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출장을 다녀왔다.
계약을 위해 내 잘못도 아닌데 비굴한 표정을 지으면서 40분을 견딘 뒤
기차역으로 가는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 기사가 묻는다.
“오늘 복날인데 뭐 좋은 거 드셨나요?”
그러고보니 복날이었다.
가정이 있는 사람들은 복날 삼계탕집을 같이 가거나 집에서 아내가 해준 닭을 먹겠지만
혼자 사는 나같은 사람은 복날의 존재를 거의 잊고 산다.
하지만, 아마도 너무 혼을 많이 난 탓이었는지, 갑자기 복날에 맞는 뭔가가 먹고 싶어졌고,
택시에서 내린 뒤 대전역 근처에 있는 함경도집을 찾아나섰다.
그전에 거기서 소머리국밥을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나서였다.
6천원짜리 소머리국밥 (특)을 시키고, 소주 한병을 시켰다.
지역 소주인 ‘린’에는 산소가 많아 건강에 좋다는 광고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TV에선 삼계탕을 먹으려고 한시간을 기다렸느니 하는 무용담이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과연 (특)이었다.
국밥에는 고기가 넘쳐났고, 고기의 부드러움은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고기 한점 한점을 씹으면서 이런 게 행복이구나는 생각에 잠시 눈을 감았고,
갑자기 “오늘만큼은 날 사랑해 주자”는 마음이 불끈 솟았다.
“여기요! 수육 하나 주세요!”
수육 작은 것은 12,000원, 큰 건 15,000원이라 작은 걸 시켰는데
시킨 보람이 있었다.
그 12,000원이 내 몸을, 특히 입을, 얼마나 행복하게 해줬는지 모른다.
야단 맞을 때는 쓰지도 못하는 입이지만, 그래도 입이 행복하니 나도 행복했다.
소주 한병을 더 시켜 그 중 반병을 먹었고,
기차에 몸을 실었다.
꾸벅꾸벅 졸다보니 어머니 생각이 났다.
전화를 걸어 오늘이 복날인데 뭐 좀 드셨냐, 고 여쭈어봤다.
“알아서 잘 먹었다”고 하신다.
아마 닭은 근처에도 안가셨을테고, 그냥 평소 드시던 밥을 드셨으리라.
오늘 퇴근길에 닭을 사서 어머니한테 보내 드리겠다고 결심했다.
어머니도 내가 느꼈던 행복감을 느끼시면 좋겠다.
구글엔 함경도집 소머리국밥 사진이 없어서, 일단 아무거나 올린다. 이것과는 시각적, 미각적으로 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