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맵찔이가 먹기에는 너무나 매콤한 오징어볶음. 그러나 고춧가루가 좋으면 매워도 자꾸 먹게 된다. 여름에는 공포영화의 계절이고 무서운 영화를 볼 때에는 이렇게 매콤한 오징어 볶음이 어울린다고 억지로 우겨본다. 시원한 맥주와 함께 재미있게 무서운 영화를 보는 것이다.


여름이 되면 오싹하고 무서운 공포물 시리즈가 많이 나온다. 소설 원작의 ‘마당이 있는 집’이나 ‘악귀’가 지난주부터 방영되고 있다. 무섭고 오싹하다. 그럴 때 매콤한 오징어 볶음을 한 번 먹고 맥주를 꿀꺽. 이런 스릴러 공포 시리즈는 극장의 공포영화처럼 점프스퀘어나 고어 적으로 시각적 공포를 주는 게 아니라 냉기가 흐르는 서사가 조여 오는 무서움으로 공포를 준다.


여름을 노린 극장가의 공포는 대체로 미지의 세계나 귀신, 유령이나 괴물이 무서움을 주지만 사실 진짜 무서운 건 사람, 인간이다. 아주 착하고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의 내면 속 추악한 부분을 건드려 꺼내는 것처럼 보는 내내 두근두근하는, 그런 오싹함을 준다.


미드나 영드의 공포 시리즈보다 한국의 공포물이 훨씬 오싹하고 무섭다. 드라마 ‘악귀’를 보기 전까지 미드 공포물 시리즈 ‘힐 하우스의 유령’을 봤다.

잘 만들었지만 너무 지루하고, 잘 만들었지만 너무 별 내용이 없다. 온갖 미국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 가정 내 산적해 있는 문제를 전부 유령과 함께 다루려 하다 보니 지루하다. 하지만 잘 만들었다. 그러나 지루하다. 잘 만들었지만 재미는 없다. 아무튼 온통 오해와 이해의 그 중간 어디를 왔다 갔다 하면서 서로 내뱉지 말아야 할 말을 뱉어내고 그러다가 유령 때문에 서로 뭉치고, 유령 때문에 서로 찢어지고. 이야기는 느닷없이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장면이 많다. 정말 느닷없이 과거, 먼 과거, 짧은 과거로 갔다가 현재를 보여주는 화면이 많아서 짜증 난다.

세상에는 그런 시리즈가 있다. 잘 만들었다고 느껴지나 재미가 없는 기묘한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재미있었다면 시즌 2가 나왔을 것이다. 미국 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그걸 포기할까. 유령이나 점프 스퀘어 없이 정말 재미있게 무서웠던 시리즈는 ‘베이츠 모텔’ 시리즈였다. 베이츠 모텔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히치콕 감독의 ‘싸이코’에 등장한 모텔이며, 주인공 노먼 베이츠는 싸이코의 살인마 이름이다.

노먼 베이츠의 엄마로 나오는 베라 파미가가 이를 물고 제작에 뛰어들어 총괄 제작까지 맡았다. 뼈와 살을 갈아 넣어서 만들었다는 걸 시리즈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이 시리즈는 기획 전부터 감독이 싸이코의 프리퀄이라 했고 보는 내내 정말 심장이 졸깃해지며 재미있었다. https://youtu.be/G3LrceBiG9s


62년에 나온 '싸이코'는 20년이 지난 83년에 싸이코 2편이 나왔다. 노먼 베이츠가 20년이 지난 후에 베이츠 모텔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싸이코의 주인공 안소니 퍼킨스가 20년이 지나서도 노만 베이츠 역을 했다.


