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많은 것들이 떠오르게 한다. 주인공 타에코의 기구한 삶이 영자의 전성시대의 영자와 혐오스런 마츠코의 마츠코를 닮았다. 영자와 마츠코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타에코의 마음은 그야말로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 타에코 역의 키무라 후미노의 한국어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수어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요 근래에 보는 시리즈에서 기묘하게도 전부 수어를 한다. 사랑한다고 말해줘, 퍼스트러브 하츠코이 전부 수어를 하고 이 영화에서도 영화 내내 수어를 한다. 타에코는 오셀로 최연소 우승자인 9살 아들과 함께 재혼을 하여 생활하고 있다. 전 남편은 몇 해 전에 집을 나간 뒤 생사를 알 수 없었다.

아들 케이타는 엄마와 오셀로를 두는 걸 즐기는 귀여운 아이다. 재혼한 남편 지로는 케이타와 타에코를 사랑하지만 지로의 부모는 타에코를 중고로 본다. 그 눈빛과 따스한 말속에 가시 같은 말들을 뱉어낸다. 대 놓고 너네 싫다고 하는 시아버지보다 늘 타에코의 편을 들어주며 나긋한 시어머니는 진짜 손주를 갖고 싶다며 타에코의 가슴에 통증을 남긴다. 그런 통증이 조금씩 쌓여 깊은 멍울이 된다. 그러둔 중 케이타가 욕실에서 놀다가 미끄러져 머리를 박고 욕조에 담아 놓은 물에 빠져 죽고 만다. 타에코는 욕조에 물을 받아 놓지 말라는 지로의 말을 듣지 않다가 그렇게 된 것이라며 자신을 자책한다.

케이타의 장례식에서 느닷없이 전 남편, 케이타의 생부가 나타난다. 그는 청각장애자로 한국 사람이다. 그동안 노숙자처럼 지낸 생부가 장례식에 나타나 타에코의 뺨을 때리고 자신의 뺨도 때리며 운다. 타에코는 그 뒤로 생부가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한다. 케이타의 죽음과 전 남편의 자립을 도와줘야 하는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당위가 생긴다.

남편을 찾아야 한다며 구청에 매일 오는 타에코를 도와주다 구청 직원이었던 지로는 타에코에게 사랑을 느껴 결혼을 했지만 타에코를 마뜩잖아하는 부모님, 케이타의 죽음 앞에서 눈물이 나지 않는 자신과 갑자기 나타난 생부와 타에코의 수어를 하는 다정한 모습에서 알 수 없는 마음이 인다. 하지만 지로 역시 타에코를 만나기 전 만났던 여자를 만나 바람을 피운다.

이 이야기는 지극히 단조로워 보이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실은 너무나 복잡하고 꼬이고 꼬인 관계와 상실을 잔뜩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생부의 아버지가 위독해서 돈을 빌려 한국의 함안으로 가는데 결국 지로를 버리고 따라나서는 타에코. 그러나 한국에 도착해서 알게 된 사실은 케이타를 낳기 전, 자신을 만나기 전에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해서 그 아들이 결혼을 하는데 거기에 가려는 것이었다.

마지막 일본 집으로 돌아온 타에코는 물건을 사들고 집에 들어오는 지로에게 평소처럼 왔냐며 인사를 하고 같이 배고프니까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마치 레이먼드 카버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 대사를 하며 끝난다. 2시간도 안 되는 이야기 속에 우연과 인간의 간극, 관계, 의지와 무관하게 오는 피폐, 선입견 같은 것들이 몽땅 들어있다.

키무라 후미노는 페이블에서 미친 엉뚱 청부 살인마 역으로 하하하였는데 이 영화에서는 감정 연기를 해내고 있다. 남편 지로는 아직 자기 형 에이타의 인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거 같고, 한국인 박 씨로 나오는 배우는 읭? 같고, 영화가 고레에다 감독의 느낌이 많이 나서 감독도 사진만 보고 고레에다와 비슷한 연배인가 했는데 응?

인도코끼리 방구끼는 얘기지만 인간은 5세 전까지 부모에게 모든 행복을 다 준다. 그 이후에는 꼭 효도를 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인간은 너무나 이상하게 생겨 먹어서 죽고 못 살 정도로 사랑해도 그게 오래가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죽을 때까지 길게 간다면 그건 사랑이라기 보다 흔히 말하는 의리다 의리. 부부가 되면 언젠가부터 대화할 때 서로 눈을 보지 않게 된다. 타에코가 함안으로 와서 야외 결혼식에서 비가 쏟아지는데 상실에 의해 혼이 나간 듯 혼자서 흐느적 춤을 추는 장면은 마더가 떠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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