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의 사진기록
사진기록이라고 해도 조깅을 하면서 담은 사진들이다. 주로 야간에 조깅을 하고, 야간에 사진을 담으니 폰으로 찍은 사진들이라 사진 품질은 별로다. 신형 폰이면 카메라만큼 쨍하고 잘 나올 것 같은데 나는 아이폰 8이라 야간에는 썩 좋은 사진을 담아내지는 못한다. 그래서 불만이냐 하면 불만은 없다. 아이폰 8이 딱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의 폰의 크기다. 만약 아이폰 8에서 바꿔야 한다면 단종수순을 밟은 아이폰미니를 중고로 구입하지 않을까 싶다. 야간이라지만 아직 태양광원의 빛의 소자가 남아있는 야외에서는 그런대로 잘 나오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오면서 고양이 두 마리가 사랑을 하고 있는 장면이라고 담았는데 잘 보면 사랑을 하고 있지는 않다. 그전 단계로 애무를 하는 건지, 한 마리의 등에 올라타서 밑의 고양이의 이를 잡아주나. 등에 올라타는 게 집사의 등에 올라타는 뭐 그런 건가. 아무튼 고양이들의 세계는 인간 주제에 범접할 수 없는 어떤 무엇이 있다.
이 녀석은 우리 아파트단지의 귀염둥이다. 사람을 너무 잘 따르고 말도 잘 들어서 아파트 주민 모두가 좋아하는 녀석이다. 이름은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것 같다. 초등생들이 부를 땐 나비야 하는 것 같고, 어르신들은 녀석아,라고 하는 것 같고, 아주머니들은 도매??야 라고 하는 것 같다. 원래는 너무 귀엽고 예쁜 얼굴인데 어째 이렇게 얼굴이 찍혔냐. 이 녀석은 아파트 내 노인정 안에서 추위와 더위를 피하게 해주고 있다. 돌아가면서 사료를 주고 녀석이 밖으로도 잘 다닐 수 있게 노인정에서 녀석을 위해 출입구 문을 만들어 주었다. 노인정 밖의 평상인데 늘 그 자리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기다린다. 어르신들은 뭐랄까 이 녀석을 애기 다루듯 그렇게 보살핀다. 그래서 지가 마치 아기가 된 것처럼 느끼는 게 아닐까 싶다. 이 녀석아 나도 고양이들과 인연이 남다르다고.
며 칠 동안 비가 온 후의 하늘이다. 한껏 갠 하늘을 보며 신나게 달려야 했지만 마요네즈를 많이 먹어서 몸이 무겁다. 이 죽일 놈의 마요네즈를 먹고 붙은 살은 잘 빠지지도 않는다. 근래에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여기 대나무 숲에도 왔던데 이 코스는 반대방향이다. 나중에 대나무 숲으로 달리면 그쪽의 경치를 사진으로 담아보자.
노을은 늘 입을 벌리고 보게 된다. 특히 요즘 같은 날의 맑은 하늘이면 노을이 예쁘다. 밤꽃냄새가 퍼지고 나면 한 여름의 노을은 이글이글 타오르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는 그림에 가까운 색채를 표현한다. 이런 풍경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늘 이런 생각을 한다.
일주일 전의 사진으로 이쪽이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는 코스인데, 저기 대나무 숲의 입구가 보인다. 이 활짝 핀 꽃들이 있는 앞을 지나는데 꽃향기가 확 났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서 검색을 해봐도 잘 나오지 않았다. 나름대로 검색 왕인데 구글에 사진을 드래그하면 꽃을 찾아 주는데 할 때마다 이상한 꽃 이름만 알려주었다.
일교차가 심한 날이다. 저녁에는 쌀쌀하다. 그래서 사람들도 별로 나오지 않았다. 달이 반대쪽에 떠 있지 않고 저기 보이는 하늘에 떠 있다는 말은 지구와 달이 조금 가까워졌다는 말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6월이 되면 지구와 달이 제일 가까워지는데 그때 방귀를 뀌면 방귀소리가 평소보다 크게 들린다. 그게 바로 지구와 달이 가까워져 조수간만의 차가 심해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고.