이 시리즈에서 노먼 베이츠와 친하다가 죽임을 당하는 비중 있는 조연으로 니콜라 펠츠가 나온다. 니콜라 펠츠는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엄청난 재력가 넬슨 펠츠의 딸이다. 아버지와 나이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무엇보다 니콜라 펠츠는 베컴의 첫아들 브루클린 베컴의 아내로도 유명하다. 돈이 너무 많은 재력가 집안의 니콜라 펠츠와 역시 돈이 너무너무너무 많은 시어머니, 스파이스 걸스의 빅토리아 베컴과 결혼식을 두고 고부 갈등을 겪는 일들이 세계의 가십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엄마와 아내가 싸우거나 말거나 그저 아내가 좋은 반등신 브루클린 베컴.


얼마 전에는 유튜브인지 틱톡인지, 라이브로 기름을 한 통을 다 부어서 고작 닭 세 조각을 튀겨서 사람들에게, 그래 너 잘 산다, 같은 반응을 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브루클린 베컴은 사람들이 왜 그러지? 같은 반응이다.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요리프로그램에 나왔는데 브루클린 베컴이 아주 간단한 요리를 하는데 방송 스텝과 전문 요리사들, 그리고 보조 출연자들이 많이 나와서 방송 관계자가 유전무죄 무전유죄 같은 말을 했지만, 역시 브루클린 베컴은 그게 뭔지, 무슨 말인지 똥인지 된장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아무튼 베이츠 모텔은 시리즈는 진정 재미있고 무서웠다. 무서운 장면이 없이 무서움을 주는, 그 어떤 존재보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장 무섭다는 걸 보여주었다. 시리즈 몇 인지는 모르겠지만 히치콕의 싸이코에서 가장 유명한 욕실 장면의 오마주도 나온다.


우리나라도 코로나 시기에 드라마 ‘마우스’가 했는데, 싸이코패스가 형사에게 보여주려고 사람들을 죽여 전리품으로 만들어 놓으며 나를 잡아봐 하는 이야긴데 무섭고 재미있었다.


https://youtu.be/i_K9U3gE9os 승기야 힘내자!


여름에는 공포영화를 보는 재미가 있다. 예전 어릴 때에는 전설의 고향이 최고로 무서웠다. 뭐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구미호가 제일이었다. 이 구미호가 요즘은 한국을 넘어 미드 공포 시리즈에도 나온다. 러브크래프트 컨트리에 구미호가 나온다.

시리즈 중 한 회는 온전히 50년대 대구를 배경으로 인간이 되고픈 구미호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무섭다기보다 제이미 정이 홀딱 벗고 나오기 때문에 섹시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구미호로 변할 때 그간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구미호 버전을 봤지만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속 구미호로 변하는 장면은 좀 뭐랄까, 이상해. 그 꼬리 같은 것이 콧구멍에서도 나오니까 순간 웃음이.


무엇보다 1시간 내내 한국말을 하는데 정말 너무 어색하고 듣기 싫어 죽는 줄 알았다. 50년대, 그것도 경상도 대구에서 혀가 막 굴러가는 한국어를 하니까. 제목에 걸맞게 굉장한 괴물들이 나오는데 역시 재미가 없다. 예고편에 속은 인간은 나 혼자로 족하다. 시리즈 내내 너무나, 고구마 몇 개를 한 번에 먹은 것처럼 답답하고 지루하다. 게다가 시리즈 내내 그놈의 pc주의가 가득하다.

https://youtu.be/eb8sKpJMRSY


러브크래프트 컨트리라는 소설이 드라마로 만들어졌는데, 러브 크래프트는 미국 공포물의 대가가 되었다. 미지에 대한 공포,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빛과 색채에 대한 공포를 만들어냈다. 크툴루 신화의 창시자로 불리며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은 대부분 영화가 되었으며 대부분 으~~ 하는 얼굴을 만들게 했고 징그럽고 무서웠다. 샘 닐 아저씨가 나왔던 이벤트 호라이즌은 당시 너무나 충격적인 장면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검열로 인해 몇 장면은 삭제하고 나서 극장 상영을 했다고 한다. 나는 그 삭제된 부분까지 다 봤는데 90년대에 나온 영화지만 지금 봐도 너무 오싹하다. 그나저나 샘 닐 아저씨 혈액암 판정받았다는데 잘 회복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러브 크래프트는 대놓고 인종차별을 했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그런지 ‘러브크래프트 컨트리’ 이야기는 흑인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에 괴물이 나오는 이야기를 섞어 놨다. 흑인 차별이 무지무지하게 심한 50년대의 미국을 보여주었다. 어느 지역에서는 흑인이 들어와서는 안 되며 들어온 흑인은 사냥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동성끼리의 붕가붕가 장면을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을 해놔서 좀 그렇다.


