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 - 단순하지만 강력한 14가지 두뇌 활용법 심플리어 9
터리스 휴스턴 지음, 김시내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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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분이 일정에 딱 맞는 새로운 전략을 찾기 바라면서 버스에서, 점심시간에, 잠들기 직전, 바쁜 일상 중 언제든 가능할 때 이 책을 틈틈이 읽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가장 바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실행하는 데 하루 10분이 넘지 않는 전략을 각 장에 최소 하나씩 담으려고 노력했다. - '서문' 중에서 



(책표지)

책의 저자 터리스 휴스턴 박사는 시애틀대학의 인지과학자로서, 좋은 과학 내용을 토대로 훌륭한 전략을 제시한다. 현재 교수 개발 센터의 컨설턴트로 재직 중이며 다수의 저서들이 있다. 장기간 워크숍을 진행해 왔으며,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스타트업, 대학 등에서 강연을 했다.

총 14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크게 시작하자, 최고의 성과를 내자, 남들에게 더 잘하자, 운명을 주도하자, 긴장을 풀고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자 등 다섯 개 카테고리를 나눠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각 장에 하루 10분이 넘지 않는 실행 전략을 담고 있다.

전 세계 세 명 중 한 명 이상이 뇌의 10%만 사용한다는 주장이 널리 퍼져 있지만 이는 오해일 뿐, 완전히 틀린 말이다.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의 한 신경과학자가 관찰했듯, ‘증거에 따르면, 우리 인간은 하루에 뇌를 100% 사용한다’. 

시작하자

나는 아침형 인간일까, 아니면 저녁형 인간일까? 실제로 사람이 이렇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는 것을 심리학자들이 밝혀냈다. 만약 저녁형 인간이라면, 오후나 저녁 시간 일정을 비워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력을 발휘해 보자. 반대로 아침형 인간이라면, 아침 시간을 중요한 일에 쓸 수 있도록 비워 두자. 이는 '집중하자'는 두뇌 활용법이다.

창의성을 발휘할 일은 생각보다 많다. 직장에서 비용 절감 방안을 도출하고, 동료를 가르치고, 문서 초안을 작성하고, 계약서에서 허술한 내용을 찾아야 할 때 창의적이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집에 가서도 창의성 발휘하기는 멈출 수 없다. 이는 '창의성을 발휘하자'는 두뇌 활용법이다.

도파민은 매우 하고 싶고 익숙한 일을 원하게 만들기 때문에,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먹기, 보드게임 하기 또는 뒤뜰 해먹에 누워 있기와 같이 이미 좋아하고 있는 것에 끌리게 되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예전에 이런 일을 무척 즐겼고, 보상을 얻을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이는 '의욕을 끌어올리자'는 두뇌 활용법'이다.

최고의 성과를 내자

시각화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울 수 있다. 이때 비결이 있다. 목표 그 자체가 아니라 원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상상하자. 연구자들은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상상해야 더 오랜 시간 노력하여 결과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게 바로 '더 많이 성취하자'는 두뇌 활용법이다.

오늘날 가장 중요한 능력은 인지 유연성일 것이다. 변화구처럼 예상치 못하게 날아든 질문에 대처하고,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또는 돌발상황에 적응하는 것이 걱정된다면, 인지 유연성이 필요하다. 바로 '발 빠르게 생각하자'는 두뇌 활용법이다. 

해마는 길이 약 4~5cm의 작은 뇌 영역이다. 록펠러대학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해마에는 ‘어렸을 때 사탕 목걸이를 좋아했다’와 같은 ‘일반적인’ 기억이 저장되고, 사탕 목걸이의 색깔 또는 목에 전해진 감촉 등 정교한 세부 사항은 뇌의 다른 곳에 저장된다고 한다. 이는 '더 많이, 더 빨리 배우자'는 두뇌 활용법이다.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다면, 실수는 곧 기회이다. 드웩의 말처럼 성장 마인드셋과 함께라면 “실패는 여러분을 정의하지 않는다. 실패는 맞서 상대하고 배울 점을 찾아야할 문제일 뿐”이다. 실수를 저질렀을 때 다음 단계는 문제를 받아들이는 것이지 피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실수를 줄이자'라는 두뇌 활용법이다,

남들에게 더 잘하자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에 최소 두 가지 유형이 있으며, 둘 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한 유형은 정서적 공감로, 다른 사람의 즐거움이나 고통을 느끼고 그들의 감정적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다른 한 유형은 흔히 조망 수용이라고 하는 인지적 공감(Cognitive empathy)으로, 다른 사람이 즐거움이나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런 감정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추론하는 것이다. 이는 '더 많이 공감하자'는 두뇌 활용법이다.

편견은 주변 환경에서 무언가를 선호하거나 그 반대인 경향을 말한다. 특정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처럼 무해할 수도, 부당한 대우로 이어지는 인종 편견처럼 유해할 수도 있다. 편견을 기울기라고 생각해 보자. 편견을 가지면, 무언가 또는 누군가에게 기울거나 그 반대로 멀어진다. 이는 '편견을 버리고 공정하게 바라보자'는 두뇌 활용법이다.

운명을 주도하자

의사 결정에 감정이 놀랍도록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가장 분석적인 사람들조차도 의식하든 아니든 결정을 내리기 위해 감정이 일으키는 미묘한 파장에 의존한다. 이는 '더 나은 결정을 내리자'란 두뇌 활용법이다.

의사가 눈을 마주치지 않거나 많이 웃지 않으면, 환자의 건강 상태가 나빠지고 통증이 더 심해진다.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만족스럽지 않다면 신체 역시 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훌륭한 의사는 결국 환자를 ‘이해’하는 사람이다. 이는 '덜 아프게, 더 건강하게 생활하자'라는 두뇌 활용법이다.