바람이 많고 그늘에서는 춥다. 움직이면 좀 덥다고 느끼는 그런 날의 연속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지만 바람이 있는 그런 저녁이다. 바람이 나무를 훑고 지나간다. 은행잎들이 파르르 떨리는 게 마치 암석에 붙은 조개들이 아가리를 전부 벌리는 모습처럼 보였다. 조개들이 노래를 하는 것이다. 달빛으로 물든 바다에 조개들이 교향시를 만들어 낸다. 쩍 하고 벌어질 때 나는 소리가 수 백, 수 천, 수 십만이 모여 운율을 만들어 낸다. 조개들이 노래를 부르면 달이 빛으로 눈물을 흘린다. 달은 저 멀리서 조개들의 노래를 듣는 계절이다.
양귀비 꽃인 거 같은데 노란색의 양귀비 꽃도 있는데 사진에는 담기지 않았다. 자연이 보라색을 표현하면 정말 신기한 것 같다고 생각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아주머니 두 분이서 양귀비 꽃을 보며 예쁘다고 말하기에, 어머님들이 더 예쁜데요,라고 했고, 그때 호호호 하며 좋아하는 어머님들의 표정을 사진으로 담았다는 말도 새빨간 거짓말이다. 나는야 거짓말쟁이.
날이 확 풀리면서 사람들이 우르르 나와서 걷거나 달리고 있다. 반대방향에서 복장을 갖춘 러너들은 달려오면서 나에게 주먹을 쥐고 한 손을 들어 보이며 꼭 파이팅! 하며 지나간다. 그럼 나는 수고하십니다,라고 하며 지나친다. 나의 복장은 전문 러너 같은 복장은 아니지만 또 술렁술렁 산책을 하는 복장에서도 벗어났다. 조깅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사진도 많이 올려서 저 앞 어딘가에 나의 복장이 사진으로는 많을 것이다.
이제 곧 초파일이다. 저렇게 서 있는 불상의 모습을 보면 꼭 저 손으로 딱밤을 때릴 것만 같다. 나는 종교는 없지만 굳이 선택을 하라면 불교를 선택하지 싶다. 절에서 나는 향냄새가 너무 좋고 이 근처에서 조금 나가면 있는 통도사의 사찰을 둘러보는 것이 아주 좋다. 그런 분위기가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절은 불영사로 거기는 비구니들만 있다. 통도사도 그렇다. 외할머니를 따라 어린 시절에 불영사를 가곤 했다. 계곡도 좋고 뭐 그런 분위기가 좋다. 그리고 절밥도 맛있다. 요즘 어떤 사찰에서는 전문적으로 절밥을 내오면서 콩으로 고기맛이 나게 하는 식단을 주는데 그냥 고기를 먹자. 고기맛이 나는 콩요리를 먹어야 한다니. 너무 이상하다. 닭볶음탕도 이상한 이름이다. 닭볶음이면 볶음이고, 탕이면 탕이지, 닭볶음탕이라니. 그냥 닭도리탕 해라. 닭도리탕 하면 머릿속에 요리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데 닭볶음탕은 보이지가 않아. 부처님 앞에서 고기 이야기나 하고 있다니 죄송합니다.
길거리 도로에도 꽃다발이 많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이 감독이 다케우치 유코를 데리고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만든 감독이다. 런치의 여왕에서 정말 여왕 같은 미소를 보여줬던 다케우치 유코는 영영 하늘의 별이 되었다. 꽃다발 같은, 에서 아리무라 카스미는 정말 반짝반짝 예쁘게 나온다. 그러다가 최근의 영화 ‘치히로 상’에서는 깊은 아픔을 가지고 마을을 밝게 만드는 세상 다 산 여인의 모습으로 나온다.
치히로는 시 같은 사람이 아닐까.
시가 없어도 생활은 가능하나 삶은 불가능한,
치히로는 마을 사람들에게 그런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아 그저 고즈넉한 풍경이다. 이런 고즈넉함이 좋은 저녁이고, 저녁에는 이런 고즈넉함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