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가 완봉을 했다. 이닝이터로서의 능력이 떨어지는 게 그의 가장 큰 약점이었는데, 9회까지 던졌고, 점수를 하나도 안내줬다. 그것도 타자 친화적 구장인 쿠어스필드에서.

피안타 3, 볼넷 한개인 김선우의 완봉은 4년만의 일이었는데, 네이버 기사에는 쿠어스필드에서 완투한 투수들의 기록이 나왔다. 한 네티즌이 여기에 토를 달았다.
"그래도 볼넷을 포함한 완투는 좀 어색하다. 볼넷없는 완투가 진정한 완투가 아닐까.. 볼넷 10개 하고 완투한다면.. 이건 좀 아이러니한 느낌.. "

김선우의 쾌거에 왜 이런 딴지를 거는지 이해가 안가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볼넷없는 완투가 진정한 완투라는 이분의 말이 야구 용어를 헷갈린 소치라는 거였다. 완투, 즉 complete game은 볼넷과 안타, 점수를 얼마나 내주던 9회까지 던지는 걸 의미한다. 이분은 그러니까 완투와 완전경기(퍼펙트게임)을 착각한 거다. 랜디 존슨이 작년에 기록한 퍼펙트게임은 안타, 볼넷, 점수는 물론이고 에러까지도 없어야 하는 어려운 기록이다. 아무튼, 이분의 황당한 댓글에 네티즌은 난리가 났고, 댓글행렬은 4페이지에 달했다.

실수 한번 한 걸 가지고 너무했다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문제는 이분이 자신의 무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우겨댔다는 거다. 다른 네티즌들이 완투는 볼넷을 아무리 많이 내줘도 관계없다고 지적해줬을 때, 이분은 계속 말도 안되는 주장을 계속했다.
"그러니깐 밥통아!! 내가 하는 말은 볼넷이 많으면서 완투하는건 좀 아이러니한게 아니냐는 그말이다 밥통아!! 휴~!!"

"밥통아!! 내가 김선우 완봉갖구 뭐라그러냐!? 완봉말고 완투가 볼넷 많으면서 완투했다는게 잘못됐게 아니냐고.. 제대로 완투할려면 볼넷없이 완투해야 퍼펙트게임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지 밥통아!!!"

"휴 이 밥통에게 내가 뭐라 말해봐야 아무 소용없겠네.. 내 말은 완벽한 피칭을 할려면 볼넷없이 노안타로 가야 완투가 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구!! 밥통.. 하여튼 말뜻을 모르네"

이분의 무식은 개념을 모른다는 비난에 반박하는, 다음 댓글에서 드러났다.
"완투는 피안타 제로를 말하고, 완봉은 9회까지 0점으로 봉해버린거 말하구 밥통들.. -_-;; 근데 완투에서 아무리 안타를 안내줘도 볼넷많으면 말짱 꽝아니냐는 내 의견을 피력한거 뿐이다 밥통아!!"

네티즌들이 퍼펙트게임과 완투, 완봉의 개념을 정리해주자 그는 자기 말의 취지를 알아들어야지 실수한 걸 가지고 물고늘어진다고 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실수한 것에 대해 개떼같이 덤빈다면서 네티즌 탓을 해댔다. 댓글행진은 그가 스스로 자신의 글을 지우면서 끝이 났는데, 자기가 틀렸으면 미안하다고 하면 될 일이지 끝까지 우긴 건 분명 잘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태도에도 문제는 있다. 익명성이 보장되니만큼 더더욱 예의를 갖춰서 말해야 하건만, 누가 무식한 소리를 했다 하면 가르쳐줄 생각보다 무시와 비아냥으로 점철된 댓글들을 단다. 이번 경우에도 이렇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완투와 퍼펙트게임을 착각하신 것 같군요. 님이 말하는 건 퍼펙트게임이구요, 완투는 볼넷과 점수를 내줘도 상관이 없습니다. 그게 원래 미국야구에서 나온 개념이라 헷갈립니다. 하일성 씨도 가끔 퍼펙트와 완투를 구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구요, 양키스의 데이비드 웰스는 1997년 퍼펙트게임을 하고나서도 '완투하는 데 성공했다!'고 소리를 질렀지요. 님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했고요, 앞으로도 좋은 댓글 많이 남겨 주세요"

네이버스포츠에는 메이져리그 매니아들이 득실댄다. 그들의 지식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하지만 그곳은 매니아들만 오는 곳은 아니며,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자기 의견을 남길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같이 헛소리 좀 했다고 짓밟는 분위기라면 겁나서 어디 댓글을 달겠는가? 인기를 위해 무식을 가장하는 악플러들이 아니라면, 좀 더 예의를 갖춘 따뜻한 댓글로 응대하는 성숙한 인터넷 문화가 메이져리그 사이트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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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5-09-26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숙한 댓글 문화는 이곳 알라딘이 최고인듯 싶군요.

니콜키크더만 2005-09-28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기가 좋아요

2005-09-30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콜키크더만 2005-10-01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안녕하세요? 아니 사촌동생이 그렇게 유명한 분이라니, 새삼 존경스럽습니다. 존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필경 제가 아는 분일텐데... 일이 잘 풀려서 다시금 서재로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2005-10-04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콜키크더만 2005-10-06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마이너리그서 뛰는 선수로만 알고 있었어요. 우리나라 온 줄은 몰랐구요, 케이블에 있는 것도 몰랐는데요. 좀 더 잘해서 메이져리그 무대에 섰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군요. 어깨부상이라니,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