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리즈 위더스푼이 보고싶어 <금발이 너무해>를 빌리러 갔더니 그런 거 없단다. 찾는 게 없으면 그다음엔 난감해진다. 대체 뭘 빌리지? 3분 정도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구세주가 나타났다. 남자 하나가 테이프를 반납한다. 갑자기 <뷰티풀 마인드>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환각이나 환청을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그런 게 있다면 정말 괴로울 것 같다. 아는 사람의 말로는 환청에 환시까지 있다면 그건 완전 정신분열이라는데, 내가 편견으로 아는 정신분열 환자와는 달리 내쉬는 그런 환각에 시달리면서도 많은 업적을 낸다.  그 비결은 그런 환각들을 늘 있는 것으로 인정하고 거기 적응해 살아가는 것. 역경을 이겨낸 위인들은 대개가 이렇다. 귀가 안들려서 음악가가 못된다는 판정을 받고 인생을 술로 보내는 게 보통 사람이라면, 위인들은 귀가 안들리니 잡음도 없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결국 음악가의 길을 걷는다. 그런 긍정적 사고방식이야말로 위인의 특징이리라.  

영화는 내가 평소 잘 몰랐던 내쉬균형에 대해 기가 막히게 설명해 주지만, 그보다 다음 대사가 난 더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사랑이 계속 지속된다고 어떻게 보장하냐"고 묻는 내쉬에게 여자는 이런다. "우주가 무한하다는 걸 어떻게 알아? 그냥 믿는 거쟎아. 사랑도 그런 거야. 영원히 지속되리라고 믿는 거"

내쉬가 노벨상을 탈 때, 숫자보다 사랑이 우위에 있는 거라고 하던 다음 연설도 날 눈물짓게 했다.
"당신 덕분에 이자리에 섰어요. 당신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며, 내 모든 존재의 이유에요"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어쩜 이렇게 말을 멋있게 하는지. 보통 사람 같으면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생각하겠다"느니 "최선을 다하겠다"느니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기 마련이지만 내쉬의 삶을 영화를 통해 봤던 터라 내쉬의 말이 더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이 말을 들으며 아내는 열심히 박수를 치는데, 이렇게 그간의 고통이 영광으로 승화되면 기쁜 법이다. 영화와는 달리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안타까운 일이지만.

내가 느낀 영화의 교훈을 몇가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긍정적인 사고를 해라.
2) 사랑은 믿는 것이다.
3) 상 같은 거 탈 때는 솔직하게 말하는 게 더 멋있어 보인다.
4) 리즈 위더스푼보다 넓은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 너무 집착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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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들의 모험 2005-11-10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부정적인 사고가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사고도 긍정적인 힘을 내는 것 아닌가요? 그 외 셋의 고견은 추천하고 싶습니다.ㅎ (근데 사랑이 찾아왔기 때문에 이리도 긍정적인 페이퍼를 쓰셨나요? 면식 없어도 축하 드리고 싶습니다^^ )

니콜키크더만 2005-11-13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한당들의 모험님/저도 처음 인사드립니다. 그래요, 부정적인 사고도 필요하긴 합니다. 근데 제가 너무 매사에 비관적이라, 저는 좀 낙관적인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 페이퍼는 사랑이 시작되기 전에 쓴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