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주의자들이 가득한 한국에 온 이상주의자 이리스. 이리스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감정을 불어넣는다. 이리스가 만나는 한국인들은 현실에 맞는 생각과 말을 하지만 이리스는 그 모든 것을 감정으로 표현해보라 한다.

현실주의자들이 가득한 한국이지만 곳곳에 윤동주 시가 있고 그 시는 아름다우며 이 아름다운 시를 쓴 시인은 어째서 젊은 나이에 죽을까 안타까워한다.

이리스는 젊은 한국남자와 동거를 하고 있는데 불어를 가르치고 받은 돈으로 남자 친구에게 월세를 내는데 보태라고 준다. 그 돈 역시 감정을 불어넣어 이상적으로 만든다. 이리스와 남자 친구는 두 사람의 나이차이는 아무렇지 않다.

그때 남자의 어머니가 불쑥 집으로 오고 현실과 이상이 마주하게 된다. 현실주의자는 현실을 말하고 이상주의자 역시 현실을 말하지만 대립이 생기고 그 대립의 틈은 벌어지기만 할 뿐 쉽게 가까워지지 않는다.

와인보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이리스. 피리를 불지만 이게 무슨 노래인지 전혀 알 수 없게 부는 이리스. 이리스는 한국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는 걸까.

요즘도 홍상수 영화에 대사는 각본이 없는 걸까. 현실에서 정말 피하고 싶은 순간과 상황을 대사로 대화를 한다.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긴장감이 드는 대사로 잘도 표현했다.

홍상수의 젊은 뮤즈가 김민희였는데 이제 김승윤으로 넘어가는 추세 속에 있는 것 같다. 기주봉이 시인으로 나왔던 우리의 하루에서도, 물안에서도 김승윤이 주연으로 나온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도 단역으로 나오는데 그 영화는 홍상수 사단에서 오래도록 조감독을 하다가 홍상수에게 까이고 독립해서 지원받아서 이 영화를 만들어서 영화 안에서도 그 이야기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조윤희 역시 언젠가부터 홍상수 사단으로 홍상수의 영화에 나오고 있다. 권해효의 부인이기도 해서 권해효와 둘이서 같이 홍상수 영화에 동반출연하는 것도 재미있다.

무엇보다 주인공 이리스 역의 이자벨 위페르는 벌써 두 번이나 홍상수 영화에 출연이다. 마담 사이코에서 정말 무시무시한 연기를 보여주더니 홍상수 영화에서 뭔가 한국 아줌마의 느낌이 폴폴 난다.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연기를 처연하게 하는데 보는 재미가 있다.

우리 삶은 너무나 빡빡하고 힘들지만 이리스 같은 시선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현실과 동떨어진 sns, 인스타그램, 스레드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리스는 눈에 들어오는 모든 사물과 사람들을 낯설지 않게 보는데 그녀를 보는 우리는 낯설게 본다. 뭐 그렇다고요.

예고편도 욘나 홍상수답다. 그 옛날 짐 자무시의 천국보다 낯선을 봤을 때의 느낌이었던 ‘여행자의 필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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