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기억은 와타나베 켄 주연으로 알츠하이머가 걸린 한 중년 남성의 이야기다. 할리우드에서도 선택받을 정도로 선이 굵은 연기만 할 것 같은데 감정선을 쥐락펴락하는 영화도 잘 살렸다. 내일의 기억은 제목부터 모순으로 다가온다


20년 넘게 한 회사에서 몸과 마음을 바친 과장 사에키는 자꾸 뭘 잊어버려 병원에서 간단한 테스트를 해보고 거기서 알츠하이머라는 병명을 듣게 된다. 그리고 점점 사에키는 자신을 지키려는 사에키와 자신을 놓으려는 사이케 사이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켜주던 부인도 알아보지 못하고 폭력을 휘두르게 되고 마지막에는 결국 아내도 알아보지 못하고 산에서 마주친 아내에게 모르는 사람에게 하듯 인사를 하고 말을 건넨다. 마지막까지 기억하고 싶었던 아내의 이름을 손에 쥔 채 아내를 알아보지 못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는 마냥 잔잔한 것 같은데 그 안에 가시가 있어서 울면서 보게 될지도 모른다


아내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데 치매환자가 집에 있으면 사실 영화처럼 지내기가 쉽지만은 않다. 와나타베 켄의 연기가 정말 물이 올랐다 할 정도로 좋은 영화였다


며칠 전에 티브이에 의사들이 나오는 의학예능프로그램에 치매에 대해서 다뤘는데 현재 피검사로 10년 후에 치매가 걸리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사회자가 의사들에게 검사를 받아볼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더니 10명 중에 9명이 손을 들었고 한 명이 검사를 거부했다


만약 여러분이라면 어쩌겠는가


나는 거부한 한 명에게 손을 들어주고 싶다. 알츠하이머는 약도 없고 치료법도 없다. 미리 안다고 해서, 받아들인다고 해서 나아질 건 없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벌어놓은 돈으로 퇴직하고 여행이나 다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알츠하이머가 딱 버티고 서서 기다리고 있으면 어떡하란 말이냐


또 모르지 10년 후쯤에는 치매환자가 생기면 가정에게 넘기는 게 아니라 나라에서 관리를 해 준다면야 다른 쪽으로 받아들이는 훈련을 할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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