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위기 이후 - 신자유주의를 딛고 다른 사회를 상상하다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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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피지 군도에서 온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씨는 8개월간 우리나라를 취재한 끝에 <세계금융위기 이후>라는 책을 썼다.

그 책의 기조는 한마디로 ‘부러움’이었다.

“비정규직과의 차별 같은 건 잘 모르겠습니다.”이라는 한국 회사원 박혁거 씨의 말에 감동을 표하고,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차별대우하면 코리아에선 제대로 기업활동을 할 수 없을 것”이란 말에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의 고향인 말피지 군도는 대체 어떻기에 이런 당연한 진술을 가지고 놀라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호프만 씨는 한국의 보육시설에도 경의를 표한다.

당산동 최모 주부의 증언, “학교는 무료고요, 아플 때도 병원이 무료니까 따로 돈 드는 건 없죠. 학원요? 따로 학교 공부를 위해 보내는 학원 같은 건 없는데요.”

호프만의 진술이 이어진다.

“말피지 군도에 사는 카메론 디아즈 씨의 삶은 너무 피곤하다. 하루 10시간 이상 일한다. 그렇게 일해도 저축은커녕 아이 학원 보낼 여유조차 없다....”

그 나라는 왜들 그렇게 피곤하게 사는지 나로선 이해할 수 없다.

노후대책은 엉망이고, 애들은 어릴 적부터 무한경쟁에 내몰리며,

“장애인들의 75%가 경제적 이유로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곳,


이렇듯 복지라는 개념은 아예 없는 듯한 말피지 군도에도 희망이 있을까?

호프만의 결론은 정치였다.

“말피지 군도의 엠브리오 브라우니(MB) 대통령은 초.중.고등학교의 영어교육 예산을 늘리기 위해 무료급식 예산을 줄였다. 그 결과 점심을 굶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정치적 무관심과 허무주의는 사실상 자신의 미래를, 자신의 삶의 조건을 스스로 포기하는 자살행위에 다름 아니다. 이제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투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486-487쪽).”

삶 자체가 피곤한 나라에서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도 없다니,

말피지 군도의 피곤한 삶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되지 않을까?

이 책을 읽고 우리나라에서 사는 게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라고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복지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우리 재벌들, 제발 북유럽 좀 가보고 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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