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의 질문법 - 최고들은 무엇을 묻는가
한근태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질문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고자 묻는 질문이다. 둘째는 자신은 알고 있지만 상대방에게 답을 생각해보도록 유도하기 위해 묻는 질문이다. 그리고 셋째는 자신도 모르고 상대방도 모르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함께 답을 찾기 위해 던지는 질문이다. - '서문' 중에서

 

 

모르면서 묻지 않는다면 이는 부끄러운 일이다

 

책의 저자 한근태는 서울대학교 섬유공학과를 나와 럭키화학 중앙연구소(현 LG화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되어 미국에 유학, 애크론대학에서 고분자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헬싱키대학에서 경영학(석사)을 공부했다. 이후 대우자동차 최연소 이사로 한창 줏가를 올리다가 임원 자리를 과감히 박차고 나와 자신의 길을 개척한 인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명인데, 현재 한스컨설팅 대표로 활동하며 컨설팅과 강의, 글쓰기를 통해 대한민국의 경영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은 디테일에 있다>, <말은 임팩트다>, <나는 어떤 리더인가>, <리더의 언어>, <채용이 전부다>, <한근태의 독서 일기>, <고수의 일침>, <누가 미래를 주도하는가>, <몸이 먼저다>, <일생에 한 번은 고수를 만나라> 등이 있다.

 

책의 서문에서 그는 '불치하문不恥下問'이란 말을 들고 나온다. 이는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란 의미이다. 그렇다. 특히, 직장처럼 계급이 상하로 확실하게 잡혀 있는 그런 조직에서는 질문도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게 정설로 자리잡혀 있다. 그렇기에 상사는 마치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행세하면서 좀처럼 부하직원에게 모르는 것조차도 묻지 않는다. 하지만 모르는 게 있으면 당연히 물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집요한 질문의 방법을 알려준다. 삶의 보람을 찾기 위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목표를 명확히 하고 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묻고 답을 구해야 하는지, 신뢰로 맺어진 깊은 인간관계에 필수적인 질문 대화 방법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비즈니스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되새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들려준다.

 

 

 

 

 

중요한 기로에서 던지는 질문

 

우리들은 살면서 수많은 결정을 한다. 공부를 계속해서 박사까지 할까, 아니면 직장에 취직할까? 졸업하고 군대에 갈까, 아니면 대학 2학년 마치고 입대할까? 연애결혼을 할까, 아니면 중매결혼을 할까? 결혼 후엔 바로 아기를 가질까, 아니면 몇 년 후에 가질까? 이 회사에 계속 다닐까, 아니면 중도에 다른 회사로 갈아 탈까? 평생 회사원으로 살까, 아니면 사업을 시작할까? 등등. 이처럼 우리들 인생 앞에 펼쳐지는 모든 것들은 결정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이럴 때 좋은 질문이 있다. 시간의 축을 바꾸는 질문이다. 우리는 늘 현재 시점에서 고민하고 결정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결정은 현재를 기준으로 내려지지만 그 결과는 오랜 세월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어느 제품의 CF 멘트처럼 말이다. 그 결정이 잘못된 것이어서 후회할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바로 시간의 축을 왔다 갔다 하는 질문이다. 즉 미래 시점에서 지금의 결정을 보는 것이다.

 

한 예로 저출산에 대해 살펴보자. 굳이 한국의 저출산율이 세계적인 불명예 기록이라고 떠올리고 싶지 않다. 현재는 과거의 세상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부모 입장에선 공들여 자식을 키웠더니 대학교를 졸업해도 취직이 어려워 입사 시험 준비를 계속하거나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경제적인 애로를 겨우 해결하는 형국이니 부모 봉양에는 자연히 소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니 지금까지의 고생이 헛고생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한편, 자식의 입장에서도 아기를 낳아 키워 성인으로 사회에 내보내기까지 엄청난 시간적, 경제적 투자를 해야 하므로 아기를 낳는다는 게 쉽게 보일리가 없다. 이처럼 아기를 낳지 않는 문제점을 설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이에 대해 흥미로운 질문을 제시한다. 이런 질문을 미래의 나를 연상하며 현재 시점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는 유효한 질문인 셈이다.

