가 드라고와 싸워 승리한다. 그때 기권을 위해 하얀 수건을 던지지 못한 록키는 평생 그 한을 품고 살아간다. 그리고 록키 5에서 은퇴를 한다
크리드 2는 아폴로의 아들과 드라고의 아들이 록키 4를 재현하는 내용이다. 보고 있으니 그저 록키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록키 1에서 챔피언이 되었지만 다 필요 없고 사랑하는 에이드리언만 부른다. 자존심이었던 코뼈는 부러지고 눈은 터지고 얼굴은 부어서 볼품없고 아파 죽겠지만 록키는 에이드리언! 에이드리언!만 애타게 찾는다
록키 1은 쓸쓸함과 따뜻함이 공존했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