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호밀밭의 파수꾼>은 JD 샐린저의 자전적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콜필드처럼 샐린저 역시 퇴학을 당한 바가 있고, 술과 마약에 빠졌으며 걸핏하면 가출을 했다. 책에서 콜필드는 가출을 한 뒤 뉴욕의 어느 호텔에서 묵게 되는데, 거기 바에서 금발머리 여자를 만나 춤을 춘다. 금발의 여자는 무식했지만 귀여운 면이 있었는데, 콜필드가 어리다는 걸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실제로도 샐린저는 바에서 만난 여자와 첫 번째 결혼을 했는데, 그때 그의 나이는 겨우 열아홉이었고, 그 여자는 세 살 연상이었다. 그 밖에 그가 행한 일탈적 행위들에는 저자 자신의 경험이 짙게 묻어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어릴 적의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 같다]라고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리뷰를 쓸 때 작품의 배경과 저자의 삶에 대해 알고 있다면 이렇게 카리스마적인 리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위에 쓴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그냥 혼자 생각한 것에 불과하다.


이 소설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으며, 역시 구라지만, 성경보다 더 많이 팔렸다고 한다. 존 레논의 암살범 마크 채프먼이 탐독한 것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고, 이것 역시 구라지만,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도 콜필드의 열렬한 팬이라고 한다. 그저 한 소년의 일탈을 그린 것에 불과한 이 책이 그렇게 각광받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이 책의 훌륭한 점을 잘 모르는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그걸 물어봐야 했는데, 놀기 좋아하는 내 친구는 “젊을 때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대리만족시켜준다”고 했고, 그래도 모범적인 편에 속하는 친구 하나는 “야해서 좋다”고 한다. 이 대답들이 나를 만족시켜주지 못한 것은 물론이지만, 아쉽게도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들 중 이 책을 읽은 사람은 그 둘이 전부다. 그래서 난 “명작은 원래 그런 법이다”라고 넘어가기로 했다.


내가 이 책에서 높게 평가하는 것은 바로 책의 제목이다. 아이들이 호밀밭에서 뛰어놀고, 콜필드는 파수꾼이 되어 아이들을 돌본다. 그는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아이들이 위험에 빠지면 잽싸게 달려와 구해주는 적극적인 존재다. 이름하여 호밀밭의 파수꾼, 얼마나 멋진 제목인가. 책의 제목을 ‘나의 일탈기’ ‘니들은 바르게 살아’ ‘애들은 공부해’ 같이 했다면 학부모와 선생들은 열광했겠지만, 정작 학생들에게 이 책은 외면당했을 것이다. 베스트셀러의 기준을 3T, 즉 title, timing, target이라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제목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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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키크더만 2005-07-3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리뷰로 과연 땡스 투를 받을 수 있을까.

싸이런스 2005-09-0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 투는 받을 수 없을 지라도... 구라의 세계는 즐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