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야구의 올림픽 종목 탈락이 아쉽기만 하다. 육상에는 마흔개, 수영에 금메달 서른개 정도가 걸려있고, 조정도 7개의 금메달을 거느리고 있다. 그런 와중에 야구에 걸린 한개의 금메달을 뺐는 건 좀 너무한 처사가 아닐까?
당장 큰일난 것은 야구 선수들의 병역 문제다. 웬만큼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은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서 메달을 땀으로써 병역면제를 받아왔다. 다른 종목과 달리 상무가 프로팀으로 참여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야구선수에게 군대로 인한 2년간의 공백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병역면제의 가능성이 줄어든 것은 야구 유망주들에게는 물론이고 미국에서 활약 중인 김선우와 최희섭에게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 같다.
난 여기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늘 하는 모병제 주장이 아니라, 메이져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도 병역면제의 혜택을 주자는 거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메달을 딴 선수에게 군면제를 시켜주는 건 그들이 국위선양에기여한 공로를 인정하는 것이다. 사격이나 양궁 같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야구에서 국위선양을 가장 잘 하는 길은 올림픽이 아니다. 올림픽 종목 탈락의 이유로 메이져리그 선수들이 나오지 않는다는 게 지적된 것처럼, 올림픽은 그저 그런 선수들만의 잔치다. 올림픽이 열리는 시기와 메이져리그 시즌이 겹치기 때문이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곳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걸 국위선양이라 한다면, 좀 더 탄력적으로 그 규정을 적용해 메이져리그에서 풀타임으로 3년쯤 뛴 선수에게 병역면제 혜택을 줄 수는 없을까?
비슷한 사례도 있다. 바로 축구다. 올림픽보다 월드컵이 축구를 위한 최고의 무대라는 건 상식이다. 피파가 23세 이하의 선수들에게만 참가를 허용하는 바람에 올림픽 축구는 청소년 축구로 전락하고 말았고, 호나우두나 피구같은 최고 선수들은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는다. 지난번 월드컵 때 16강에 들면 병역면제를 시켜주겠다고 한 이유도 그 정도 성적이면 올림픽 메달보다 더 국위선양에 기여한 것이라는 나름의 판단 때문이리라. 물론 축구에서도 규정이 탄력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박지성이 진출한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해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소위 빅리그에서 풀타임을 보낸 선수는 병역을 면제해 주자는 거다. 박지성으로 인해 영국 내에서 한국의 인기가 높아진 걸 보면 꼭 올림픽만이 국위선양이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지 않을까.
혹자는 이럴 가능성을 거론한다. 실력도 안되는 선수가 돈을 써서 메이져리그에 붙어있을 수도 있지 않겠냐고. 하지만 한정된 숫자의 로스터를 가지고 162경기를 치뤄야 하는 메이져리그에서, 도움이 안될 선수를 데리고 있을 구단이 어디 있겠는가? 한 시즌은 돈으로 가능하다 해도, 3시즌을 그렇게 있을 선수는 내 생각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