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BYFiiJy5ioE 뽕을 찾아서 [예고편 같은 영상]
이오공이 앨범을 냈다. 뱅버스에서 주체할 수 없는 어깨의 들썩임이 온몸을 타고 오더니 마지막 휘날레에서는 느닷없이 눈물이 줄줄 흘렀다. 이상하고 이상했다. 뽕 끼 가득한 앨범 속 노래들인데 마지막까지 다 듣고 나니 알 수 없는 슬픔, 어떤 밝은 슬픔, 기쁜 슬픔 같은 것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정말 이상하고 이상한 기분이었다.
이오공의 다큐가 있다. ‘뽕을 찾아서’다. 스브스에서 제작을 했는데 그 모든 편이 유튜브에 있다. 생활 속에서 뽕을 찾아가는 다큐멘터리다. 이오공은 가까이 있는 생활의 소리에 얼마나 많은 음악요소가 숨이 있는지, 뽕 끼가 있는지 찾아낸다. 그 여정을, 그 힘들고 긴 여정을 지치지 않고 즐겁게 찾아다닌다.
앨범 첫 시작의 ‘모든 것이 꿈이었네’를 들으면 흥얼흥얼 하게 된다. 본능적으로 이 리듬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도 흥얼흥얼 웅얼웅얼 따라 하게 된다. 그러다가 가사를 보면 ‘하얀 나비’ 같은 그런 서정이 가득하다. 슬프다. 이상하지만 슬프다.
뽕 끼 충만한 노래, 그야말로 전통시장의 각설이가 틀어 놓은 듯, 그 음악 같은 ‘뱅버스’를 듣고 있으면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야호, 으허 하며 관광버스 춤을 추게 된다. 한 번 들어보시게. 이야호 하며 들썩들썩하게 된다. 그런데 이 음악, 뮤직비디오가 있다. 주인공은 마구 달린다. 달리고 또 달린다. 그러다가 넘어지는데 하필 개똥에 넘어진다. 하지만 또 달린다. 그런데 그 밑에 누군가 댓글을 달았다. ‘나는 분명 살려고 달렸는데 어느 순간부터 달리기 위해 사는 나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구나’라고 달았다. 이렇게 미칠 듯이 신나는 음악인데 이상하지만 슬프다. https://youtu.be/aunbwaZ7Q1o
'바라보고'를 듣고 있으면 이건 정말 미친 이디엠에 각설이가 절묘, 교묘, 녹아든 음악인데 너무 세련된 거 아니야? 하게 된다. https://youtu.be/2ySh4h9QEAc
그렇게 죽 다음 곡들을 듣다가 마지막 ‘휘날레’에서는 차오르는 그 슬픔을 헤아릴 길이 없다. 이 앨범에는 소설가 양인자도 작사에 참여를 했고, 이박사와 김수일, 색소포니스트 이정식, 그리고 아기공룡 둘리 주제가를 부른 오승원도 함께 했다.
휘날레는 말 그대로 마지막 곡으로 둘리의 그 목소리 그대로 오승원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들어보면 리듬이 신나고 낯익은데 이상하지만 애절하고 슬프다. 이오공은 오승원의 목소리에도 뽕이 있고, 뽕은 원래 슬프다고 했다. https://youtu.be/mfmPGG7HHIk 이 영상은 누군가 휘날레를 둘리의 영상에 입혀 놓은 것이다. 이상하지만 슬프다.
이오공은 인터뷰에서 앨범에 여러 뮤지션들이 참여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오승원 선생님은 음악적 요소라기보다는 그냥 목소리만으로 갑자기 나를 어느 순간으로 돌려버리는 느낌이 있어서 만나 보고 싶었다. 오승원 선생님은 찾는 데 한 3년 걸렸다. 그 아드님이 가수인데 ‘스타킹’에 출연한 적이 있어서 검색을 하다가 알게 됐다.
오승원 선생님 목소리는 내가 어린 시절 집에서 부모님 기다리며 혼자 TV 보던 그때를 떠올리게 했다. 둘리는 사실 만화책으로 보면 슬픈 만화가 아니고 명랑하고 밝은 내용인데, TV로 볼 때는 항상 슬펐다. 그게 생각해 보면 주제가 때문이었다. 주제가를 들으면 너무 슬프고, 그 만화에서 어떤 에피소드가 나와도 둘리는 그냥 엄마를 잃은 아이인 거다. 그때 만화 주인공들은 부모님과 떨어진 아이들이 많았다. 까치도 하니도 독고탁도.
그 시절을 돌이켜보니 왜 그렇게 슬펐는지 떠오르더라. 오승원 선생님 영상 중에서 2013년쯤에 고등학교 강당에서 노래 부르는 영상이 있는데, 오승원 선생님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영상에서도 선생님이 ‘둘리’ 주제가를 부르는데, 요리 보고~ 이렇게 한 소절 나오니까 벌써 강당이 온통 난리가 났다. 정말 놀라웠다. 노래가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모두가 아는 노래를 부른 가수를 생전 처음 본 건데, 한 마디만 들어도 목소리가 애잔하고 너무 똑같더라.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니까 다들 슬퍼하더라. 나도 비슷했다. 어떤 무언가는 그대로인데, 그 무언가가 맨 처음 각인됐던 기억으로부터 지금은 떨어져 있으니까. 그만큼의 시간이 느껴지는 거였다. 그게 느껴지는 어떤 순간이 ‘노스탤지어’이고 뽕짝의 기본 정서이기도 하다)라고 SBS 인터뷰에서 말했다.
앨범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외국에 다프트 펑크가 있다면 250은 정말 다프트 펑크를 뛰어넘어 다프트 뽕크로 온몸에 전기충격을 준다. 몸을 가만두지 못하게 만들다가 마지막 오승원의 휘날레에서 이상하지만 애잔하게 된다.
즉 우리의 뽕짝의 기본정서는 향수이며 슬픔이다. 그럼 이렇게 음악을 만드는 게 쉬울까 한다면, 나는 음악을 잘 모르지만 너무 어렵다고 생각한다. 밝은 슬픔이 엿보이는, 밝은 슬픔을 말하는 노래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7번 방의 선물 같은 노래도 많다. 이래도 안 슬퍼? 이렇게까지 하는데 슬퍼야지? 같은 노래들. 그러나 뽕끼 충만한 음악을 듣는데 슬픔이 올라오는 건 우리네 정서의 한을 음악에 담아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노스탤지어, 향수 그것은 그리움이다. 우리는 늘 갈비탕을 먹고 남은 찌꺼기마냥 몸속 저 밑에는 그리움이 미미하게 남아있다. 그러다가 뽕짝을 들으면 신나면서 그리움이 위로 올라온다.
SBS 인터뷰 전문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136966&plink=ORI&cooper=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