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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츠 더 퓨처 - 4차 산업혁명과 우리의 미래
팀 오라일리 외 지음, 김진희.이윤진.김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2월
평점 :
지금 우리는 미래를 묻는 질문, 특히 인공지능 같은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에서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에 대한 질문과 마주하고 있다. 우리 눈앞에는 21세기의 첨단 기술이 세계인에게 불리한 쪽이 아니라 유리한 쪽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하는 시험대가 놓여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을 이용해 수억 명을 일자리에서 몰아내고 소수의 배만 불릴 것인가, 아니면 모두에게 이롭도록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것인가? - '한국어판 저자 서문' 중에서
첨단 기술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인가?
책의 저자 팀 오라일리는 온라인 학습, 도서 출간, 콘퍼런스 개최를 통해 각 영역에서 끊임없이 혁신의 물결을 이어갈 담론을 이끌어온 오라일리 미디어 설립자이자 CEO다. 그는 각종 프로그래밍 언어를 비롯하여 월드와이드웹, 오픈소스, 웹2.0, 정부2.0, 메이커 운동, 빅데이터 등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끼쳐온 새로운 기술을 발굴하고 소개해왔으며, 웹2.0서밋을 비롯하여 다양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그의 비전은 오라일리 미디어가 정보기술 분야에서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함으로써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또한 그는 초창기 벤처기업 오라일리 알파테크의 파트너이자 비영리 단체인 코드 포 아메리카Code for America, 메이커 운동을 이끈 메이커 미디어Maker Media, 오픈 액세스 저널 피어제이PeerJ, 빅데이터 분석 기업 시비스 애널리틱스Civis Analytics 및 법안 관련 의견 수렴 서비스 팝복스PopVox의 이사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지난 30년 간 기술의 발전과 사회 변화의 핵심을 반추하면서 향후 새롭게 펼쳐질 미래 사회의 총체적인 모습을 매우 정교하게 묘사한다. 특히 인공지능, 로봇세, 일자리 등의 사회, 경제적 이슈를 포함, 미래에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인간은 어떤 길을 택해야 하는지에 관해 폭넓은 통찰력를 보여준다. 이는 자신이 직접 겪은 풍부한 경험과 사회, 경제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했기에 그 생동감이 더욱 빛난다.
지금까지의 모든 기술의 발전은 인류에게 커다란 번영의 원동력이었지만, 결국 오랫동안 고통을 안겨주는, 생각치도 못한 결과를 낳았다. 오늘날 우리는 이와 비슷한 역설적 상황에 놓여 있다. 수십 년 전, 세상에 가치를 더할 것이라고 여겨 선택한 마법과 같은 기술들이 오히려 우리를 복잡한 문제와 알 수 없는 위험, 나아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도 모르는 결단으로 이끌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은 업계, 노동계 지도자, 정책 당국, 학계에 경종을 울리는 일련의 사악한 문제의 중심에 서 있다.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운전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제 인공지능은 비행기를 조종하기도 하고, 의사에게 가장 좋은 치료법을 조언하기도 하며, 실시간으로 가장 빠른 출근길을 알려주기도 한다. 또한 기업체의 인력 수요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직원들에게 권장 출퇴근 시간을 공지하기도 한다. 이처럼 기존의 컴퓨터가 사람을 위해 일했다면 이제는 갈수록 인간이 컴퓨터를 위해 일하고 있다. 알고리즘이 새로운 상급자가 된 셈이다.
기술이 활성화된 네트워크와 시장에서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과 일의 양을 선택할 수 있다면 미래의 비즈니스는 어떻게 될까? 주문형 학습으로 최신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기존 대학 교육보다 앞선다면 교육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알고리즘이 자신을 만든 소유주의 이익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보고 읽을지 결정한다면 미래의 미디어와 대중매체는 어떻게 될까?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부(올바른 미래 지도를 그려라)에선 인터넷 상용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등장,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 데이터로의 전환, 메이커 운동 등을 살펴본다. 제2부(플랫폼으로 사고하라)에선 즈믄향 서비스, 네트워크와 플랫폼, 인공지능 등의 기술이 비즈니스, 교육, 정부,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의 특성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프레임워크를 제시한다. 이어서 제3부(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세상)에선 알고리즘이 주도하는 전 세계적인 디지털 플랫폼의 부상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제4부(미래는 우리의 손에 달렸다)에선 우리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선택해야 할 사항을 짚어본다.
최근에 막을 내린 평창동계올림픽에선 드론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들이 연출한 올림픽기와 여러 형상들이 하늘에서 모습을 드러낼 때 관중들은 모두 탄성을 자아냈다. 88년 서울올림픽 때 굴렁쇠를 굴리던 소년이 전세계로 생중계되던 장면이 겹쳐지면서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정말 많은 변화가 이뤄졌고, 그 변화는 지금도 진행형임을 새삼 느끼게 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함으로써 벌써부터 달라질 미래의 모습과 관ㄹ현해 이런저런 예측들이 많다. 무인자동차와 로봇 등이 많은 노동자들로부터 일자리를 빼앗아버릴 것이라는 얘기가 그 중 하나이다. 반면에 긍정적인 면도 우리들에게 선물한다. 스마트폰은 가까운 맛집과 빠른 출근길 정보를 제공하고, 인공지능은 의사들에게 치료와 수술에 대한 조언을 해주며, 유전자 편집은 난치병을 치료해주니까 말이다.
