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트위스트 엔 샤우트’가 금지옥엽에서 레슬리가 부르는 노래가 아닌가 싶다. 정말 신난다. 레슬리의 트위스트 앤 샤우트를 듣고 있으면 몸을 안 움직일 수 없다. 비틀스보다 신나고 미스터 빅보다 강렬하게 부른다. 열과 성의를 다한다.
샘으로 나오는 장국영은 극 중에서 유명한 프로듀서지만 음악을 같이 했던 친구들과 일주일에 한두 번씩 직접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른다. 오래된 친구들과 트위스트 앤 샤우트를 부르는 장면은 참 좋아서 이 부분만 몇 십 번을 돌려서 봤는지 모른다.
다음 장면에서 부부가 막 싸운다. 그때 장국영이 피아노를 치며 부르는 노래가 ‘진생 뭐뭐’인데 금지옥엽의 주제가인 ‘추’보다 더 좋은 것 같다. 극 중에서 이 노래는 샘의 친구인 부부가 결혼을 할 때 만들어 준 노래인데 그 부부가 싸움을 해서 다시 부른다.
장국영의 목소리에는 늘 옅은 비애가 서려 있다. 그것이 노래가 되었을 때 가슴을 지긋하게 누른다. 그래서 장국영이 부르는 신나는 노래도 신나지만 어딘지 모르게 슬픈 비를 맞는 기분이다.
금지옥엽은 커피프린스 1호점의 진신 격인 영화가 아닌가 싶다. 류자링의 귀여운 모습도 볼 수 있고 남장을 한 원영의가 이들과 함께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재미있다. 학창 시절에 장국영의 영화보다 노래를 더 들었는데 추석이나 설이 되어가는 시기면 명절 전에 극장가에 장국영이 등장하고 그의 노래가 곳곳의 레코드 점에서 흘러나왔던 것이 생각난다.
매년 돌아오는 그날이 되었다. 20년이 되었다. 장국영의 영화도 좋지만 나는 장국영의 앨범을 3장이나 가지고 있다. 나는 그의 노래를 아주 좋아한다. 거짓말 같은 장국영은 이제 진짜 거짓말처럼 들린다.
장국영의 트위스트 앤 샤우트 https://youtu.be/BRXh-SVqMEg
사랑이 전부였던 그 시절이 그리워 라떼들은 오늘도 어딘가에서 현실과 동떨어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싸이월드 감성을 찾아 떠돌다 장국영의 노래를 듣게 된다.
헤어지고 나면 세상이 끝날 것만 같아서 그 노래를 고정시키고, 가사를 검색해서 이 바보 같은 가사와 바보 같은 리듬에 눈물을 흘리며 이제 나는 어떡하냐며 밤새 열병으로 보냈던 그때.
바보 같았지만 확실한 해답보다 흔들리는 가능성이 충만했던 그때, 달려갈 곳이 있으면 옆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고 그곳까지 달려가는 것에만 매달렸던 바보 같았던 그때. 오직 사랑이 전부였던 그때. 우리 옆에는 장국영이 있었다.
웃고 있어도, 어딘가를 보며 가만히 있어도 장국영의 눈빛까지 비애를 머금고 있다. 앞날을 이미 정해놓기라도 하는 듯 영화 속 그의 눈빛은 깊이가 깊지만 ‘무’였다.
오랜만에 보는 장국영은 그런 눈빛을 하고 있었다. 전생에서의 슬픔을 그대로 이어받아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할 눈빛, 그런 눈의 깊이.
나는 장국영의 앨범이 3장이 있는데, 영화보다는 장국영의 노래를 더 많이 들은 것 같다. 이 노래는 장국영의 89년 마지막 공연에서 부른 ‘풍계속취’다. 이 노래는 장국영의 팬이라면 다 알겠지만 야마구치 모모에를 좋아한 장국영이 그녀의 ‘이별의 저편’을 번안해서 불렀다.
한 영화 속에서 장국영은 야마구치 모모에를 여러 번 언급을 하기도 한다. 정국영은 이 마지막 공연에서 팬들을 위해 겨우 움직일 수밖에 없는 몸을 이끌고 있는 힘을 다해 울면서 노래를 한다. 아마, 이미 장국영은 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결심을 하고 있었다. 온 언론이 장국영을 장난감 취급했고 죽음마저 그렇게 도배를 했다. https://youtu.be/MoJJhYwq0W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