 

"환갑이 됐을 때 아이를 낳지 않은 걸 후회하지 않을 수 잇을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질문

 

좋은 질문 중 하나는 통념通念에 저항하는 질문이다. 남들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수용하는 것에 물음표를 붙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공자는 나이 마흔을 '불혹不惑', 쉰을 '지천명知天命', 예순을 '이순耳順'이라고 했다. 마흔이 되면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쉰에는 하늘의 뜻을 알고, 예순에는 무슨 말을 들어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떻게 마흔이 된다고 유혹에 넘어가지 않겠는가? 이런 질문을 통해 가장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시기가 마흔이니 이때 더욱 조심하란 말로 재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개념의 정의에 대한 질문

 

가장 좋은 질문은 개념의 정의를 다시 묻는 질문이다. 도대체 그것이 정확하게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봄으로써 나만의 정의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경영자라면 경영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성공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이 어떤 모습인지 정확하게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또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도 마찬가지로 돈이란 무엇인지, 자신이 생각하는 부자는 어떤 것인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경청이 중요한 이유

 

첫째, 말을 하는 동안 우리는 배울 수 없으므로 뭔가 배우기 위해서는 말하는 대신 필요한 질문을 하면서 상대방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둘째, 경청을 해야 상대와 친해질 수 있다. 경청해야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고, 그래야 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 경청은 대인관계의 출발점이다. 대인관계가 나쁜 사람들의 특징은 잘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셋째, 자신의 귀를 열어야 상대방의 입을 열 수 있다. 특히 상관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최고경영자가 경청을 잘하면 조직은 잘 돌아간다. 현장에서의 정보, 문제점, 소리들이 생생하게 위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라면 이야기해봐야 소용없다고 판단해 사람들은 입 열기를 멈추게 된다.

 

넷째, 잘 들어야 사업을 잘할 수 있다. 일류 영업사원의 특징은 잘 듣는다는 것이다. 일류 사업가의 특징 또한 잘 듣는다는 것이다. 잘 들어야 상대의 호감을 살 수 있고, 상대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상대방을 움직이게 만드는 질문

 

리더는 질문을 위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깊이 생각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 없는 말, 하지 않아도 좋은 말은 다 걸러진다. 하고 싶은 말을 질문으로 바꾸려면 직원들 입장에서 생각해야만 한다. 이 과정이 특히 중요하다. 내가 제대로 전달한 것일까? 직원들은 충분히 훈련되었는가? 목표 달성을 위한 지원은 충분했을까? 전략 자체에 잘못이 있는 건 아닐까? 너무 촉박하게 구는 걸 아닐까?

 

이와같은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자기반성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떠드는 것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다. 반면에 하고 싶은 말을 질문으로 바꾸어 직원들 입에서 나오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리더가 경영에 관한 모든 답을 알 수는 없다. 따라서 리더는 질문을 통해 직원들의 머리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질문의 전제조건

 

1. 겸손(스스로 부족함을 인정)

2. 존중(사람에 대한)

3. 자기 훈련

 

그렇다면 리더는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이 목표에 관한 질문이다. 목표가 명확한지, 그 목표가 회사의 전체 목표와 한 방향 정렬이 되어 있는지, 목표에 대해 헌신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의외로 목표가 뚜렷하지 않고 어슴푸레한 사람이 많다. 이런 경우는 추가 질문을 던져 일종의 영점 조정, 화면 조정 시간을 갖는 게 좋다. 확실한 부분은 무엇인지, 좀 더 확실하게 하고 싶은 부분은 어디인지, 목표를 정량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더불어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물어야 한다. 많은 직원들이 목표는 할당된 것, 내게 무리한 것, 달성해봐야 회사만 좋지 내게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본인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는 것이 가장 좋다. 목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목표의 공유 과정이다.

 

 

변화를 위한 질문

 

한자어 '변變'은 말 이을 '련䜌'과 칠 '복攵'이 합쳐진 말이다. 이처럼 변화를 위해선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면서 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변화는 쉽지 않은 일이다. 책의 저자는 변화의 정의를 '간절히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하여 큰 고통을 감내하고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핵심은 '원하는 것', '고통 감내', '새로운 습관'이라는 3가지 요소인데, 이중에서 하나라도 빠지면 변화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책에서 이 대목을 읽고 겨우내 급격히 불어난 뱃살과 체중을 줄이기 위해 나도 몸 관리에 들어갈 작정이다.

 

나는 정말 변화를 절실히 원하는가?

변화에 따른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가?

새로운 생활 습관을 만들 수 있는가?

 

 

질문을 통해 성장한다

 

사람들은 좀처럼 질문하지 않으며, 질문에 답하지도 않으려 한다. 입 다무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회사나 조직 내에서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 분위기를 만들려면 심리적 안전감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즉 맘껏,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회의를 할 때 편안하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조직이 성장한다.

 

불치하문不恥下問(아랫사람에게 묻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라)

수치불문羞恥不問(모르면서 묻지 않는 걸 부끄러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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