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휴가가 끝나기 이틀 전. 오늘도 어김없이 오전에 3시간 글을 쓰고 1시간 조깅을 하고 30분 선탠을 한 후 데워진 몸을 식히기 위해 편의점에서 산토리 맥주를 한 캔 사서 책을 읽고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어떤 분이 하이네켄맥주를 하나 사주셨다. 그러니까 네 캔을 사놓고 그중에 하나를 준 것이 아니라 산토리를 마시고 있으니 맞은편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들어가서 하이네켄을 사들고 와서 나에게 마시라고 주었다.

역시 시커먼 게 앉아서 한국 책을 보고 있으니 외국인으로 알았나 보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술을 좀 많이 마셨지만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나이는 대략 50대. 편의점에 앉아서 엄청 시끄러운 중국인들에게 한국말로 시끄럽다 시며 여기는 너네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호통을 치는 모습에서 50대로 보였다.

실수인지 아니면 그 덕인지, 책을 읽으며 휴대폰 스피커로 조용필의 노래를 틀었는데 너무 좋다며 다시 편의점에 들어가서 맥주와 안주를 덥석 사주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나에게 주었다.

혼자서 편의점에 온 사람치고 너무 먹는;;; 그런 형상이 되었다. 맥주도 캔맥주가 아니라 가장 큰 플라스틱병 하이트 맥주였다. 맙소사. 할 수 없이 같이 마시자고 했고 그분은 그 말을 기다린 것 같았다. 조용필의 노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읽고 있는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주로 들었다.

그 사람 역시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은 거였다. 그저 아무 말이라도 아무와 같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가방에 찍어 놓은 사진에 시를 편집해 놓은 것이 있어서 그것을 네 장 드렸다.

그것을 받아들고 가만히 들여다보시더니 눈물이 글썽글썽 맺히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노래 가사를 보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사람은 외형이나 외모만으로 판단을 할 수는 없다. 나는 가방에 내 책이 있었다면 한 권 드렸을 것이다. 나의 이 보잘것없는 글을 보며 눈물을 글썽일 사람이 이 세상에 누가 있을까.

된통 모르는 술이 된 아저씨가 이렇게도 나의 글에 매달리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그 아저씨가 좋아졌다. 나는 내일도 여기를 조깅을 하니 내일 또 오신다면 내 책을 한 권 드리겠다고 했다. 내일 올 수 있는 게 맞냐며 나에게 약속을 스무 번 넘게 받았다. 하지만 아저씨는 내일 오지 않을 것이다. 그건 그저 알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아마도 내일 아저씨가 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내일 조깅을 하고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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