기술의 발전은 진행형이다. 이를 주도하는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가치를 지닌 신생기업인 유니콘들은 이런 특징을 보인다. 첫째로 처음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기술 같고, 둘째로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바꿔놓으며, 셋째로 새로운 서비스, 직업, 비즈니스 모델, 산업으로 구성된 생태계를 형성한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들은 서로 더해지고 섞이면서 강력한 마법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지금은 다소 어색한 인공지능이라는 유니콘도 언젠가는 익숙한 것으로 바뀔 것이다. 책은 향후 우리들 앞에 펼쳐질 방향의 실체를 제시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와같은 혁신적인 기술들이 과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사용될 것인지, 아니면 더 나쁜 세상을 만드는데 활용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진정으로 세상을 위한 '가치 창출' 이어야만 할 것이다.
'기술은 사람의 일을 앗아갈 것이다!'
이는 기술의 부정적인 면이며, 이로 인해 고통과 혼란이 발생한다. 그렇지만 이와 함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는 긍정적인 면을 결코 외면해선 안된다. 책은 머리말에서 레이저 눈 수술을 그 예로 든다. 시각장애인이라 불릴 만큼 시력이 나븐 사람이 12년 전 안과에서 로봇의 도움을 받아 수술 후 또렷하게 사물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의사의 손으로는 불가능했지만 로봇을 이용해 각막 수술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보면 이로인해 안과 의사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겠지만, 이와같은 수술이 가능하도록 만든 기술력 즉 센서, 컴퓨터, 제어기술 등의 분야에선 새로운 일자리가 분명 늘어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컴퓨터는 사람들의 일처리를 위해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했다면 앞으로는 갈수록 우리 인간이 컴퓨터를 위해 일하는 시스템으로 바뀌는 셈이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세기적 대결이 바둑에서 벌여졌었다. 인공지능인 알파고가 세계 바둑계의 인간 대표선수인 한국의 이세돌을 가볍게 이김으로써 바둑계, 아니 전 세계인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게임의 난이도나 가능한 모든 수에 무차별 대입해 분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딥마인드의 공동설립자 데미스 하사비스는 "진정한 인공지능의 특징인,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지적 작업을 유연하게 실행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계는 아직 먼 훗날의 일"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알파고의 승리를 과소평가하는 이들에게 이런 비난도 있다.
"대부분 인간과 동물의 학습은 자율학습이다. 지성이 우리가 먹는 케이크라면, 자율학습이 그 케이크이고, 지도 학습은 케이크를 생크림 등으로 발라 매끄럽게 하는 아이싱이며, 강화학습은 케이크의 체리일 것이다. 우리는 아이싱과 체리를 만드는 법은 알지만, 케이크를 만드는 방법은 잘 모른다. 진정한 인공지능을 만들 생각을 하기 전에 먼저 자율학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 얀 르쿤, 페이스북 인공지능 연구책임자
이때 인간은 모델 설계뿐 아니라 모델을 훈련시키기 위해 입력하는 데이터에도 항상 연관된다. 그런데 여기서 의도치 않은 편향이 생길 수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새로운 알고리즘의 설계가 아니라, 알고리즘을 훈련시키기 위한 데이터 세트가 본질에서 편향되지 않았음을 어떻게 확신할 것이냐이다.
사람의 손에 달렸다
인류사의 문명화 과정에서 발생한 진보를 생각해보자. 인간이 기술과 결합한 덕분에 어떤 짐승의 발톱보다 단단하고 날카로운 무기와 연장을 얻을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지배자로 군림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곡물을 개량함으로써 야생종보다 훨씬 많은 식량을 생산하고, 동물을 길들여 운송수단으로 이용하거나 먹거리로 만들었다. 나아가 인간의 강인함은 갈수록 흉폭해져 가장 사나운 짐승마저 사냥으로 쓰러뜨리고 만다.
동일한 양의 노동과 에너지, 원자재를 투입해도 더 많이 얻는 생산성 향상은 모두 인간과 기계를 하나로 묶는 데서 나왔다. 이렇게 현대의 부富는 생산성을 가속하고 결합함으로써 탄생했다. 예를 들어 1820년의 농업 생산성은 100년 뒤인 1920년이 되어서야 두 배로 늘어났지만, 그로부터 다시 두 배가 되기까지는 30년, 다음에는 15년, 그다음에는 1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어떻게 미래가 변화하느냐는 결국 우리 인간의 손에 달린 셈이다.