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저 없이 이 정도면 무난하다고 생각했던 영화였다. 시저가 나와서 ‘노우’ 했을 때 그 무한으로 들었던 짜릿함은 전혀 없어서 굉장한 재미는 없지만 혹성탈출의 새로운 시작으로는 무난했다. 나는 재미있게 봤다는 말이다.

지루하게 느껴지는 건 긴 러닝타임 때문이기도 한데 나는 지루하지 않았다. 나는 혹성탈출 시리즈는 이상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전부 재미있게 봤다. 인류가 만든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는 90퍼센트 이상 사라졌고 유인원은 언어를 사용하게 된 세계에서 시저 후손들이 서로 물고 뜯고 하는 이야기다.

그 사이에 에코라 불리는 인간이 한 명 등장하는데 다른 인간들과 다르게 지능이 있고 언어를 할 줄 알며 자신의 이름을 메이라고 하는 여자였다.

주인공 노아는 메이의 이름을 알기 전 노바라고 부르는데 노바는 60년대 혹성탈출에서 유인원에 잡혔던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고, 이전 3부작에서 그 여자 아이의 이름이기도 하다.

어떻든 시저의 팬으로 시저가 나오지는 않지만 유인원과 유인원 그리고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혹성탈출 시리즈는 재미있다. 간혹 이런 사람들이 있는데, 왜 유인원은 인간화가 되었는데 말은 그냥 말이냐고.

이 시리즈는 침팬지에 대한 이해도가 있으면 더 깊게 빠져서 볼 수 있다. 이전에 올렸던 것처럼 침팬지는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정치적인 존재다. 인간처럼 정치적으로 종족을 보존하고 유지한다. 다른 군집생활을 하는 동물들처럼 우두머리가 되려면 일 대일로 붙어서 싸워서 이겨서 대장이 되는 게 아니라,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을 때, 추앙을 받았을 때 우두머리가 된다.

그러다가 왕의 역할을 잘하지 못한다? 그러면 서열 2위와 3위가 합쳐서 우두머리를 내친다. 합치를 이뤄서 권력을 휘두르는 우두머리를 내쫓는다. 그래서 침팬지는 암에 걸려 곧 죽을 것 같아도 절대 그런 표를 내지 않는다.

또 다른 위협적은 육식 동물들이 쳐들어왔을 때에도 어떻게 방어를 하는지, 또 암컷 침팬지들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이 모든 것들이 뒷받침되었을 때 왕이 되고 군집을 다스린다. 우두머리가 아침에 일어나면 침팬지들은 전부 인사를 하는데 그 방식이 제각각이다. 고개를 숙이는 놈, 손을 흔드는 놈, 우우우우 하는 놈 그렇게 왕에게 자신의 신뢰를 표기한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은 여왕 침팬지의 정치적인 행동도 왕은 터치하지 않는다. 여왕 침팬지는 다른 암컷들을 대동해서 자신의 편으로 계속 둔다. 그 과정이 아주 재미있다. 그리고 왕의 음식에 손을 대기도 하는데 우두머리는 그걸 나무라지 않는다. 다른 동물들에게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거의 인간과 비슷하다.

60년대 혹성탈출 시리즈를 보면 유인원들은 인간처럼 전부 옷을 입고 있다. 그리고 지금 봐도 재미있다.

이번 영화의 여자 주인공 메이로 나온 프레이아 엘런의 얼굴은 미샤 버튼의 한창때의 모습 같았다. 인류가 망하고 몇 세기가 흘렀는데 여기서도 눈썹은 정리가 아주 잘 되어 있다. 다른 모습은 영화 속 시대에 맞게 고증이 된 것 같은데 눈썹만은 정리가 잘 되어 있다. 그것 참 신기하다.

내용은 딱히 볼 게 없다. 끌려가고 결투를 하고 배경과 함께 유인원들의 삶을 보는 재미가 있다. 사냥, 착취, 군림을 위한 유인원과 자유를 바라는 유인원과 인간의 역사적 기술을 유인원에게 넘기기 싫은 인간이 펼치는 이야기 ‘혹성탈출 새로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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