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게도 신라면과 안성탕면을 끓여 놓고 보면 다른 게 눈에 확 들어온다. 면발도, 국물의 색도 다른 게 눈에 띈다. 물론 맛도 다르지만 눈으로 보기에도 이렇게 다르다. 별거 아니지만 신기하다. 신라면은 좀 더 붉은 쪽에 가깝고 안성탕면은 덜 붉은데 나 안성탕면의 면발이야,라고 한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신라면은 매운맛이 좀 줄어든 것 같아서(예전에는 정말 매웠는데, 나의 입맛이 좀 변한 건지) 맛있어진 것 같고, 안성탕면은 밀가루 냄새가 없어져서 더 맛있어진 것 같다. 개인적인 입맛이 그렇다.


집에서 매운 라면을 끓여 먹을 때에는 늘 방울토마토를 넣어서 먹는다. 예전에는 큰 토마토를 슥슥 잘라서 풍덩풍덩 넣어 먹었는데 토마토가 익으면서 신맛이 국물에 가미되어서 매운 라면과 너무나 잘 어울려 맛이 좋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매운 라면은 매운맛 때문에 먹는 건데 그 안에 덜 맵게 하려고 계란이나 파나 집어넣어서 먹는다. 그러면 매운맛이 좀 중화된다. 또 안 매운 라면은 안 매운맛에 먹는데 고춧가루나 땡초를 넣어서 맵게 먹는다. 참 이상하다. 그러나 이상한 게 정상이다.


정상이란 무엇일까. 매운 라면을 매운맛으로 먹기 싫어서 덜 맵게 해서 먹고, 안 매운 라면을 맵게 해서 먹는 것은 이상하지만 정상이다. 정상은 꼭 제일 꼭대기를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상적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이상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그게 정상이니까. 짜파게티는 짜파게티 맛으로 먹는 게 맛있는데 이상하게도 짜파게티를 짜장면처럼 먹으려고 그 안에 쌈장이나 된장이나 여러 조리법으로 해 먹는다. 이상하지만 정상이다.


그렇다면 비정상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간단하게 말하면 정상을 제외하면 비정상이다. 제외하는 방법으로 오컴의 면도날 법칙을 대입하면 된다. 가장 먼 것부터 하나씩 제거하고 남은 것이 정답일 가망이 높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것도 애매하다.


이상한 걸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비정상이다. 이상한 걸 정상으로 받아들이면 되는데 그게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수치심을 모른다. 우리가 소변이 너무 마려워서 그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소변을 보는데 그곳에 개나 돼지가 있다고 해서 소변보기를 끊을까. 그러지 않는다.


우리는 개나 돼지, 짐승에게는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 김필영 박사가 한 말인데 수치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은 우리를(대중을, 국민을) 개나 돼지 같은 짐승으로 보기 때문에 수치심이 없다고 한다. 이걸 비정상이라고 한다. 이런 비정상을 비정상이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그게 참 힘들다. 혼자서 비정상이라고 해봐야 목소리는 비정상에게 닿지 않기 때문이다.


라면을 먹으면, 라면을 많이 먹으면 큰일 날 것처럼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한다. 라면은 어쩌고 저쩌고 블라 블라. 건강을 해친다는 말이다. 라면을 먹고 죽었다는 기사는 지금껏 본 적이 없다. 라면에는 들어가는 성분이며 칼로리 같은 것들이 자세하게 표기가 다 되어 있다. 그러나 식당에서 조리한 음식에 무슨 성분이 어떻게 들어갔는지 자세하게 알 수 없다. 그저 고기는 호주산, 김치는 어디, 정도뿐이다. 모든 식당에서 라면만큼 성분을 알 수 있게 요리를 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어느 학교의 학생들이 어느 식당에서 조리한 음식을 단체로 먹고 식중독을 일으켰다는 뉴스는 매년 보는 것 같다. 어느 모임에서 주문한 음식을 먹고 노인들이 식중독, 패혈증이 걸려, 같은 기사도 본 적이 있지만 라면을 먹고 식중독을 일으켰다거나 죽었다는 기사는 없다.


비정상의 정상화.


이는 인간관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는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 대해서 사실은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의 10대에 대해서, 20대 초반에는 어땠는지 잘 모른다. 내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도 사랑에 눈이 어두워 이 사람의 지금 마음이 어떤지 잘 모른다. 그래서 안 좋은 결과로 온갖 뉴스를 장식하는 남녀들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게 비정상인가? 아니다. 그렇다면 정상일까? 그건 잘 모르겠다.


애초에 누군가가, 또는 어딘가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눈 것 자체가 기이한 일이다. 이건 정상이다. 저건 비정상이다,라고 지정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이상하고 이상한 일이다.


신라면과 안성탕면은 보기에도, 맛도 다르지만 결과는 다 맛있다는 점이다. 그럼 라면을 맛있게 먹자. 라면을 맛없게 먹는 사람도 택시를 타면 기사가 라디오 헤드의 노래를 틀어 줄 만큼 드문 일이다. 택시기사가 라디오 헤드의 노래를 틀어 주는 건 어쩌면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라면을 밥 대신 주식처럼 먹으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큰일이 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춥고 배고플 때 라면만큼 우리를 위로해준 음식은 없다는 것을. 불편한 사람과 소고기를 구워 먹는 것보다 친구와 라면을 같이 먹는 게 얼마나 좋은지 우리는 안다.


라면을 자주 먹는다고 이상한 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매운 라면을 맵지 않게 먹는다고 해서 이상한 것도 아니며 안 매운 라면을 맵게 먹는 것 역시 이상하지만 이상하지 않다. 비정상이 아니니까.

라면을 어떻게 참을 수가 있어.

현기증 나니까 빨리 젓가락으로 호로록 건져 먹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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