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박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다양한 성이 공존하는 나라, 그래서 개인은 이름보단 성으로 대표된다. 그러니 이왕 성을 지을 거, 잘 짓는 게 필요하다.
세인트루이스 팀에는 스캇 시벌(Scott Seabol)이란 선수가 있다. 그가 나올 때 장내아나운서는 이렇게 말한다. "미스터---씨벌!" 무슨 욕하는 것 같지 않는가? 한국인도 많이 살고, 박찬호 이후 야구장을 찾는 한국인도 많은데 그런 민감한 말을 하게 하다니.
그 유명한 놀란 라이언도 그렇지만, 메이져리그엔 라이언이란 선수도 몇명 있다. 물론 사자(lion)와 다른 Ryan이지만, 그게 발음상으로 뚜렷이 구분되는 건 아니다. 우리말로는, 다 라이언이다. 장내 아나운서가 "미스터 라이온!"이라고 외치면, 한국 관중들은 갈기를 단 사자가 한마리 뛰어나오기를 기대하지 않을까 싶다.
미국 성들 중에는 종사하던 직업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올해 잘하는 크리스 카펜터는 목수, 제이 벨 선수는 전화기 회사의 후손으로 추측이 된다. 그래도 도저히 뭔지 모르겠는 선수도 있다.
-탬버베이의 케빈 캐쉬(Cash), 이 선수는 왠지 돈이 많을 것같다. 세상에, '현금'이 뭔가? 은행원 출신인가? -휴스턴의 1루수 Todd Self, 너 자신을 알라고 했던 소크라테스가 연상된다. -애너하임 Curtis pride, 괜히 자존심이 세 보이지만 주전은 아니다. -역시 애너하임의 유명한 투수 Bartolo Colon, 콜론의 뜻은 장이란 소리인데 무슨 뜻으로 콜론이라고 지었을까? -시애틀의 Jamal Strong, 성은 매우 강해 보이지만 겨우 20타수에 나와 5안타를 쳤을 뿐이다. -필라델피아의 Randy Wolf, 직업이 혹시 여우 사냥꾼? 하여간 이 선수가 나오면 늑대가면을 쓴 팬들이 꼭 나와서 응원을 한다.
타이거 우즈도 사실 그렇다. 성이야 그렇다쳐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이름을 호랑이로 짓다니, 아들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거 아냐? 이것도 다, 우리와 문화가 달라서 이상해 보일 뿐, 외국에서는 아무 일도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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