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갈은 참 맛있는데 자주 먹어지지 않는다. 젓갈은 염장이 되어 있어서 듬뿍 집어서 마구 먹을 수가 없다. 젓갈을 요만큼 먹으면 밥은 이만큼 떠서 입안에 넣어야 아 맛있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요즘 염도가 덜 한 젓갈이 나온다지만 젓갈인데 짠맛 없이 먹을 바에는. 고기를 먹고 말지 고기 맛이 나는 콩 요리를 먹을 바에는.
젓갈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음식인 줄 알았는데 옆 나라 미식가인 고로 상이 젓갈을 먹는 것을 보고 아 그렇군, 하게 되었다. 한때 유머 게시판에 어떤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버스 운전을 험하게 모는데 일어서 있던 어떤 할머니가 짐을 꽉 껴안고 아이구 이눔아, 나 젖 터진다, 아이구 운전 좀 살살혀라, 젖터진다.라고 해서 보니 짐 안에 젓갈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오징어젓갈은 정말 맛있어서 밥을 많이 먹게 된다. 또 기묘하지만 이상하게도 라면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라면도 짜고, 오징어젓갈도 짠데 짠 거와 짠 게 만났는데 짜게 느껴지지 않는다. 거기에 혹 해서 먹다 보면 어느새 오징어젓갈도 이만큼 먹고 라면도 다 먹어 버린다.
젓갈은 좀 슬픈 음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 논과 밭에서 농사를 지어서 밥을 먹던 조상들이 곡물로만 식사를 먹으니 너무 한 것이다. 그래서 장을 담그기 시작했다. 장에 찍어 먹고 비벼 먹으니 쌀과 보리가 그나마 잘 들어갔다. 그러다가 어패류 같은 음식은 냉장 시설이 없으니 염장을 해서 담그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까 젓갈이라는 음식은 살기 위해서 생존을 위해서 탄생된 음식인 것이다. 염장해 놓으면 숙성되는 그 과정에 소금이 균이 발생하는 것과 음식이 부패하는 것을 막아준다. 그러면서 맛도 좋아진다. 그러다 보니 동남아 지역의 여러 나라들이 이렇게 염장을 해서 음식을 먹는 방법이 발전을 했다.
디저트로 먹는 음식이 아니라 생존에 밀접하게 관련된 음식이 젓갈인 것이다. 우리나라 젓갈의 최초 문헌은 ‘삼국사기’에 나타나 있다. 그리고 조선시대에 이르러 다양한 젓갈의 종류와 담는 방법이 기록이 되어 있다고 한다. 세종실록 지리지, 산림경제 등 많은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생각해보면 만약 전기가 몇 달 동안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우왕좌왕 엄청난 패닉 상태에 빠질 것이다. 이 무더운 날 많은 음식들이 상하고 부패한다. 그럴 때 염장한 젓갈 만한 음식이 없다. 그런 음식이 실은 사람의 목숨을 살리게 된다. 일본 영화 ‘서바이벌 패밀리’를 보면 일본 전역에 정전사태가 벌어지고 정전이 몇 달간 이어지면서 주인공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먹는 음식은 염장을 한 음식뿐이다. 이 영화감독의 다른 영화들도 재미있다. ‘로봇 G’ 같은 영화들.
국수에 후루룩 비벼 먹어도 맛있는 음식이 오징어젓갈이다. 어디에도 다 잘 어울리는 음식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축복’이다. 하지만 요즘은 나도 그렇고 잘 찾아 먹지 않는다. 짜고 매운 음식은 요즘 사람들은 많이들 피하게 된다. 하지만 가끔씩 먹을 때는 맛있게 먹는다. 맛있게 많이 먹으면 살찌지만 또 그만큼 열심히 조깅을 해주면 된다. 그런 단순한 반복이 하루를 견디고 받아들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