긴장을 풀고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자

삶은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금전 문제, 직장에서의 압박감, 건강 문제, 인간관계 문제 또는 뉴스로 접하는 충격적인 사건 사고 등 우리는 모두 상황이 능력 밖이고 스트레스가 휘몰아칠 때를 마주한 다. 이러한 상황에서 똑똑한 전략을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을 하나 고르라면, 스트레스 관리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는 '만성 스트레스를 관리하자'는 두뇌 활용법이다.

코르티솔은 체내 주요 스트레스 호르몬으로서, 위협을 느낄 때 신체 각성도를 높게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게다가 혈류 내 코르티솔의 양은 스트레스 수준을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지표이다. 일반적으로 코르티솔 수치에는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하루 동안 스트레스 상황을 많이 겪으며 괴로워질수록 코르티솔 수치도 높다. 이는 '급성 스트레스를 관리하자'라는 두뇌 활용법이다.

사회적 지지는 다른 사람이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도록 도와주거나 위로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지지는 많은 친밀한 관계의 중추로, 폭설이 내린 후 부모님 댁 앞 눈을 치우는 매우 실질적인 것부터 어쩔 줄 모르는 친구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주는 감정적인 것까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이는 '배우자에게 힘이 되어주자'는 두뇌 활용법이다.

#자기계발 #샤프 #단순하지만강력한 #14가지두뇌활용법 #터리스휴스턴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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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진화
에밀 루카 지음, 마이너스 옮김 / 해밀누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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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은 사랑이 성性과 완전히 무관함을 입증하고자 노력한다. 사랑처럼 강력한 감정이 역사 시대, 그것도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생겨났다는 나의 주장은 매우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진화에 대한 외적인 믿음의 고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인간 본성의 불변성을 당연하게 여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 '서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에밀 루카(1877~1941년)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사상가이자, 철학자, 문학비평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유럽이 급변과 혼란을 겪던 20세기 초반에 인간 내면의 감정과 문명적 발전의 관계에 깊은 관심을 두었다. 사랑이라는 보편적이면서도 복잡한 주제를 선택해 이를 심리학, 철학, 문명사 등의 교차점에서 탐구하고자 했다. 대표작인 <사랑의 진화>는 학문적 이론서가 아니라 사랑이란 감정이 어떻게 인류의 정신적 삶을 형성했는지를 조망한다. 


전체 3부로 구성된 책은 성적 본능, 사랑, 성性과 사랑의 결합이란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성적 본능에선 플라톤, 시인들, 그리고 기존의 저작물을 활용했으나 이어지는 사랑, 성性과 사랑의 결합에 관한 주제는 거의 전적으로 독창적인 연구에 기반을 두었다. 


성적 본능 


중세中世의 여명기로 서서히 떠오르던 세대에게 성적 본능의 충족은 다른 어떤 욕구를 채우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쉬웠다. 별다른 계획이나 준비 없이 순간적 충동에 따라 그 욕망을 풀고 어렵사리 얻어야 하는 생활필수품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을 수 있었다. 


원시와 선사 시대의 인간은 철저히 현재에만 살았다. 내일이나 모레에 닥칠지 모르는 굶주림은 아랑곳하지 않고 먹을 게 있으면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그들의 생각은 짧고 얕았다. 임신과 출산은 주술의 결과라고 여겼다. 오늘날까지도 호주의 일부 원주민은 생식과 출산의 관계를 알지 못한다. 원시인들에게 기억되는 것은 단지 "여자가 아이를 낳는다"는 사실 뿐이었다. 또 모든 아이에게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만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역사 시대의 여명기까지 성관계는 무질서하고 되는 대로 이루어졌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모든 여성은 같은 부족 안에서 모든 남성에게 속했다. 물론 이같은 가정假定이 모든 부족에 동일하게 적용되었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후대의 민속학자들은 오늘날 일부 부족 사회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부정했다. 그러나 역사가 해로도토스는 역사 시대에도 에티오피아나 카스피해 연안처럼 서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무분별한 성관계가 존재했다고 기록한다. 아무튼 성관계가 집단혼, 아내 교환이나 대여, 또는 유사한 형태로 이루졌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최초의 인류 가족은 모성애를 가진 어머니를 중심으로 형성되었고 그녀가 자연스러운 우두머리로 받아들여졌다. 이 구조는 생식과 출산의 인과관계가 밝혀진 이후에도 오래 지속되었다. 지중해 연안의 나라들, 특히 크레타와 이집트에선 여성적 요소가 지배적이었다. 이는 셈족이나 아리아족 같은 동방 민족들의 자연 종교에도 반영되었으며, 그리스 신화 속에서도 무수한 흔적으로 남아 있다. 


이후 수많은 타협과 제한을 거쳐, 무질서한 성관계는 마침내 일부일처제로 귀결되었다. 그리스 사회가 일부일처제를 채택한 이유는 에로스적 열정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필요 때문이었다. 가장 중요한 동기는 합법적인 자손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재산을 가진 이는 당연히 합법적으로 상속할 아들을 원했다. 단순히 재산의 문제가 아니라 죽은 이는 제사 음식을 원했고, 이는 오직 합법적인 남자 후손만이 할 수 있었다. 


고대엔 남성이 여성에게 품는 정신적 사랑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플라톤은 "비천하고 타락한 에로스"와 "신적인 에로스"를 대조했다. 고전기古典期의 견해에 따르면, 아름다운 영혼은 오직 남자의 몸에서만 벌견될 수 있었다. 여성은 낮고 동물적인 영역에 속했다. 그녀는 감각적 쾌락과 종족 번식을 위해 운명 지어진 존재였다. 


