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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소도중
미야기 아야코 지음, 민경욱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18이라는 숫자는 왠지 한국사람들의 귀에는 어감이 좋지 않게 들린다. 이 책 화소도중은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R-18문학상에서 대상과 독자상을 받은 작품이다. 흔히 말하는 야한 책, 야설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책이지만 남자를 위한 책이 아닌 여자들이 느끼고 여자들이 생각하고 여자들의 삶이 녹아 있는 책이다. 그저 야하기만 하면 당연히 어떤 문학상이라도 받기 힘들지 않았을까? 화소도중은 벚꽃물든 게이샤 라는 영화로도 만들어 졌으나 영화보다는 책이 더 감동인듯하다.
야한 소설이나 영화는 보는게 거북한 성격이라 일단 책이 이쁘고 문학성도 좋다니까 친구들에게 사주고 그러다 보니 나도 한권 선물받았다. 일단 이 책은 연작으로 된 단편 여섯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성격상 책의 정보를 미리 보지 않고 선입견 없이 책을 읽다 보니 연작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단편 하나를 읽고 덮었다. 수위가 조금 있기도 하고 카페에서 손님들 오갈때 읽기는 좀 낯이 뜨거운 느낌이라 일단은 나중에 라는 생각으로 잊고 몇일이 지났다. 그런데, 내가 선물한 책을 읽은 이가 언니 이책 읽었어? 그냥 야한게 아닌데. 라는 말고 몽실서평단에서 올라오는 리뷰들이 나를 자극하는 가운데 11월 아르테에서 시에스타에 화소도중을 채택한 것이다. 그래 읽어야지 어차피 그날은 남성분들은 사절인지라 별 부담이 없겠네. 라며 다시 펴 들었다.
첫 단편을 읽고 조금 이놈 뭐야 했던 부분이 다음편 그 다음편 읽다 보니 아 이래서 그랬구나 아 저래서 아 저놈이 아!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구성이다. 처음부터 등장인물들 이름 적으며 읽을 걸 나 원래 독일이나 다른 나라 책 읽을땐 인물도 그리면서 읽는데 나름 에도 시대 책들은 좀 읽어서 편하다 생각한것이 착각이었나보다. 무지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사라지고 죽고 또 등장한다. 시점이 왔다가는 다시 오고 화자가 바뀌는 시점까지 거북하지 않으면서 이리도 왔다갔다 하는게 참 신기했다.
처음 에도시대의 작품을 읽는 분이라면 생소한 단어도 많을 것이다. 예를들자면 자야 이것은 아마 지금으로 가져다 붙이자면 호텔커피숍이 아닌가 싶다. 지금도 호텔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다 보면 남여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경우를 보게 되니 그 상황과 비슷한 상황도 그려진다. 아무에게도 대화를 못나누는 실어증의 소녀를 보며 정말 말도 자꾸 안하면 정작 말을 하고 싶을 때 목구멍의 울대가 안 울릴 수도 있겠다 싶다. 마지막까지 읽다 결국 눈물 찔끔하게 만들기도 한 화소도중 읽다 교도소에서 출감한 사람이 갈곳없어 다시 수감되기 위해 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는 시에스타에서 라엘 님이었나? 했던 이야기도 공감이 간다.
돈이 많이 있는것도 아니고 아주 젊은 것도 아니고 지름으로 치면 20대 후반이 젊긴 하지만 10년을 지친 몸이 건강할지도 모르고 그런 여자가 혼자 살기는 힘든 시기였으니 어디에서고 정착하여 살기는 힘들것 같다. 결국 죽기전에 나가기 힘든 종신형이 아니었을까? 마스모토 세이초의 미스터리의 계보를 보며 정말 먹을것도 없이 춥고 가난하고 황페한곳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으니 굶어 죽지 않고 저렇게 살아가는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던 사람도 있었던것 같다. 그런 사고가 머리속에 있다보니 일본인들은 정신대를 그다지 나쁘게 생각안하나 보다. 라는 생각을 또 하게 되었다. 흔한 납치와 인신매매를 보니 그래도 우리나라는 저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구나 싶은 조금의 안도를 하기도 한다. 역사는 이렇게 흘러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