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보이는 밤하늘


조깅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도 적었다. 인간이 달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해도 해도 모자랄 것 같다. 나는 하루키를 좋아하니, 거의 매일 조깅을 하면 “너도 하루키를 좋아하니 그를 따라서 하루키처럼 매일 달리는구나”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아주 드물지만 그런 사람이 있다. 겉으로는 그저 예, 하고 넘어가지만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해서, 하루키가 매일 달린다고 해서 매일 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달리는 걸 좋아하지 않으면 하루키를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서 매일 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 말을 뱉어내고 싶지만 그저 혼자 생각하고 만다.


하지만 10년이 넘은 시간 동안 거의 매일 같이 조깅을 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물론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그런 이유만은 아니다. 불안 때문이다. 크고 작은 불안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부피가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내 불안한 것이다.


한 선배가 있는데 그는 예전에 내게 남자가 말이야, 같은 말을 꽤 했다. 불안을 짊어지고 소심한 성격의 나를 타박하는 말을 했다. 하다 하다 안 되면 그냥 콱 죽으면 그만 아이가. 같은 당차고 마초성이 짙은 사내의 선배였다. 선배의 눈에 나는 답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죽는 것도 말처럼 그리 쉽지 만은 않을 것이다. 쉬운 죽음은 없다.


나는 그 선배와 달리 소심함은 나를 지탱해 주는 열원 같은 것이다.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동력원이자 불씨 같은 것이다. 대심한 사람처럼 여러 사람에게 이롭게 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내 옆의 한 사람에게 해 끼치지 않으려 전전긍긍할 뿐이다. 불안은 잠들었던 눈을 뜨고 나면 내내 나에게 붙어 있다. 불안을 잠시 잊을 수 있는 시간이 조깅을 하는 시간이다.


조깅을 할 때에는 불안뿐 아니라 어떤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다. 바닷가에 사는 나는 거의 매일 바다에 나오지만 바다를 멍하게 보고 있어도 여러 생각이 칼과 방패를 들고 나타나지만 달리고 있을 때에는 정말 멍하게 조깅만 할 수 있다. 그래서 달리기를 좋아하기보다 달리면서 생각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좋아서 매일 달리는 것뿐이다.


조깅이 끝나면 다시 불안이 엄습한다. 하지만 괜찮다. 오히려 불안하지 않아서 불안할 때보다 낫다. 달리는 동안에는 불안도 잊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달렸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올해 이전보다 같은 시간에 같은 거리를 달리지 못한다.


혹독한 한파에서 벗어나 봄으로의 길목에서 조깅을 하면 등에서 땀이 흠뻑 난다. 강변의 조깅 코스에도 달리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러너들은 앞만 보며 고독하고 힘들게 달려갈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꾸준하게 달리는 아주머니들은 러닝복장을 제대로 갖춰 입고 삼삼오오 빠르게 달리면서도 하하 호호 가정사 같은 이야기를 한다. 재잘재잘 수다를 떨면서도 빠르게 달리는 능력을 아주머니들은 지녔다. 부러운 점이다.


작년까지는 거의 10킬로미터를 매일 달렸는데 올해 들어 같은 시간을 달려도 7, 8킬로미터 정도다. 이제 그만큼 느려졌고 힘이 든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몇 달째 마요에 눈이 멀어 매일 먹다 보니, 매일 달려도 살이 붙는 곳에는 어김없다.


인간은 언젠가 달리지 못하는 날이 온다. 달리고 싶어도 달리지 못한다. 그런 날이 왔을 때 좀 더 충격을 덜 먹고 제대로 받아들이려면 조금씩 달리는 거리가 줄어들어가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에게 달리기가 좋은 운동이야, 조깅을 해라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언젠가 달리지 못하는 날이 오기 때문에 처음부터 달리지 않고 있으면 달리지 못하는 날이 왔다고 해서 큰 실망 같은 건 없을 수 있다. 누군가는 조깅을 매일 하면 살이 빠지겠지요?라고 하는데 조깅은 좀 마른 체형의 사람들에게 맞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살이 많이 쪄서 살을 빼기 위해 조깅을 하려면 하루에 한 6시간? 8시간은 달려야 한다. 오전에 2시간, 오후에 2시간 뭐 이런 식으로. 그리고 몸이 무거우면 무릎에 거의 백 프로 충격이 가기 때문에 조깅으로 살을 뺀다는 건 별로다. 살을 뺀 다음에 그런 몸 상태를 유지하려고 달린다면 모를까. 조깅 코스에 나와 보면 거의 매일 마주치는 러너들은 대부분 날씬한 체형의 사람들이다.


나 같은 경우도 좀 많이 먹어서 몸이 무겁다 싶으면 어김없이 달리는데 평소와 같지 않아서 쉬는 구간이 많아진다. 어김없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매일 조깅을 하면 무엇보다 사계절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하루가 화살만큼 빠르게 지나가는 요즘 눈에 들어오는 변화는 서서히 들어온다. 인간은 좋아하는 것은 자연히 계속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는 것은 계속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거기에는 의지와 같은 것이 조금은 관계하고 있겠지만 좋아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을 간단하게 말할 수는 없다.


밤에도 구름이 보이는 날이 있다. 같은 구름은 없다. 구름이 보인다면 구름은 늘 다른 형태를 하고 있다. 크기도 제각각이다. 인간의 생각과 비슷하다. 인간의 속 마음은 알 수가 없다. 근대 사진의 아버지라 불리는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는 구름의 형태를 가지고 이퀴벌런트 시리즈를 만들었다. 구름의 제각각의 형태는 인간의 심리와 비슷하게 표현했다.


그런 제각각의 구름은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하늘은 그대로인 하늘이다. 하늘이라는 건 눈으로 보여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하늘이라는 것은 실체인 동시에 실체가 아니다. 조깅을 하다 잠시 서서 하늘을 느끼고 이 아득하고 설명할 수 없는 존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매일 조깅을 하면 불안에 대해서 하늘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조깅 후 엘베샷


위의 사진과 복장이 많이 다르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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