(사진, 플라토닉 사랑) 


플라토닉 사랑은 철학적으로는 이데아로 개념화된다. 그러나 이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헬레니즘적 정신에 따라 객관적이고 영원한 원형으로 이해된다. 플라토닉 사랑의 완성은 결국 지식이었다. 플라토닉 사랑은 본질적으로 비인격적이다. 그것은 특정 인간에 대한 정신적 사랑이 아니라, 그리스적 아름다움 숭배의 독특한 표현이었다. 


사랑


금욕주의적 여성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우리는 진정한 영성이 아니라 종종 병적病的인 상태를 본다. 이 시기의 여성 신비주의자들은 불순한 정신에 의해 움직였으며, 관능적 열정을 종교적 언어로 포장했다. 그들에게 종교적 상징과 형상은 성적 욕망의 배경이자 배출구였다. 


이러한 현상은 12~13세기, 위대한 신비주의의 시대에 특히 두드러졌다. 수녀언 전체가 히스테리적 열병에 휩사였고, 여성들은 경련으로 몸부림치며 서로를 채찍질하고 주야로 찬송가를 부르며 환각을 보았다. 신의 사랑과 악마의 유혹이 뒤섞인 광경이었다. 


여성들은  형이상학적 사랑을 모방했으나 왜곡했다. 정신적, 신격화적 사랑 대신, 성적 충동을 천상적 언어로 치장했을 뿐이었다. 이런 이유로 그들은 자주 진정한 신비주의자로 오해받았으나, 실상은 달랐다. 심지어 쇼펜하우어조차 마담 귀용을 "위대하고 아름다운 영혼"이라 칭했지만, 본질은 감각적 열정이었다. 


결론적으로, 남성의 신격화된 사랑은 여성의 감정생활에서 평행 현상을 찾을 수 없다. 여성의 감정은 형이상학적 사랑으로 승화되지 못했고, 결국 자연적 충동과 병적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다음으로 성적 신비주의자를 살펴보자.


성적 신비주의는 그 자체로 모순이다. 진정한 신비주의는 성性과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억압된 성이 비밀리에 번성하며 영혼 전체를 점유할 때, 그 결과가 종교적 언어로 해석되곤 한다.성적으로 곶된 주체가 자신의 황홀경에 종교적 의미를 덧씌우는 것이다. 이러한 황홀경의 대다수가 성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소위 '신비주의'라 불리는 것이 상당 부분 성적 충동의 일탈 또는 잘못된 해석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사진, 형이상학적 에로티시즘)


저자가 강조한 “형이상학적 에로티시즘”은 주목할 만한 개념이었다. 이는 사랑을 단순한 욕망이나 본능으로 환원하지 않고, 인간이 영혼의 깊이에서 경험하는 초월적 현상으로 격상시킨 사유였다. 이 개념은 발표 당시부터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지금까지도 철학적·문명사적 의미를 탐구하는 데 중요한 문제의식을 던졌다. 우리들은 이를 통해 사랑이 단순한 개인적 감각을 넘어, 인류 문명의 발전과 긴밀히 얽혀 있는 거대한 사상적 주제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성性과 사랑의 결합


사랑은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며, 동시에 인간 정신의 힘이자 본질이다. 가장 심오한 감정인 사랑 속에서 시간적인 것과 영원한 것의 연결이 예감된다. 따라서 기독교 신비 중의 신비-신이 인류에 대한 사랑 때문에 아들을 세상에 보내시고, 연인으로서만 세상에 다가가시며, 사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시는 것-은 오직 사랑으로만 이해될 수 있다. 우리는 숭고한 것을 사랑 외의 다른 기능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위대한 에로티시스트란 감정을 본질로 삼는 내적 존재이며, 그 감정을 극한까지 끌어올리고자 하지만 결국 인간 감정의 불완전함에 좌절하는 인물이다. 그는 자기실현을 향한 의지에 의해 이끌리지만, 그 최종적 비극은 인간의 한계라는 수레바퀴에 부서지는 것이다.


작가 에밀 루카는 사랑이 본질적으로 비극과 분리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자 했다. 모든 깊은 감정은 스스로 억제할 수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그 한계를 넘어 무한을 향해 나아가려는 갈망을 품는다. 인간의 감정 생활은 무한한 진화를 지향한다. 


(사진) 


그러나 가장 낮고 동물적인 단계에서는 단순한 욕구만이 존재하며, 이는 쉽게 충족된다. 굶주림, 갈증, 성적 욕망은 큰 노력 없이 해결되며, 따라서 이 첫 단계에는 비극이 없다. 그러나 영혼을 압도하는 더 깊은 감정은 쉽게 달랠 수 없다. 


