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 1이 쿠사나기 소령의 이야기라면 2는 소령의 파트너였던 버트의 이야기다. 이 장면은 공각기동대 2편에 속하는 이노센스 편이다. 사진은 영화 속에서 펼친 책의 모습이다. 한글이라 나는 캡처를 해서 또 다 읽어봤다. 얽어보니 여긴 누구? 나는 어디? 같은 내용이다. 1편의 주인공 쿠사나기가 실종이 되었는데 그 기억만 가지고 있는 파트너였던 버트 버전의 이야기다.


1편에서 쿠사나기는 아마도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 버렸을 것이다. 영화 ‘루시’를 보면 그렇게 된다. 오시미 마모루는 인간은 컴퓨터로 모든 걸 전부 할 수 있다. 가상공간으로 만남도 가지고 심지어 육체적 쾌락도 느낄 수 있다. 더 먼 미래로 가면 마우스로 조작만 하면 인간이 활동하면서 하는 모든 일들을 할 수 있다. 심지어는 음식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사람의 형태가 점점 진화하여 굳이 육체라는 건 필요 없어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인간의 정신만 있으면 된다. 그래서 인간은 하나의 점처럼 변하여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서 1초 만에 미국으로 갈 수 있고 여자나 남자를 만날 수 있고 그 안에서 섹스를 즐길 수 있다. 그 중간 과정에 있는 단계가 인형사, 즉 휴머노이드의 육체를 가지거나 나 아닌 인간의 몸에 올라탈 수 있는 것이다. 그 과정을 거친 쿠사나기 소령은 마지막에 실종이 되었다고 하지만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시스템 속 정보의 바닷속을 마음껏 다니고 있을 것이다.


아무튼 쿠사나기의 기억만 가지고 있는 파트너였던 버트가 이번 편에서 주인공이다. 이 영화 이노센스 편에서는 화려한 문구가 대거 등장한다. 전부 철학가 내지는 문학가들이 할 법한 대사들을 내뱉는데 그걸 읽는 재미도 있다. 2004년에 나온 영화로 1편이 나오고 거의 10년 만에 나왔다.


공각기동대에는 미래에 대한 많은 모습이 나온다. 컴퓨터에 관련된 미래의 형태가 많이 나온다. 무엇보다 공각기동대는 이후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관한 영화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매트릭스부터 여러 영화에 까지.


그런데 공각기동대 속 미래의 모습에서 휴대전화는 지금의 스마트폰의 형태가 아니다. 그러니까 아이폰이 나오기 이전 많은 영화들 속에서 미래의 휴대전화 형태가 나왔지만 지금의 스마트폰의 형태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보통 현실의 상상력이 영화 속 상상력을 못 따라가는데 이 스마트폰 하나만큼은 현실의 상상력이 영화적 상상력을 이겨버린 것이다. 그러니 스티브 잡스의 앞을 내다보는 생각, 시각은 크고 넓고 깊다. 하지만 잡스의 인간적인 면은 좁고 얕고 불안하기만 했다.


이 공각기동대는 요즘의 웨스트 월드를 보면 다시 생각이 난다. 인간은 왜 인간을 닮은 인조인간, 휴머노이드, 안드로이드를 만드려고만 할까. 왜 인간과 더 똑같은 인조인간을 무서워하면서도 인간과 똑 닮은 그런 휴머노이드를 만들려고 지금도 노력을 할까.


애완용 로봇이나 가이노이드는 공리주의나 실용주의와는 관계없는 존재지. 왜 그들의 모습이 인간의 모습이며 인체 이상형을 모방해서 만들어지게 됐을까. 인간은 왜 닮은꼴을 만들고 싶어 하는 걸까.


애들은 늘 인간이란 규범을 벗어나 살아가지. 확립된 자아와 자유의지로 행동하는 게 인간의 정의라면 말이지. 인간의 전단계로서 카오스 속에 살아가는 애들은 대체 뭘까? 내면은 인간과 다른데 모습은 인간이야. 여자애가 소꿉놀이 할 때 쓰는 인형은 실제 아기의 대체물이 아니야. 여자애는 육아 연습을 하는 게 아니라고. 어쩌면 인형놀이가 실제 육아와 비슷할지도 몰라. 즉 육아는, 인조인간을 만들려는 오랜 꿈을 가장 쉽고도 빠르게 실현시켜 주는 방법인거지.


인간과 기계, 생물계와 무생물계를 구별하지 않았던 데카르트는 다섯 살 때 죽은 딸과 꼭 닮은 인형을 프란신느라 이름 짓고 엄청 사랑했지. 이런 얘기도 있단 거야.


공각기동대 2는 2004년도 작으로 굉장한 영상미에 전투씬 역시 멋진 영화였다. 암울한 미래를 이만큼 잘 나타내는 영화도 없을 터. 결은 좀 다르지만 근래에 읽었던 김영하의 소설 ‘작별인사’에서의 대사들도 떠오른다.


공각기동대에는 미래의 전자기기들이 엄청나게 나온다. 이미 공각기동대 1에서 홀로그램부터 기계적 설정이 들어있는 전화기까지, 그 당시에 미래를 이렇게 세세하고 조밀하게 표현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이렇게 살아있는 인간이 뇌의 지적능력만 가지고 배설을 하지 않는, 인간과 닮은 안드로이드의 몸속으로 들어간다면.


하지만 위에서도 말했지만 공각기동대부터 수많은 미래 영화 속에 나오는 휴대전화기가 아이폰 형태를 띠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영화적 상상이 보통 현실을 훌쩍 뛰어넘는데 우리가 들고 다니는 이 스마트폰은 영화적 상상을 넘어 버렸다.


현실은 영화를 따라가지 못하지만 영화도 현실을 예견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이제 GhatGPT가 핫 한 요즘, 그리고 앞으로 빠르게 증식할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요즘, 한 사람의 짧은 문장의 목소리만 듣고 길게 똑같이 에이아이가 말을 하는 요즘 - 그리하여 정치가나 유명인들이 실제로 하지 않은 말들을 가짜가 진짜처럼 말을 해버리는 가까운 미래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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