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을 마치고 집에 가려는데 선배가 나이트에 가자고 꼬신다. 그런 데는 별 취미가 없어서 싫다고 하려는데 분위기를 보니 안가면 안될 것 같다. 그러겠다고 했다. 선배랑 나, 후배 둘과 택시를 타고 명화나이트로 향했다. 택시 아저씨가 “이 동네에서 물이 제일 좋다”고 바람을 잡는다.


“황진이 있어요?”

선배가 대뜸 아는 웨이터 이름을 댄다. 휴가 갔단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선배가 투덜거린다. 그냥 들어갔다. ‘영등포’라는 명찰을 내건 웨이터가 안내를 한다. 자리를 잡고 앉은 뒤 양주 하나를 시켰다. 스테이지는 이미 만원이었고, 사람들의 눈빛은 욕망으로 번들거렸다. 이곳 저곳에서 부킹이 진행되고 있었다. 여자가 대부분인 웨이터들은 젊은 여자의 손목을 붙잡고 남자들만 있는 테이블에 앉혔다. 그럼 남자들은 여자에게 술을 한잔 권하고, 별 의미도 없는 말들을 늘어놓았다.

“하시는 일이 뭐세요?”

물론 그 남자가 여자의 직업이 궁금한 건 절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꼬셔서 잘될까가 그의 유일한 관심사일 뿐이었다. 여자는 수줍게 대답하며 남자의 분위기를 보며 마음을 결정한다. 우리같이 건설업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은 여자들의 눈에 안차는지, 우리 테이블에 오는 사람마다 “화장실에 간다”며 사라져 버렸다.


내가 부킹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은 소질이 없기도 하지만, 평소 만나는 여자보다 미모도 성격도 떨어지는 여자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작업을 하는 게 이해가 안가서다. 예를 들어 나이트가 취미인 선배 P는 꽤 미모인 여자와 5년 전 결혼했다. 그런 그가 지금 그다지 예쁘지도 않은 여자의 비위를 맞추느라 웃기지도 않는 우스개 소리를 하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한가.


웨이터에게 “난 빼주라”고 말을 한 탓에 내 옆에 앉은 여자는 없었지만, 다른 이들 역시 그리 성과가 좋지 못했다. 대략 열명 가량의 여자가 우리 테이블에 왔다 갔지만, 오래도록 앉아 블루스까지 춘 여자는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블루스는 물론이고 그 이상을 생각했던 선배는 새벽 한시 반이 지나도 집에 갈 줄을 몰랐다.

“선배님, 가시죠.”

“이제 시작인데 가긴 뭘 가?”

피곤하기도 했고 더 있어봤자 재미도 없기에 화장실에 가는 척하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웨이터들은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를 하는데, 그 시간에도 하룻밤의 즐거움을 위해 나이트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의 눈도 역시 욕망으로 번들거리긴 마찬가지, 그네들의 부킹 성공을 마음으로 빌며 택시를 탔다. 할증이 된 택시요금은 8천원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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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11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안녕하세요.
초면에 실례, 너무 재밌게 잘 읽었어요.
제가 엊그제 누가 갑자기 클럽에 가자고 했던 생각이 나서요.
근데 이젠 늙어서 그런데 못간다고 사양하고 말았거든요.
그러고보니 나이트는 대학때 가고 안가봤네요 ㅎㅎ 아직도 나이트에서 부킹하나요?
글 너무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 종종 구경 올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