위대한 사상가의 지식에 대한 갈망, 신비주의자의 종교적 열망, 예술가의 미적의지, 그리고 열정적인 연인의 사랑과 갈망은 언제나 현실의 한계를 넘어 무한을 지향한다. 이 땅의 세계는 결국 “비천한” 행위와 감정, 그리고 “비천한” 인 간들의 영역일 뿐이다. 이러한 한계를 견디지 못하는 연인은,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 - 형이상학적 사랑의 세계 -를 창조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의진화 #사랑 #에로티시즘 #연애 #모성애 #해밀누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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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은퇴공부 - 손쓸 새 없이 퇴직을 맞게 될 우리를 위한 현실적인 솔루션
단희쌤(이의상)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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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한국전력공사를 떠난 후, 도전했던 사업들이 연이어 실패하면서 모든 것을 잃었던 그 시간들… 재산도, 가족도, 심지어 삶의 희망마저 놓아버렸던 깊은 절망의 순간이 있었어요. 두 번이나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던 저는 쪽방촌과 고시원을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버텼죠. 그런 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절박함 속에서 찾아낸 새로운 관점과 지식 덕분이었어요.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단희쌤(이의상)은 삼십대 후반에 다니던 한국전력을 사직하고 도전했던 사업들의 연이은 실패로 모든 것을 잃고 삶의 절망 속에서 쪽방촌과 고시원을 전전하던 중 우연히 만난 책 한 권을 통해 돈과 사업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험을 했다. 현재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 소형 건축 시행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 1인 지식창업 전문가, 유튜브 전문가로서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책은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낡은 생존 공식은 버려라', '생존을 넘어, 기회를 만든다:돈이 마르지 않는 시스템 설계법', '나는 이제 회사원이 아니다:나답게 일하며 평생 현역으로 사는 법', '돈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깨닫는 시간' 등 4부로 구성되어 총 열한 개 장에 걸쳐 실패와 성공 그리고 경험의 얘기들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남은 인생은 충분히 길고, '잘' 살아갈 가치가 있음을 전하고 있다. 


951만 명에 달하는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 출생자)는 현재 본격적으로 퇴직의 문턱에 서 있다. 나아가 그 뒤를 이어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개인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 이슈임에 틀림없다. 저자 본인 또한 이 길을 걸었음을 고백하는 책 속 내용 안으로 들어가 보자. 


빈곤 노인이 될 확률은 50%

저자의 지인 중 대기업 부장으로 정년퇴직한 한 선배는 퇴직금과 아파트를 비탕 삼아 안락한 노후를 꿈꿨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자녀들의 결혼자금을 지원하고 나니 퇴직금은 얼마 남지 않았기에 부부의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결국 선배는 60대 중반의 나이에 경비원으로 취직해야만 했다. 그는 함께 한 술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단희야, 내가 뭘 그렇게 잘못 산 걸까?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남들처럼 아파트 한 채 마련한 게 전부인데, 왜 나는 여전히 새벽에 일어나 남의 주차장을 지켜야 하는 신세가 됐을까?” 

그렇다. 이는 단순히 돈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넘어 바로 숫자 50%에 담긴 진정한 의미인 셈이다. 평생을 성실하게 살았음에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회, 정상적인 방법으론 안락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절망적인 구조를 뜻하는 것이다. 

안개 속 노후자금에 가격표 붙이기

1단계~ 월 희망 생활비 
2단계~ 은퇴 후 생존기간 
2.5단계~ 나의 확정 수입 확인 
3단계~ 진짜 필요한 돈(순수 필요자금) 계산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것은 은퇴 후 부부의 ‘월 희망 생활비’인데,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부부의 월평균 적정 생활비는 약 320만 원이다. 하지만 평균은 단지 참고사항일 뿐, 각자의 상황과는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사진,생활비 항목들) 

위 사진의 항목들을 감안해 은퇴한 나와 아내에게 꼭 필요한 월 생활비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어보자. 이때 현실과 동떨어진 허황한 꿈의 수치를 적는 게 아니라 현재 생활 수준을 유지하거나 조금 더 여유로운 수준을 상상하며 진짜로 현실적인 내용을 적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앞서 예시한 퇴직한 김부장은 향후 25년 동안 월 생활비 3백만 원이 필요했기에 9억 원이란 거대한 산이 떡하고 나타났다. 여기에서 수령 예정 국민연금액을 차감하고 나니 ‘5억 4,000만 원’이라는 훨씬 현실적인 숫자가 나왔다. 이렇게 목표를 구체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 비로소 정복해야 할 명확한 산의 높이(월 생활비 180만 원)가 산출됨으로써 문 앞에 펼쳐졌던 뿌연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다. 

집을 줄이는 게 가장 강력한 무기

‘나만의 재무상태표’를 작성해 보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아파트)의 민낯이 드러난다. 퇴직자 대부분의 순자산은 바로 '집(아파트) 한 채'에 묶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냉혹한 현실이다. 여기서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 어쩌면 명확하다. '내 집 소유'라는 미련을 버리고 '현금 흐름'을 중요시해야 함이 눈에 보인다. 


(사진, 나만의 재무상태)

월급이 끊긴 은퇴 후의 삶에 가장 절실한 것은 ‘크고 넓은 집’이 아니라 매달 통장에 따박따박 입금되는 ‘현금 흐름’이다. 무수익 자산인 집(아파트)는 오히려 관리비, 수리비, 재산세 등 ‘돈 먹는 하마’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과감한 용기가 요구된다. 즉 ‘집을 줄이는 것’이다. 이는 그 어떤 재테크 기술이나 금융 상품보다 강력한, 인생 2막을 구원할 강력한 무기가 된다. 비로소 '다운사이징'을 실행하는 즉 ‘수입은 늘리고(현금 확보), 지출은 줄이는(고정비 감소)’ 재테크의 핵심 전략이 되는 셈이다. 불필요하거나 무수익인 자산을 현금화하고, 새는 물을 막는 방어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극대화할수록 노후는 더욱 편안해 진다.

부동산은 무조건 '독사과'인가?

노후자금을 먹는 '독사과' 부동산

토지(땅)~ 묻어둘수록 재산세만 계속낸다 
상가~ 공실로 인해 상가 관리비 등 추가 비용만 발생 
수익형(분양형)호텔~ 연수익률 보장은 허위광고일 뿐 
재개발(재건축) 예정지~ 언제 될까?, 오히려 추가 분담금 발생 
특수 부동산~ 지식산업센터, 펜션 등은 경기 변동을 심하게 탄다


(사진, 4가지 질문)

이에 대비하려면 위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네 가지 질문을 끊임없이 하면서 이에 부합한다면 바로 은퇴지들에겐 '효자 부동산'이 될 수도 있다.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여러 가구들에서 월세 수입이 발생될 수 있는 수도권 역세권 지역의 다가구/다세대 주택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차선책으론 대학가나 업무지구 내의 1~2인 전용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도 제시할 수 있다.