여름에 보기 무서운 영화는 일본의 ‘기묘한 이야기’ 초기 버전이었다. 눈 속에서 한 명씩 돌아가면서 불침범을 서는데 나중에 한 명이 더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무서웠다. https://youtu.be/uIvh6pxBg_E 기묘한 이야기 - 설산. 이게 공포의 레전드다.


옛날부터 겨울 산장의 무서운 이야기는 많았다. 요컨대 폭설 때문에 산장에 친구들과 갇혔는데 창밖에서 친구들이 나오라고 하는데 산장 안에도 친구들이 있고. 산장 밖의 유령이 나를 밖으로 불러내 죽이려고 해서 산장 안에서 친구들과 안고 있는데, 창밖의 한 친구가 피를 머리에서 흘리며 계속 나오라고 무섭게 손짓하고. 그 친구만 산장 안에 없어서 나갔더니 산장 밖의 사람들이 진짜 사람이고, 같은 그런 이야기.


그러니까 예전에는 미지의 존재, 귀신, 유령이 무서운 이야기의 주체였는데 요즘은 인간이다. 인간이 제일 무섭다. 사람은 겉으로는 알 수 없다. 겉으로는 사람들에게 친절하지만 집 안에서 아이에게 상한 음식을 먹이고 쇠사슬로 묶어 놓아서 애가 죽고 나서야 겉과 속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다. 사람이 뇌의 한 부분이 이상해거나 흘러나오지 말아야 할 서번트 물질이 많이 나온다거나. 또는 싸패의 뇌를 이식받았다거나 하면 인간은 정말 무서워질지도 모른다.


인간이 인간에게 있어 가장 무서운 존재다. 우리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잘 잊어버린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는 그래서 내가 가장 무섭다고 생각하는 영화다. 실제 일본 내에서 발생한 일을 영화로 만들었다. 아이들을 방치하고 도망간 엄마 때문에 아이들이 점점 어떻게 변하는지. 옷도, 생리작용도.


전기도 수도도 끊어지고 집에서 아이들만 배고픔을 견디며 지내다 결국 막내 유키가 숨을 거두는 장면은 너무나 끔찍하고 안타까운데 너무 아름답게 그려져서 정말 슬펐다. 이 영화는 일본의 단면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해서 고레에다는 아베 정부에게 찍혀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https://youtu.be/6ZYPlnmhMTU

'나의 아저씨' 마지막 회를 보면 기훈이가 동훈에게, 이 영화 ‘아무도 모른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5분 보다가 꺼버렸다고. 가정의 가장 오빠가 12살인데 동생들을 위해 다니면서 구걸하는 모습이 너무 불쌍해서 못 보겠더라고. 내가 티브이 속으로 들어가서 애들을 꺼내오고 싶다고.


기훈이가 기훈이 스타일로 이야기를 할 때 동훈은 동훈 스타일로 덤덤하게 듣는다. 그리고 기훈이가 말한다. 다음 날 다시 봤는데 보기 잘했다고, 아이들은 똑똑하게 잘 살아간다고,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약하지 않다고. 아이들은 다 자가 치유능력을 가지고 있더라고. 기훈이는 자신의 형과 이지안을 위해서 자신의 스타일로 그렇게 위로해 준다.

