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스티븐 라우리의 그림을 보는 듯


하늘 보는 맛이 난다


연일 오늘이 최고의 날씨다. 오전 시간에 마음껏 해가 비치는 곳을 따라 돌아다니고 싶은 날이다. 어제까지 바람도 불고 추웠지만 오늘은 따뜻한 햇살에 바람도 없고 온도도 적당해서 붙잡고 징징거리며 놓치기 싫은 날이다. 커피를 투고하러 갈 때 빨리 걸어가는데 오늘은 천천히 걸었다.


밤이 되면 이러니 저러니 해도 추워지고 조깅을 끝내고 샤워를 하고 나면 피부가 건조해진다. 그러기 전에 가을의 햇살에 따뜻한 맑은 오늘을 주욱 느끼고 싶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날이다.


이런 날의 오전은 사람들의 모습도 비관적인 모습이 없다. 어젯밤까지 슬프더라도 오늘 오전만은 날씨에 압도당해서 환한 얼굴이 되고 만다. 암에 시달리는 환자들도 오늘만은 해의 에너지를 받아 기운을 차리고 벤치에 앉아 지난날의 추억을 떠올리기 좋다.


이렇게 맑은 날과 닮은 사람을 안다. 그녀는 이런 날의 웃음을 지녔다. 화가 나더라도 그녀가 환하게 웃어버리면 게임은 그대로 끝나버린다. 그녀가 사라진 날 내내 하늘도 흐리고 그런 날의 연속이었다. 그녀가 하늘 저편에서 웃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기에 이렇게나 맑고 밝은 날이 되었지 싶다. 이 계절의 맑은 날이면 손을 잡고 걸었던 그 바닷가가 생각난다.


걷다가 벤치에 앉아 쓸데없는 이야기에 웃고 저 먼 곳을 바라보던 그때가 떠오른다. 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날은 일 년에 며칠이나 될까. 아름답고 예쁜 건 빨리 질리지만 그럴지라도 인간은 예쁜 걸 원한다.


커피를 받으러 가는 오전의 길목에서 생명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렇게 있으면 사람이 밟고 지나가더라도 다치지 않는다는 걸 아는지 구멍이 난 그 안에 생명들이 야아 유후 하며 모여 있었다. 마치 봄의 그것처럼. 가을에 떠난 사람들을 보며 겨울을 견디고 다가오는 봄에게 무엇인가를 바라는 것처럼.


포지션의 ‘봄에게 바라는 것’이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이 노래를 너무 좋아해서 내내 부르고 다녔던 적이 있었다. 사랑이 전부였던 그 시절의 노래들. 그래 봐야 고작 10년 정도 전이다. 피아노가 도입 부분을 적시고 나면 임재욱의 애달픈 목소리가 나온다.


‘바람에 나부끼다 어느 거리를 떠돌다가 널 닮은 하늘을 바라보니 자꾸 눈물만 훔쳐낸다'


정말 요즘은 하늘을 더 많이 쳐다본다. 매일 두세 번씩 가만히 서서 멍청하게 하늘을 보는 것 같다.


저녁에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저 먼 하늘에 반짝이는 당신을 찍었다. 왜 사라지지 못하고 밤이면 늘 그곳에 떠서 반짝이며 울고 있을까. 이제는 그만 편하게 잠들어도 될 것 같은데.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한 번 해본다. 밤에도 구름이 보이는 건 이맘때 정도뿐일까. 유독 구름을 자주 볼 수 있다.



감성적이기를 주욱 바라지만 이런 사진을 보면 어쩔 수 없이 기기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으휴 하며.


이 사진에도 저 먼 하늘의 어느 지점에서 반짝이는 별이 있다. 세상은 정말 고요에 휩싸여 적요한 것 같다. 강변에 나와 달리다 보면 좋은 건 자동차들의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전국 어디를 가나 자동차 소리를 듣게 된다.


자동차의 엔진 소리, 지나가는 소리, 굴러가는 소리. 달리는 소리, 끄는 소리 등. 애써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지 않는 이상 어디든 자동차가 있다. 한집에 한 대씩 있던 자동차가 한 집의 가족수대로 자동차가 있는 시대가 되었다. 신기하다면 신기하고 이상하다면 이상하다. 자동차 관련 업계는 승승장구일까.



그림 같은 하늘이다.


하늘과 구름과 달이 한 화면에 들어왔던 날이다.


인간의 원대한 꿈,


하늘을 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저기 저 구름 위에서 멋지게 포즈를 잡고

하늘을 날아볼 텐데.


사실 나는 고소 고포증이 심해서 하늘을 날지는 못할 것이다.


밑을 쳐다보는 것이 죽기보다 싫을 정도로 높은 곳이 싫다.


만약 이 사진에

피터팬을 그려 넣으면 완벽할지도 모를 하늘이다.


피터팬이 웬디와 함께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 장면은

정말 어릴 때 봤는데 커서도 여전히 기억이 난다.


피터팬 영화 하면 나는 로빈 윌리암스의 ‘후크’가 제일 좋았다.


줄리아 로버츠가 웬디로 나오고 더스틴 호프만이 후크였다.


웬디가 아니라 팅커벨이다. 


어른이 되면서 나는 법을 잃어버린 피터팬.


기억도 함께 잃어버린다.


그러나 잃어버렸던 마음을 되찾아

피터팬이 날 수 있게 된다.


그때 정말 찌릿하고 쾌감이 좋다.


그 영화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


사는 것이 가장 큰 모험이라고.


이상은의 삶은 여행에서 처럼 우리 모두는 긴 여행을 하는 것이고

매일 모험을 하고 있고 그걸 즐기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저 사진에 피터팬과 웬디, 까지 생각을 하고 보니

합성해서 집어넣는 건 나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짜잔.

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마.


저녁에 조깅을 하러 나오면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오렌지 빛의 하늘.

개와 늑대의 시간.

근사한 일이 벌어질 거라는 기대에 찬 시간.

곧 호텔의 방들이 분주해지는 시간.

많은 이들이 황혼이 지면 하루의 고생을 곧 일어날 밤의 기대로 바꾸는 시간이다.

그러나 이 시간은 쓸쓸한 시간이기도 하다.

이 사진을 수채화로 바꾼다면 아마 제임스 맥닐 휘슬러의 그림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정말 아름답고 눈을 뗄 수 없지만 쓸쓸한 휘슬러의 그림.

금빛의 야상곡이 펼쳐지는 시간이다.


딱 가을의 하늘 모습이다.

높고 푸르고 하얀 구름이 양 떼처럼 가득 펼쳐 있는.

다운타운에 아직 남아있는 오래된 건물을 허물지 않고 잘 활용해서 카페로 변신한 곳들이 있다.

예쁘기도 하고 커피 맛도 좋다.

저 옥상의 문형을 사랑하는 이들이 아직 곳곳에 있다.

어른이 되어서 날아가는 방법을 잃어버린 피터팬 같은 사람들이.


요즘은 날이 좋아서 조깅을 하고 나면 등과 얼굴에서 땀이 많이 난다. 그러나 반환점에서 잠시 쉬고 있으면 땀이 금방 마르는, 그런 날의 연속이다. 좋은 날의 하루하루다.



그래서 오늘의 선곡은 포지션의 봄에게 바라는 것 https://youtu.be/6N9csW10GF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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