금융솔루션

은퇴지들의 노후에 가장 든든한 버팀목은 아마도 국민연금이 아닐까 싶다. 나의 지난 과거 추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사업실패와 잘못된 담보 제공으로 인해 온 재산을 모두 날리고 한 순간에 빈털털이로 전락했지만 그나마 국민연금 수령액이 있었기에 서울을 떠나 비교적 저렴한 경기도 지역에서 월세 아파트를 구할 수 있었다. 

국민연금은 원래 정해진 수급 개시 연령이 있지만, 최대5년 먼저 받거나(조기노령연금), 최대 5년 늦게 받을 수(연기연금) 있다. 선택은 가입자 본인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선 기본적인 지식이 요구된다. 수급 시기를 1년 앞당길 때마다 연금액이 6%씩 깎이고, 최대 5년(60개월)을 앞당기면 원래 받을 금액의 70%만 평생 받게 된다. 건강 등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라면 조기수령은 피해야 함을 알 수 있다.

한편 건강한 일반인이라면 수급 시기를 1년 늦출 때마다 연금액이 7.2%씩 ‘복리’로 늘어나고, 최대 5년을 늦추면, 원래 받을 금액보다 36%가 증액된 136%를 평생 받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부동산 월세 수입이나 다른 소득원이 있다면 최대한 수급 시가를 늦추는 게 가장 강력한 재테크 전략인 것이다.

퇴직금에도 소득세가 발생한다. 이에 대비하려면 개인형 퇴직연금 계좌인 IRP에 가입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퇴직금을 받아두는 통장이 아니라, ‘세금을 아끼고(절세)’, ‘수익을 불리는(투자)’ 두 가지 강력한 엔진을 동시에 장착한 노후 준비 ‘개인 금고’인 것이다. 즉 퇴직금을 일반 계좌로 받으면 당장 6~15%에 달하는 퇴직소득세를 내야 하므로 3억 원의 퇴직금을 받을 경우 수천만 원의 세금을 떼지만 퇴직금을 IRP 계좌로 받으면 당장 세금을 내지 않고 연금으로 받을 때까지 미뤄준다(과세이연). 그리고 나중에 연금으로 수령하면, 원래 내야 할 퇴직소득세의 30%를 감면해준다.

준비 없는 창업

이밖에도 책은 자영업자의 높은 폐업률(5년 내 80%)을 설명하면서 '근거 없는 자신감을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즉 철저한 준비 없는 창업은 가장 위험한 지출이라는 사실이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속담처럼 안일하게 준비한다면 그 끝은 뻔한 것이다.

회사에서 유능한 직원이었던 것과,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사장’의 역할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재고 관리, 직원 채용, 마케팅, 세무, 고객 응대까지, 사장은 모든 역할을 혼자서 해내야 하는 '멀티플레이어'여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 손쉬운 프랜차이즈 가맹을 통한 자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동네 편의점 사장은 "못해 먹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일한다. 왜 그럴까? 가맹점 본사는 가맹점주의 성공을 우선시하는 게 아니라 본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기 때문이다. 그만큼 가맹점주에게 불리한 계약 조건들이 많이 숨어 있는 셈이다. 

단순히 창업비용이 권리금, 보증금, 인테리어 비용 뿐이라고 착각해서도 안된다. 소위 잠깐의 '오픈빨'이 끝나면 매출이 서서히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지출은 커지는 경험을 겪게 된다. 이런 때를 대비해서 최소 6개월 내지 1년은 버틸 수 있는 운영자금이 따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대부분 이를 준비하지 않은 탓에 결국 가게 문을 닫는다. 석 달을 버티지 못하고 빚더미에 앉은 가맹점 자영업자들을 내 주위에서 많이 목격했었다. 창업에도 '유비무환' 정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오히려 직장 시절보다 더욱 더.

예방주사를 맞는 기분으로 앍어보자

실제로 퇴직 후에 펼쳐질 변화를 예단할 순 없다. 이는 경험해야만 아는 것이니까. 그래서 은퇴에도 공부가 필요한 법이다. 간접경험이 될 수 있으므로. 화려한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보다 은퇴자의 산책길에 다정한 동행이 되고 싶다는 이 책의 의도가 깊숙히 마음에 와 닿는다. 은퇴를 앞둔 모든 이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재테크 #자기계발 #최소한의은퇴공부 #단희쌤 #이의상 #은퇴멘토 #단희TV #노후플랜 #매일경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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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봉틀과 금붕어
나가이 미미 지음, 이정민 옮김 / 활자공업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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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케이 할머니는 여느 때처럼 요양 보호사인 밋짱의 도움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돌아가는 길에 밋짱으로부터 "이제껏 살아온 날들을 돌아봤을 때 행복한 인생이었다고 생각하세요?" 하는 질문을 받고 그때부터 자신의 인생이 어땠는지 돌아본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사진, 책표지)

이 소설의 작가 나가이 미미(1965년생)는 56세라는 늦은 나이에 문단에 데뷔해 2021년 제45회 스바루문학상을 수상한 독특한 이력으로 인해 일본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작가의 첫 작품인 이 소설은 한 치매 환자의 독자적 관점으로 삶을 회고하는 유머스런 문장들이 일본 독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고 알려진다. 또 요양 보호사로 일하며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에 걸린 노인들을 현장에서 직접 돌보는 경험을 한 적도 있었기에 소설 속 가케이 할머니는 이런 경험 속에서 탄생한 캐릭터인 셈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가케이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 환자들의 공통적인 안타까움은 지난 일들을 완전히 망각하거나 희미한 기억의 끝자락을 잡고 마치 몽유병 환자처럼 현실과 과거를 오락가락한다는 데 있다. 거의 매일 내 스마트폰을 울려대는 실종자 신상공개 대부분이 바로 이런 부류다. 