가장 역할을 해야 했던 12살의 야기라 유야는 배우로 훌쩍 커서 올해, 2023년에 인육을 먹는 마을에 부임한 경찰이 되어 사건을 파헤치는 무시무시한 이야기 ‘간니발’의 주인공이 되었다.

외진 산골 마을, 쿠게 마을이라 불리는 이 마을을 지키는 파출소에 근무하는 순경은 한 명. 이전 순경의 갑작스러운 실종으로 새로 부임한 아가와 순경은 아내와 실어증을 앓고 있는 어린 딸 마시로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


마을은 너무나 작고 주민들은 서로 집집마다 그릇이 몇 개인지 다 알 정도로 친밀하다. 아가와는 부임 첫날부터 호의적인 마을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는다. 한창 좋은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가운데 고토 가문의 사람들이 와서 산속에서 곰에게 당한 시체를 발견했으니 와 달라고 한다.

시체가 있는 장소로 온 아가와는 얼굴의 반이 없어지고 한쪽 팔이 옆에 분리되어 있는 노파의 시체를 본다. 고토 가문의 사람들은 곰에게 당했다고 하지만 시체를 살핀 아가와는 곰에게 물린 자국이라고 하기에는 터무니없다고 한다. 이건 어쩌면?

그러면서 이야기는 점점 수렁으로 치닫는다. 수백 년 이어온 고토 가문은 식인을 한다는 소문이 있고, 이전 순경은 그 증거를 찾아서 수사를 하다가 당했다고 아가와는 생각한다. 그리고 호적 없이 태어난 아기들이 유독 이 마을에서 사산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가와는 마음속에 억누르지 못하는 분노가 있다. 만약 태어난 아기를 어딘가에 잡아 두고 식인을 한다면 이 사람들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아가와의 이 들끓는 분노는 형사 시절 범죄자들을 잡을 때 거침없이 튀어나왔다. 악은 더 큰 악으로 대해야 한다. 자신의 어린 딸에게 접근하는 어린이 성추행범을 잡아서 반쯤 죽을 때까지 폭행을 하는 아빠를 싫어하는 어린 딸 마시로. 그런 마시로가 보호하려는 사람이 바로 성폭행범이다.

어느 날 성폭행범이 마시로에 목에 칼을 대고 나는 마시로를 사랑한다, 우리 같이 죽자.라고 하는데 아가와가 권총으로 성폭행범을 사살하게 되고 그때의 충격으로 마시로는 언어를 잃어버린다. 마시로를 위해 산골 마을로 부임한 아가와에 닥친 이상한 마을의 사람들과 식인을 하는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굉장한 비밀들이 드러난다.

스릴러 공포 장르인데 무척이나 재미있다. 이렇게 전개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생각처럼 이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영화 이끼와 곡성을 잘 버무려 놓은 듯한 전개와 긴장감이 든다.

감독이 실종을 연출한 가타야마 신조로 봉준호 감독의 연출부에서 영화를 배워간 그 감독이다. 어린 딸 마시로의 연기,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어린이의 얼굴을 파먹는 장면이나 친절하기만 하던 마을 사람들이 점점 아가와 가족을 조여 오는 압박감의 연출을 보는 재미를 더 한다.

매회 사건을 이루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드라이브 마이카 제작진이 탄탄한 스토리에 힘을 더 실어서 간니발은 재미있다. 카니발리즘을 잘 볼 수 있는 시리즈 간니발이었다. https://youtu.be/m5Uyji9i76E


어떻든 인간이 인간에게 가장 무섭고 몹쓸 짓을 한다. 김영하의 소설 ‘비상구'도, 무라카미 류의 '코인로커 베이비'도 아이들을 부모가 버리고 방치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그 안을 잘 들여다보면 무서운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같은 무서운 일들이 사실 주위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을 겉으로 봐서는 절대 알 수가 없다. 진정한 공포는 사람이야, 인간이라고. 누가 알아? 밉다고 오징어 볶음에 독약을 탔을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