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트니 휴스턴은 4살 때 교회에서 홀로 노래를 불러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다. 경악에 가까운 노래
솜씨를 휘트니 휴스턴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노래를 부르는 그녀도, 그녀의 노래를 듣는 사람도 모두가 행복했었다
.
행복한 사람 중에는 나의 아버지도 있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에 술만 드시고 집에 오시면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틀어 달라고 했다. 그러면 나는 카세트테이프나 레코드 판을 뒤져서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틀었다. 그러면 아버지는 벽에 기대어
가물가물해지는 정신을 잡고 노래가 참 좋구만,라며 노래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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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 집은 참 가난하여 단칸방에 식구 네 명이 살 때도 있었는데 티브이는 없어도 집에 노래는
늘 나오고 있었다. 가난 때문에 풍성하게 살 수는 없어도 아버지는 내가 듣고 싶은 노래가 있으면 손을 잡고 가서 음반을 사 주었다. 어머니도
그것에 대해 나무라지 않았으며 모친도 티브이보다는 음악을 집에 늘 틀어 놨다
.
그 때문인지 국민학교 때에도 마이마이 같은 것으로 음악을 늘 듣고 있었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음악감상실에서 주로 살다시피 했는데 그곳에 있으면 노래 이외에 팝 가수들의 가십거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박은석의 칼럼을 읽게
되고 김태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임진모의 책을 구입하여 읽으면서 듣는 것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도 많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
엑슬 로즈는 걸핏 하면 호텔의 2층에서 로비로 의자를 집어던졌대. 로비에는 자신을 보러 온 팬들이
가득했는데 말이야. 존 세카다는 머라이어 캐리 뒤에서 긴 시간 백댄서로 춤을 추면서 기회를 엿보다 노래를 불러 if you go 같은 감미로운
노래를 발표했지. 미트로프는 미식축구를 하던 그 큰 덩치로 그렇게나 멋지고 아름다운 가사의 노래를 불렀던 거야
.
아이들을 모아 놓고 주워들은 이야기를 들려주면 모이를 받아먹는 새끼 참새들마냥 재미있어했다. 어쩐지
이런 이야기는 지금도 사람들에게 들려주면 모두들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듣고 있다. 그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휘트니 휴스턴은 바비브라운을
만나고 나서 망가지기 시작했다. 약과 술에 몸과 마음은 잠식되었다. 푹 꺼진 눈과 깡마른 몸으로 약에 취해 사람들 앞에서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땐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자란 나로서는 몹시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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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주로 겨울에 많이 들었다. 여름에도 들었을 법한데 기억이 전혀
없다. 마찬가지로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겨울이 훨씬 많다. 이불을 덮어 주고 출근을 했다던가, 새벽에 라면을 끓여 먹고 가면 꼭 나 먹으라고
라면을 밥그릇에 조금 남겨두고 갔다던가, 추운 날을 헤치고 같이 목욕을 하고 휘트니 휴스턴의 카세트 테이프를 사러 손을 잡고 겨울의 음반가게에
갔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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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이 추억이라는 게 마음 안쪽으로부터 따뜻하게도 하는 동시에 마음 안쪽에서부터 아프게도 한다.
겨울은 제일 싫어하는 계절이라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따뜻한 기억은 주로 겨울에 몰려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겨울에 몇 개의 따뜻한
기억을 만들어가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