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 술집에 굉장히 맛있는 두부를 내놓는 집이 있는데, 처음 갔을 때 너무 맛이 좋아서 한꺼번에 네모나 먹고 말았다. 간장이나 양념 같은 것은 일체 치지 않고 그냥 새하얀, 매끈매끈한 걸 꿀꺽하고 먹어치우는 것이다 - 작지만 확실한 행복

 

두부 하면 하루키다. 그는 갓 사온 두부를 먹어야 한다고 했다. 하룻밤 지난 두부를 어떻게 먹느냐는 것이 제대로 된 인간의 사고방식이다. 귀찮으니까 지난 것이라도 먹자는 주의가, 방부제라든가 응고제 같은 것의 주입을 초래한다고 했다

 

두부는 인간이 잠들어 있는 시간에 바다에서 인간의 땅으로 온다. 맛있는 두부에는 간장도 양념도 없어도 된다. 갓 나온 두부는 두부 본연의 맛을 꽉 쥐고 있기 때문이다. 두부 역시 간수로 만들어진다. 간수가 중요하다 간수를 맞추지 못하면 두부의 생명은 사라지고 만다

 

편의점 음식에 취해있다 가끔 제대로 된 두부를 맛본다

 

밥상 위에 두부가 빠진다는 건,

카메라의 의존하는 사진쟁이는 피사체로 사진을 꽉 채우고

어설픈 그림쟁이는 여백을 두려워하고

사색 없는 글쟁이는 수식어가 많은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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