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뎅은 왜 맨날 맛있어?


오뎅은 왜 이렇게 맛있을까.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은 라면도 맛있게 먹지만 오뎅도 맛있게 먹는다. 두 번째 라면 먹방에서 열심히 씹다가 뜨겁다고 뱉어내는 건 반칙이다. 그러면 안 돼.


그나저나 오뎅을 오뎅이라 하고 싶은데 오뎅이라고 글을 쓰면 이 놈의 맞춤법 검사기가 대번에 어묵으로 바꾸라고 난리다. 흥. 어묵이 표기법으로 맞을지는 모르나 길거리 리어카에서 먹는 싸구려(이젠 그렇지도 않은) 오뎅은 그냥 오뎅이다.


일본에서 들어온 말을 아직 사용하고 있는 말들이 있어서 제대로 된 한국어로 바꿔서 사용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고 있고 하나하나 바꾸기 시작한 지도 오래되었다. 일본식 한글이 아니더라도 한글도 표기법이 바뀌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을 보면 ~읍니다, 가 ~습니다.로 바뀌었다고 응팔 속에서 엄기영(로 기억하고 있지만 내 기억이 글쎄) 앵커가 말하고 있다. 그래서 진주에게 글자를 가르치던 선우가 ~읍니다, 는 이제 ~습니다, 로 바꿔야 해.라고 한다. 그러면 옆에서 엄마가 “우리 진주 아직 한글도 모를낀데 그냥 그림처럼 그리고 있을 낀데”라고 하면 몇 회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웃음을 진주가 씩 보여준다.


한때 당구장 용어는 전부 일본어였다. 오시, 우라마시, 히끼, 오마시 등. 당구장 안에서 돈을 잃은 한쪽에서 얼마나 많은 탄성과 아쉬움이 터져 나왔던가. 그들과 같이 했던 우라마시.

다이 찢어진다! 300 안 되는 놈은 맛세이 찍지 마라이!

요즘 당구 중계를 보면 이런 말들이 싹 다 한국말로 바뀌었다.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게 맞지만 이상하게도 재미는 떨어지는 것 같다.


중고등학교에서도 바꿔야 하는 말이 있는데 매점, 사물함, 소보로빵이 그렇다. 매점도 일본에서 건너온 말이라 매점은 가게로 불러야 한다고 한다. 아무리 일본말이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이 매점을 가게로 할 애들이 몇이나 있을까. 사물함도 개인 보관함이라고 해야 한다. 얘, 너 개인 보관함에 나의 수학 책이 있으니 좀 이따 나의 개인 보관함에 좀 넣어줄래?

무엇보다 소보루빵, 소보로빵은 곰보빵으로 해야 한다고 한다. 곰보는 얼굴에 무엇이 난 사람을 좀 얕잡아 보는 듯한 느낌인데 이게 더 이상하다면 이상한 것 아닌가. 얼굴이 달 표면 같은 사람에게 곰보 같은 말을 붙였다. 소보로라는 일본 말은 ‘흩어져 엉클어진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다. 곰보빵보다는 소보로빵이 훨씬 나은 것은 나뿐일까.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우리 쉬는 시간에 가게 가자, 너 개인 보관함에 딱풀 있니? 오늘 곰보빵 쓸어 버리자”라고 할까 싶다. 정말. 잘도 하겠다.


오뎅이라고 활자를 쓰고 나면 어묵으로 고쳐 쓰라고 나온다. 그런데 오뎅과 어묵은 다르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길거리에서 서서 먹는 건 어묵이라기보다 오뎅이다. 어묵은 생선을 삶아서 살을 으깨서 뭉쳐 쪄서 만들어서 모양도 예쁘고 맛도 오뎅과 다르다. 손이 많이 가고 비싸다. 어쩐지 어묵은 부르주아의 느낌이다. 우리나라 어묵은 일본의 오뎅이 아니라 가마보코에 가깝다. 좀 더 가까운 쪽으로는 한펜이 아닐까 싶다. 생선살을 반달 모양으로 썰어서 낸 것이 한펜이기에 우리나라 어묵탕에 들어가는 어묵의 모양이 한펜에 가깝다. 이들의 역사는 헤이안 시대(794~1192)부터이니 오래되었다.


그러니까 스렙빠는 슬리퍼로 고쳐 쓰라고 나온다. 슬리퍼 하면 이미지가 우아한 아파트의 거실에서 신고 다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스렙빠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츄리닝 바람에 질질 끌고 동네를 어슬렁 거릴 때 필요한 것이 스렙빠다. 삼디다스를 슬리퍼라고 하기에는 뭔가 많이 좀 이상하다.


이런 오뎅을 꼭 어묵이라고 해야 하나 싶어서 찾아보면 우리의 영원한 아부지, 파 하 하 주인공 최불암 어르신이 하는 한국인의 밥상에서 어묵과 오뎅 편에서 아주 잘 보여준다. 한국인의 밥상, 정말 재미있다.


https://youtu.be/nwgcn58Q6y0 



영상을 보면 일본에서 오뎅이라고 부르는 건 고로 상이 가끔 먹는 그런 가마보코나 한펜을 통틀어 오뎅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우리가 늘 먹는 한국식 오뎅, 저 고불고불한 저 오뎅은 일본에 없고 일본의 오뎅보다 맛이 훨씬 좋아서 일본에서 아주 잘 팔린다고 한다. 우리가 자주 먹는 길거리 오뎅에는 생선살보다는 밀가루가 많이 들어간다.


오뎅과 어묵의 관계는 일본의 멘타이코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멘타이코는 명란젓이다. 일본인들은 이 명란젓이 일본의 음식으로 알고 있다. 대부분 그럴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세계 명란의 90% 정도를 먹어 치우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은 ‘명란의 날’까지 있다. 하지만 진짜 명란젓 원조인 한국에서는 일본인만큼 명란젓을 먹지 않는다. 그건 국내에서는 명란젓이 비싸기 때문이다. 명란젓은 명태로 만드는데, 까지만 하고.


오뎅탕은 길거리에 서서 후후 불어 먹는 게 가장 맛있지만 집에서 해 먹어도 맛있다. 나는 일본의 한펜에서도 무가 제일 맛있고 한국의 길거리 오뎅탕에서도 푹 익은 무가 젤 맛있다. 일본은 게다가 다이콘이 제일 비싼 축에 속한다. 아마 소힘줄보다 더 비쌀걸. 그런데 아쉽게도 한국에는 무는 팔지 않는다. 매일 가서 오뎅을 후후 불어 사 먹으며 주인장과 친해지면 한 일 년 정도 뒤에 무는 그냥 먹으라고 하면 푹 들어서 먹는데, 아 오뎅 국물을 잔뜩 빨아들인 무는 정말 맛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고등어조림에도, 갈치조림에도 나는 밑에 깔린 무를 먼저 먹는데 그게 본편보다 맛있다. 생각해보니 나의 입맛은 싸구려 입맛이라 요즘에는 동치미 국물에 밥을 말아먹고 소면을 넣어 먹고 무를 아작아작 씹어 먹는데, 무를 원래 좋아하나 싶기도 하다.


좀 우습지만 집에서 오뎅탕을 해 먹을 때 무가 없어도 그냥저냥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오뎅을 넣고, 감자를 넣고 팔팔 끓인 다음에 조미료를 살짝 넣어주면 맛있는 오뎅탕이 된다. 오뎅하면 겨울의 추억이 떠오르지만 너무 길어서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자.

하이구 난리 데이


뭐야? 명란젓은 명란젖이야? 이런 비싼 명란 젓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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