치매 환자가 집을 나가면 과거 속에서 헤메다가 현실의 통로로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과거 치매를 앓았던 나의 큰아버지도 사촌형 병원집을 나가 결국 귀가하지 못한 채 객사하고 말았다. 온 가족과 고향 친척들이 며칠 동안 찾아나섰지만 행방이 묘연했는데, 남의 집 건물 옥상에 신발을 벗은 채 편히 잠자는 모습을 누군가 발견하고 신고함에 따라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식을 치를 수 있었다. 이후 사촌형은 그 충격에서 벗어나려 애쓰다가 병원과 건물을 통째로 매각,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렇듯 치매는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고통을 남긴다. 물론 치매에 걸렸다고 머릿속이 늘 안개로 가득한 것은 아니므로 오해는 금물이다. 

가케이 할머니는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했던 아픈 과거의 그림자가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선물용 상자를 만드는 직공이었다. 상자는 '만주'나 화과자 등을 담는 용도로 사용됐는데, 아버지는 직공 중에서도 가장 하급下級 취급을 받았기에 밖에서 당한 설움을 집에 오면 아내에게 폭행하는 것으로 풀었다. 통상 심리적으로 약자는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골라 못되게 군다.  

맞고 사는 걸 감수하면서 가정을 지켰던 그녀의 어머니는 가케이를 낳고선 바로 사망했다. 이후 아버지는 매춘부 출신인 계모를 들였다. 이 계모는 가케이 남매를 눈엣가시처럼 여겼으며 특히 어린 가케이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장작으로 두들겨 팼다. 잠지리에 들면 내일은 제발 눈뜨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을 정도였다. 심지어 계모는 아버지가 없는 틈을 타 젊은 놈이랑 바람을 피며 가케이를 오빠한테 떠넘겼다. 오빠는 어린 동생 가케이를 덩치가 산만한 큰 개(다이大짱)의 젖을 물렸던 것이다. 

"나는 다이짱의 젖을 먹고 자랐어. 철이 들고 나서도 한동안은 다이짱의 젖을 빨았지. 그냥 기억이 나. 밋짱, 이건 비밀이니까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내가 다이짱을 뭐라고 불렀는지 알아? 엄마. 나는 다이짱을 엄마라고 불렀어"(33쪽) 


(사진, 다이짱)

이런 계모이니 가케이를 집에서 식모처럼 부려 먹었고 당연히 학교엔 보내질 않았다. 그럼에도 가케이는 신문 읽는 모습이 하도 근사해서 혼자서 신문 읽는 연습을 했다. 계모의 눈을 피해 헌 신문 위에 열심히 글씨 쓰는 연습을 했던 것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다. 가케이의 절실함이 돋보이는 무척 인상적인 대목이다.  

또 오빠가 데려온 애 딸린 남자와 강제로 결혼했지만 아들 겐이치로가 태어난 직후 마치 수증기처럼 증발해 버렸다. 남편은 전처와의 사이에 아들 미노루가 있었는데, 가케이와 겨우 여덟 살 차이뿐인지라 결코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다. 왜 이런 남편과 결혼까지 하게 됐을까? 

남편은 오빠의 파친코 가게 단골손님이었다. 전처가 아들을 남겨둔 채 도망가자 자포자기 상태에서 파친코를 자주 즐겼던 관공서 근무자였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을 속이는 악덕업소라서 오빠는 떼돈을 벌었지만 반면에 순진한 남편 같은 사람들은 빈털털이가 되고 말았다. 더구나 갚지 못한 빚까지 남아서 동생 가케이를 이 호구에게 떠밀듯 맡겼던 것이다. 소설에선 이를 '역담보'라고 말한다. 


(사진, 밤일의 결과)


남편이 증발하고 난 뒤 깨달은 것이 있었기에 가케이는 일치감치 남편을 포기했다. 남편이 다니던 관공서를 찾아갔을 때 직장상사로부터 전해들은 '그토록 예쁘고 야무진 전처'라는 말에 스스로의 자격지심이 발동했을지도 모른다. 곧바로 포기하고 재봉틀을 돌렸다. 하루도 빠짐없이 재봉틀 페달을 밟았다. 생계 때문이다. 아니, 빈둥거리며 놀고 있는 남편이 버리고 간 미노루 때문에 부아가 치밀어 더욱 그러했다.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보자

소설의 주인공인 가케이 할머니의 삶을 돌이켜보면 나쁜 일만 있었다고 비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을 것 같다. 좋았던 일도 나빴던 일도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이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속담에 담긴 의미처럼,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희망이라는 밧줄을 놓치지 말자. 내 삶에서 행복했던 기억, 사랑받았던 기억을 다시 되새기며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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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철학 틈새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마이너스(Miners) 옮김 / 해밀누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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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오늘날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살아 있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걷고,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우리의 일상은 자연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소로는 숲길을 거닐며 이 질문들에 답하려 했고, 그의 답은 2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신선하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미국 메사추세츠주 콩코드 출신의 사상가, 수필가, 시인이자 자연주의자였다. 그의 대표작 <월든>에서 보여주었듯이, 그는 문명사회의 소란과 물질적 욕망을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사는 단순하고 자율적인 삶을 실험했다. 단순히 자연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사회제도의 모순을 통찰했다. 이 책 <걷기의 철학>은 그런 사유의 결정체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책은 소로의 여러 산문을 묶은 모음집으로 그의 정신세계가 가장 진하게 담겨 있는 책 중 하나이다. 메사추세츠 자연사, 와추세트로의 산책, 여관 주인, 겨울 산책, 산림 수목의 차이, 걷기, 가을빛, 야생의 사과, 밤과 달빛 등 아홉편의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다.


