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이를 편집해 봄
유행은 돌고 돌아 1
유튜브 안에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총체적으로 다 들어있다. 만능 슈퍼 종합 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이의 니즈에 맞게 영상을 안내해준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영화, 음악, 피규어, 소설이나 민담 같은 이야기들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유익한 것들은 아니다. 주로 무익한 것들이다. 그래서 사회성이 조금 떨어지는지도 모를 일이다. 유튜브로 유익한 영상, 즉 주식이나 코인이나 부동산에 관련된 정보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나는 1분 내로 영혼이 거기서 빠져나와 이상하지만 나비처럼 날아서 무지개의 끝이 닿는 곳으로 가버린다.
유튜브로 보는 영화에 관련된 콘텐츠는 이란이나 아일랜드, 폴란드 국가들의 공포영화다. 기가 막힐 정도로 잘 만든 수작들이 있다. 보통 영화를 보게 되면 한국이나 미국, 일본 정도의 영화를 볼뿐이다. 제3 국의 영화는 프랑스나 독일 정도, 아니 독일의 영화도 거의 보지 않는다. 그 정도로 영화의 시각이 편협하다. 그런데 유튜브 세계에는 브라질이나 에콰도르, 이란, 노르웨이 같은 나라의 음습하고 차갑지만 아름답게 무서운 영화들이 있다. 우리는 영화 ‘렛 미 인’을 보고 모두가 반했을 때를 기억한다. 이런 나라들의 공포영화는 보는 것만으로도 현실에서 동떨어져 있는 기분이 든다. 나는 어떻든 자꾸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 같다.
음악도 그렇다. 하루키의 최근 에세이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는 온통 클래식 이야기다. 다른 에세이나 소설처럼 각 잡고 앉아서 페이지 1부터 차곡차곡 읽을 필요가 없다. 펼쳐서 나오는 부분의 하루키가 소개하는 클래식에 관한 글을 읽고 그 음악을 유튜브로 찾아서 들으면 된다. 요컨대 ‘포레 레퀴엠 작품번호 48’은 40분 정도의 곡이니 들으면서 이런저런 잡스러운 일을 하면 된다.
또, 버브의 노래들도 실컷 들을 수 있고 히데의 독집 앨범도 들을 수 있다. 가장 좋은 건 한국의 인디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좋다. 밴드 ‘이상의 날개’ 같은 그룹의 노래를 실컷 들을 수 있다.
내가 참 좋아하는 건 피규어다. 나의 문화권 근처에는 피규어 박물관이나 대형 피규어 샾이 없어서 아쉽지만 가까이에 산다면 일주일에 한 번은 가서 호오하며 구경을 할 것 같다. 피규어를 리뷰하는 유튜브는 아주 많다. 그 대부분이 어른들이다. 시간이 흘러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 마음속의 한 부분은 아이로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꾸준하게 피규어를 수집하고 리뷰를 하고 있다. 평생 모은 재산을 다 쏟아부어서 피규어를 수집한 사람도 있다. 이 유튜버는 창고형 공장(거대하다 진짜)을 매입해서 자신의 모든 피규어를 모아 놓고 자식처럼 소중하게 하나씩 리뷰를 한다. 일본의 반다이 회사에서 거의 모든 피규어를 제작하고 있고 또 여러 회사에서도 피규어에 뛰어들고 우리나라 제이엔디라는 수제 회사도 근래에 원더우먼, 조커 같은 피규어를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제작해서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었다.
마징가 같은 경우, 마징가도 에반게리온처럼 마신이다. 각성을 하면 악마보다 더 한 악마의 마신 같은 존재가 된다. 그러기 전에 가부토 코우지, 우리나라로 치면 쇠돌이가 조종을 해서 마징가를 컨트롤한다. 마징가도 가부토 코우지 아버지 때부터 마징가의 여러 버전이 있다. 초기 버전은 얼굴이 좀 더 악마에 가까운 얼굴이다. 그리고 제비호 같은 비행선이 아니라 오토바이를 타고 마징가의 등 뒤로 올라가서 머리에 도킹을 한다. 이때 조종사는 가부토 코우지의 아버지 가부토 켄조다. 이런 피규어들을 전부 가지고 있는 유튜버의 리뷰를 보는 건 정말 재미있는 일이다. 어른이 되면 좀 이상하지만 멀쩡한 버전의 피규어보다 대미지를 입은 피규어가 더 좋다. 아이언맨도 엄청난 타격으로 슈트가 다 뜯기도 박살난 모습을 그대로 피규어로 재현한 모습이 더 좋다. 마찬가지로 마징가 제트나 그레이트 마징가 역시 대미지를 입어 팔이 떨어져 나가고 다리가 박살난 버전이 더 정이가고 좋다. 마징가 같은 로봇 피규어를 가지고 놀면 입으로 피융 하며 소리를 내며 노는 게 제맛.
이런 만화 속에서 손목시계를 통해 서로 통화를 하고 소통을 했는데, 독수리 오 형제도 손목시계를 통해 서로 간의 소통이 이루어졌는데 현재 그게 실현이 되었다. 40년 정도가 걸렸지만 지구인들의 꿈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런 현상들을 보면 유행은 돌고 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다시 유행을 하고 그 산업의 규모가 엄청난 줄 누가 알았을까. 아마도 일본의 업계에서는 그걸 알고 있었는지 여러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피겨를 만들어낸 덕분에 아키하바라의 건물들이 죄다 피겨로 장식이 될 정도가 된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카데미 업체 하나 정도를 빼면 그 많았던 회사들이 줄줄이 사라졌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