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 있는 축구라고는 K-리그밖에 없을 때, 난 관중도 시청자도 모두 외면하는 K-리그 중계를 하품을 하면서 봤다. 골이 들어가면 슬로이비디오 보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이영표가 네덜란드에 간 뒤로 네덜란드 리그를 중계해준다. 그걸 보면서 난 K-리그가 시시해졌다. 그러던 차에 박지성이 빅리그라 불리는 프리미어리그로 갔다. 세게임밖에 안봤지만 내 눈은 K-리그를 보기엔 너무 높아져 버렸다.
하지만 정말 재미있는 건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 그 중에서도 지구방위대라고 불리는 레알마드리드의 경기다. 스페인 축구 자체가 힘을 중시하는 유럽식이 아닌, 기술 중심의 남미축구인데다 실제로 그 팀엔 브라질 선수들이 잔뜩 있다. 퇴근을 하고나서 레알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2차전을 봤다. 어제 잠을 많이 잔 게 아닌데도 하품은 한번도 나오지 않았고, 경기가 워낙 스피디하게 진행되어 슬로우비디오를 보여줄 틈이 없었다. 골 챤스를 아깝게 놓쳤다고 아쉬워하기 전에, 상대팀이 결정적인 챤스를 잡고 슈팅을 날렸다.
약관의 호빙뉴가 몇명을 우습게 제끼는 것도 감탄이 나왔지만, 난 오늘 경기르 보면서 베컴에게 매료되었다. 베컴의 자로 잰듯한 센터링은 몇차례 결정적인 챤스를 만들었고, 레알이 넣은 두골은 모두 베컴의 발에서 나왔다. 바티스타와 라울 대신 반 니스텔루이 같은 애가 있었다면 두세골은 충분히 더 넣었을 정도로 베텀은 많은 챤스를 만들어 줬다.
작년 시즌 2위에 그친 뒤 선수를 대대적으로 개편한 레알 마드리드, 내가 보기에도 전력이 훨씬 나아 보이지만 올시즌 초반 성적은 아주 저조하다. 호나우두, 라울, 베컴, 호빙뉴, 도대체 이런 선수들을 데리고 어떻게 질 수가 있는 걸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 말은 틀린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