'메사추세츠 자연사'에서 그는 주변 자연의 세밀한 관찰을 통해 땅과 기후, 생명체들이 어우러지는 질서를 묘사하며, 인간이 자연과 맺는 근본적인 관계를 보여주었다. '와추세트로의 산책'에선 산을 오르며 풍경과 인간 정신이 어떻게 맞닿을 수 있는지를 서정적으로 풀어냈다. '겨울 산책'에선 계절의 변화 속에서 삶과 죽음, 고요와 활력을 함께 사유했다.


또 '산림 수목의 차이'에선 식물학적 관찰을 넘어 나무와 숲이 지닌 상징적 의미를 탐색했으며, '걷기'에선 걷기를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자유와 영혼의 회복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행위로 격상시켰다. 이어서 '가을빛', '야생의 사과', '밤과 달빛'에서는 계절의 아름다움, 자연 속에서 자라난 사과의 생명력, 달빛이 비추는 밤의 사유를 통해 인간이 자연과 맺는 내밀한 대화를 보여준다.


특히 초월주의 운동의 핵심 인물로 활동했으며, 단순한 생활과 자연 속 사색을 통해 삶의 본질을 찾으려 했던 소로에게 걷기란 도시와 사회의 제약을 벗어나, 존재의 본질을 회복하는 사색과 철학의 길이었다. 책 속 '걷기' 편은 그의 사상을 대표하는 글인 셈이다.  


젊은 시절엔 살과의 전쟁을 치른다고 눈뜨면 바로 아파트 인근 올림픽공원으로 나가 뛰었다. 아내와의 약속 때문에 시작했으나 날씬한 몸매와 맑은 정신을 얻을 수 있었기에 아침 달리기는 지속되었다. 점점 달리는 거리가 길어지면서 학창시절 개교기념일 단축 마라톤 행사에 강제 동원되어 개거품을 토하며 뛰던 거리 정도는 이젠 껌깞 정도가 되었다. 


자신감이 잔뜩 생긴 탓에 마라톤 도전에 나섰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마치 홀린 사람처럼 여러 차례 참가했다. 전문가의 지도없이 단순 반복적인 나홀로 훈련에만 의존했던 내 몸에 무리가 왔다. 무릎, 허리, 발목과 발바닥 등에 몰려온 통증은 당분간 뛸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 이후 언젠가부터는 아침 산책을 여유롭게 즐기며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내가 지금 '소로의 걷기 철학'을 읽는 것 또한 아침 산책의 연장선이다. 


(사진, 옮긴이의 말)     


메사추세츠 자연사 


진정한 과학자는 더 섬세한 감각으로 자연을 안다. 그는 다른 이들보다 더 잘 냄새 맡고, 맛보고, 보고, 듣고, 느낀다. 그의 경험은 더 깊고 정교하다. 우리는 추론이나 연역, 또는 철학에 대한 수학의 적용으로 배우지 않는다. 직접적인 교류와 공감으로 배운다. 


과학은 윤리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계략이나 기술로 진리에 이를 수 없다. 베이컨주의조차 다른 방법론과 마찬가지로 불완전하다. 기계와 기술의 모든 도움에도 불구하고, 가장 과학적인 사람은 여전히 가장 건강하고 친절한 사람일 것이며, 인디언이 지녔던 더 완전한 지혜를 가질 것이다.


(사진, 메사추세츠 자연사)


와추세트는 참으로 매사추세츠의 전망대였다. 지도처럼 길이와 너비가 한눈에 들어왔다. 동쪽과 남쪽으로는 바다의 평평한 지평선이 열렸고, 북쪽으로는 뉴햄프셔의 익숙한 언덕들이 보였다. 북서쪽과 서쪽으로는 전날 저녁 처음 모습을 드러낸 후삭 산맥과 그린 산맥이 안개 낀 듯 푸른 윤곽을 드러냈다. 그것들은 마치 아침 바람에 흩어질 구름 둑처럼 실체 없는 듯 보였다. (67쪽)


겨울 산책


겨울에 따뜻함은 곧 모든 미덕의 상징이다. 늪과 웅덩이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는 우리 주전자에서 오르는 김만큼이나 소중하고 가정적이다. 겨울날의 햇살과 들쥐들이 담벼락 옆을 오가는 풍경, 숲길에서 지저귀는 박새의 노래와 비교할 수 있는 불은 어디에도 없다. 따뜻함은 여름처럼 땅에서 복사되는 것이 아니라, 태양에서 직접 온다. 눈 덮인 골짜기를 걷다가 등 뒤에서 그 광선을 느낄 때, 우리는 특별한 은총에 감사하며, 그 외딴 곳까지 우리를 따라온 태양을 축복한다. 


이 지하의 불은 모든 이의 가슴에 제단을 두고 있다. 가장 추운 날, 황량한 언덕 위를 지나는 여행자도 어떤 난로나 아궁이보다 더 따뜻한 불을 외투 자락 안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은 계절의 보완물이며, 겨울에는 여름이 그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다. 그의 가슴속에는 남쪽이 있다. 모든 새와 곤충은 그곳으로 이주했고, 따뜻한 샘 주위에는 울새와 종달새가 모여든다. 


