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찾아 삼만리 본 사람 있어? ㅋㅋ 나 얼마 전에 52화 다 봤어

엄마 찾아 삼만리는 일본 티브이 시리즈인데 플란다스의 개 인기로 후속작이야. 일본 제목은 엄마 찾아 삼천리였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나라로 넘어오면서 엄마 찾아 삼만리로 바뀌었어.

그림의 작화가 마음에 들어오는 이유 중 하나도 장면 설정이나 레이아웃을 젊은 시절의 미야자키 하야오가 맡았거든. 그 외 당시 최고의 작화 화가들이 엄마 찾아 삼만리에 매달렸어 총 52화로 마르코의 엄마 찾아가는 길은 험하고 고단하고 지치고 힘들지만 울며 웃으며 엄마를 찾으러 가

마르코의 엄마는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가정 형편이 너무 어려워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정부 일을 하러 갔는데 엄마가 병에 걸렸다는 소식에 머나먼 길, 삼만리라는 어마어마한 길을 엄마 찾아 혈혈단신으로 가게 돼

당시 아르헨티나의 시대 상황을 찾아보면 마르코의 엄마가 왜 그 먼 곳까지 갔는지 알게 되거든. 그 당시 아르헨티나는 밀을 수출하는 신흥 부국이었지. 때문에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이민자들을 오냐오냐하며 받아들였어

마르코가 얼마나 긴 거리를 가느냐 하면 1880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출발하여 마르세유를 거쳐 바르셀로나, 말라가, 다카르를 지나 대서양을 종단해. 그리고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배를 타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지나 바이아블랑카에서 다시 부에노스아이레스, 로사리오, 코르도바, 투쿠만에서 결국 엄마를 만나지. 엄마를 만날 때 정말 눈물이 철철 나 엉엉

그리고 마르코는 반대 여정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와. 마르코가 물어물어 힘겹게 엄마가 있는 집에 가면 이사를 가 버리고, 또 미칠 듯 엄마가 있는 집에 가면, 어떡해? 또 이사를 가버렸고. 또 찾아가면 일주일만 일찍 오지, 같은 말만 들어. 얼어 죽을 놈의 이사, 아니 죽일 놈의 작가 새끼들 ㅋㅋ

이렇게 마르코가 다닌 거리가 25,910킬로 미터다. 지구 둘레의 70%를 돌아다녔다. 저 조그마한 몸으로

마르코의 여정도 딱하지만 시작하는 마르코 주제가가 '시' 다.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끝 부분에서 혈관 터질 뻔하지만 이 노래는 한 편의 장엄한 시야

아득한 바다 저 멀리 산 설고 물길 설어도

나는 찾아가리 외로운 길 삼만리

바람아 구름아 엄마 소식 전해 다오

엄마가 계신 곳 예가 거긴가

엄마 보고 싶어 빨리 돌아오세요

아아아 외로운 길

가도 가도 끝없는 길 삼만리

삼만 리는 끝이 없어. 정말 끝없지. 한하운 시인의 전라도 길을 읽어봐도 맨발로 전라도까지 가는 길도 험난하고 끝이 없어 문둥이 발가락이 다 떨어져 나가 끝에는 하나만 남는데, 마르코는 삼만 리를 엄마가 보고 싶어 지치지 않고 가

마르코는 여행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뱃사람, 철도원, 서커스 단원,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 소매치기 등 인간 군상은 죄다 만나.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인간 군상보다 많을 걸. 황석영 소설 중에 심청이가 바다에서 건져서 중국으로 건너가서 갖은 고생하면서 늙어 죽을 때까지의 이야기가 있는데 정말 인간군상을 심청이가 살면서 다 만나는 거 같아. 그 소설 정말 재미있어

아무튼 마르코도 여행길에 만난 그들에게 도움을 받고 그들에게 도움을 줘. 마르코의 이야기는 여행하는 로드무비 식의 형식이 아니라 마르코라는 어린아이의 성장기야. 그래서 이 만화를 유심이 보면 감동이 밀려오는 거 같아

만화 주제곡 주제에 산 설고, 물길 설다는 표현도 참 애틋하네. 게다가 마지막 부분은 울먹이며 부르는 것처럼 들려. 이 가사는 당시에 너무 슬퍼서 개사가 되어서 다시 불렸어. 요컨대 ‘엄마가 계신 곳 내가 거기 있다’로 바뀌었어. 주제가는 두 곡이야. 이 슬픈 버전이 있고 빠른 버전으로 한 곡이 더 있어

원작은 이탈리아의 아동작가 에드몬드 아미치스의 ‘사랑의 학교’에 실려있던 단편 ‘아페니니 산맥에서 안데스산맥까지’인데 그걸 주욱 늘려서 52부작으로 만들었고 엄마 찾아 삼만리는 극장 애니메이션 편도 있어. 극장판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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