(사진, 겨울 산책)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는 19세기 중엽 미국에서 활동한 수필가로, 자연을 삶의 스승으로 삼았던 철학자이기도 하다. 영국의 산업혁명이 한창인 시대, 기계 문명이 인간의 생활을 급격히 바꾸고 물질적 번영이 진보로 칭송받던 그런 시기에 살았다. 그럼에도 소로는 이런 흐름에 거리를 두고 인간의 진정한 자유와 풍요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묻고 또 물었던 것이다. 사회가 강요하는 길을 거부하고 자연과의 교감을 삶의 중심에 두었다. 그래서 숲 속에 오두막집을 짓고 지냈다. 


이 책의 여러 편 에세이들 중에서 소로의 정신세계가 가장 잘 드러난 글은 바로 '걷기' 편이다. 이 편에 담겨 있는 글 중에서 인상적인 글귀들을 소개하려 한다. 그의 걷기는 인간 정신의 자유와 자연과의 합일合一임을 느낄 수 있다. 사회와 제도의 여러 제약에서 벗어나 존재의 본질을 찾고 회복하려는 구도자의 삶 그 자체인 것이다.   


걷기


나는 단 하루라도 방 안에 머물면 곧바로 녹슬어버리는 사람이었다. 때때로 오후 4시, 이미 하루를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 되어 몰래 산책에 나설 때가 있었다. 땅거미가 햇살과 뒤섞이는 그 시간에 길을 나서면, 마치 무언가 속죄해야 할 죄를 저지른 듯한 기분이 들곤 했다. (142쪽)


소로가 말하는 걷기는 병자病者가 정해진 시간에 마치 약을 삼키듯, 또는 아령을 흔들어대는 운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걷는 그 자체로 하루의 과업이자 모험인 셈이다. 더욱이 걷기는 낙타처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낙타는 걸으면서 동시에 돠새김질 하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한 여행자가 워즈워스의 하녀에게 주인의 서재를 보여 달라고 하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여기가 도서관이고, 주인의 서재는 바깥에 있답니다"


그렇다. 바깥은 사색과 사유의 현장이자 지혜와 지식을 쌓는 공간인 셈이다. 단순한 운동의 관점이라면 굳이 바깥에 나가 걷지 않아도 된다. 트레드 밀 위에 올라 자신의 등급에 맞는 속도로 걸으면 될 일이다. 나 또한 집안에서 트레드 밀을 이용해서 땀을 잔뜩 흘리는 걷기를 하기도 했다. 바깥에 나가 걸을 만큼 시간이 충분하지 않거나 비가 오는 날씨에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걷기는 자연의 내음과 숨소리가 전혀 없다. 그래서 나도 자연을 벗 삼아 걷으며 힐링받는 걸 좋아했다. 물론 그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햇볕과 바람 속에서 야외에 오래 머물면, 의심할 여지 없이 성격은 다소 거칠어진다. 얼굴과 손에 그러하듯, 인간 본성의 섬세한 부분 위에도 더 두꺼운 각질이 자라나며, 힘든 육체노동이 손의 미묘한 감각을 앗아가는 것과 같다. 반면 집 안에만 머무른다고 해서 피부가 얇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부드러움과 매끄러움은 얻을 수 있으며, 특정한 인상에 대한 감수성은 더욱 예민해진다. 아마 우리가 햇볕을 덜 쬐고 바람을 덜 맞았다면, 지적·도덕적 성장에 필요한 어떤 자극에도 더 민감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두꺼운 피부와 얇은 피부의 비율을 올바르게 맞추는 문제는 언제나 미묘하다. 내 생각에는 그것은 머리에서 떨어지는 비듬처럼 곧 흩어져 사라지는 문제에 불과하다. 자연의 치유책은 낮과 밤, 여름과 겨울, 생각과 경험의 비율 속에서 발견된다. 우리의 사유 속에는 그만큼 더 많은 공기와 햇살이 깃들게 될 것이다. (145쪽)

소로의 글은 계속 이어진다. '우리가 걷는다는 것은 곧 들판과 숲으로 발걸음을 옮긴다는 뜻'이다. 어떤 철학 학파들은 숲으로 나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숲을 자신들에게로 불러들여야 했다. 그들은 플라타너스 숲과 산책로를 조성하고, 공기에 개방된 주랑 현관에서 햇볕을 받으며 걸었다. 억지로 숲을 향해 걷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몸으로는 숲속 1마일을 걸어 들어갔는데, 정신은 그곳에 이르지 못했을 때, 소로는 불안해진다고 말한다. 


오후 산책은 아침의 모든 일과와 사회적 의무를 잊는 시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때때로 마을의 기운이 쉽게 떨어져 나가지 않을 때가 있다. 어떤 일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아, 몸은 숲에 있으면서도 마음은 도달하지 못한다. 내 정신은 흐트러져 있다. 산책은 나의 정신을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 숲에 있으면서 숲 밖의 일에 사로잡혀 있다면, 내가 숲에 있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소위 선한 일들조차 이토록 나를 얽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나는 오히려 전율을 느낀다. _’걷기’ 중에서 (146쪽)


(사진, 성지 순례자)


무엇을 위해 걷는가?


책 속에는 자연을 향한 관찰자의 섬세한 눈길과 인간 사회를 비판하는 철학자의 날카로운 통찰이 공존하고 있다. '무엇을 위해 걷는가?'라고 우리들에게 주어진 화두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수필가이자 철학자인 소로도 숲길을 걸으며 이 질문들에 답하려 했다. 소로의 발걸음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가 본다면 인간 사회를 성찰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걷기 #사색 #힐링 #헨리데이비드소로 #소로 #초월주의 #걷기의철학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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